정치 · 2025. 8. 7.

'버닝썬 변호사'에 일부 여성주의자들이 침묵하는 진짜 이유

버닝썬 변호사에 대한 여성계의 긴 침묵은 왜?

최근 X등의 소셜미디어에서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의 과거 버닝썬 사건 가해자 변론 이력을 비판하며 그에 대한 임명취소나 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 비서관에 대한 해임요구와 우려는 성별과 연령을 초월한다. 버닝썬이 불러온 사회적 충격, 해당 사건의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우려하는 것은 보편적인 정서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재명을 지지하는 여성주의자'들이 전 비서관 이슈에 침묵하는 점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하는 이들이 있다. 단순히 소셜미디어 사용자 일부의 행태 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전치영 비서관 임명 건은, 과거 다른 정권이었다면 여성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을 사안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유독 들리지 않는다. 과거 유사한 사안에 대해 누구보다 날 선 비판을 쏟아냈던 이들, 민주당을 지지하는 활동가, 여성운동가, 유명 스피커들의 침묵은 낯설고 어색하다. 


버닝썬 변호사이기 이전에 이재명의 변호사니까 

이 어색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 비서관의 더 중요한 이력 하나를 더 알아야 한다. 전 비서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단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재명을 지지하는 여성주의자'에게 있어 '버닝썬 변호사'에 대한 분노 감정 보다는 '이재명의 변호사'라는 사실이 우선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재명을 지지하는 여성주의자'의 정체성은 '여성주의자'보다는 '이재명 지지자'가 우선된다는 뜻일 것이다. 


이재명 지지자라면, 말 안해도 이 인사가 왜 중요한지 잘 아니까

그렇다면 또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를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할 때 '버닝썬 변호사'라는 이력을 과연 몰랐을까? 그리고 그 이력이 비난에 직면하리라는 것을 몰랐을까? 그럴 리가 없다. 알면서 임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버닝썬 변호사'를 임명했을까?

대통령의 속내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인사의 이유에 대해 3가지를 추론할 수 있다. 


피의자를 변호하다 보면, 의뢰인의 비밀을 지나치게 많이 알게 된다. 이 대통령의 정치이력 내내 따라다니는 사법리스크의 굴레를 생각할 때, 본인의 비밀을 샅샅이 알고 있는 변호인을 외부에서 활동하게 둔다는 것은 불안한 일이다.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비서실의 '공직기강비서관' 자리는 '벼슬의 외양을 갖춘 족쇄'라고 볼 수 있다. 

한 편으로는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사법리스크로 부터 본인을 방탄하는 '대통령실 내 로펌'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공직기강비서관은 고위공직자의 인사를 검증하고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는 핵심 요직이다. 자신을 구한 변호인을 권력 감시의 심장부에 앉힌 이번 인사는 '보은 인사'이며 변호사비 정산이기도 하다. 신종 매관매직에 다름 아닌 작태를 태연하게 하는 것이 이번 정부다. 


버닝썬 사건 가해자를 변호했던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 (그래픽=가피우스)
버닝썬 사건 가해자를 변호했던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 (그래픽=가피우스)

그래도, 우리 정신 차리자

대통령의 형사사건 변호인이 사정 라인을 책임지는 것은 감시 시스템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오겠지만 굳이 그런 규범적인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비판에 낯 뜨거워할 정권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래도 버닝썬 사건에 절망하고 분노하고 피해자들을 걱정하던 그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대답없을 메아리 같은 권유를 해 본다. 그러면서 '이재명을 지지하는 여성주의자'들에게 이 말 만큼은 건네고 싶다. 

사람 나고 정치 났지, 정치 나고 사람 난 것은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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