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5. 8. 15.

[심혈관] 조국의 강을 건너기 위한 안내서

여기, 진실의 나룻배 한 척
조국의 강을 혼자 힘으로 건너는 것은 쉽지 않다. 아무리 집중해 해당 사건을 보려 해도 소위 조국 진영이 쏟아내는 허위정보의 바람과 물결은 너무나 거세기 때문이다. 사건 내용을 읽다가 머리가 아파지면 특정 진영의 생각을 받아들여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게 편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강 너머의 세계에 호기심이 드는 분들이 있다면 이 글을 반드시 읽어주길 바란다. 대한민국 대법원이 판결한 이 사건의 진실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내용 또한 이해하기 쉽다. 주변에 아직도 조국의 강 건너, 외롭지만 아름다운 진실의 세계를 모르는 지인이 있다면 이 글을 권해주시기 바란다. 


[심혈관] 조국의 강을 건너기 위한 안내서


당시엔 다 그랬다, 검찰개혁의 희생양이다
'당시엔 다 그랬다'고?

단언컨대, 다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적어도 그들처럼은 하지 않았다. '다 그랬다' 는 이들은 혹시 '스카이캐슬' 같은 막장 드라마 속의 자극적인 입시비리 장면들이 뇌리에 남아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시라.  정말 당신도 그랬다면 자수하고, 지인들이나, 정치인·공직자가 그랬다면 당장 고발하라. 민정수석인 아버지의 빽을 기대하며 그 딸에게 장학금을 주고, 교수 부부가 지인들과 품앗이로 스펙을 만들어주고, 표창장을 위조하고, 고등학생이 논문저자가 되어버리는 일이 '다 그랬다' 고? 출근도 안 한 인턴생활이 떡하니 경력에 찍히고, 친분 있는 인사의 감찰은 덮어버리는 그런 범죄를, 드라마가 아니고서야 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들 자녀의 합격은 누군가의 불합격이다. 그들 자녀의 스펙은 누군가에게는 꿈도 꿀 수 없는 특혜였다. '당시엔 다 그랬다' 와 같은 터무니 없는 주장에 불합격자들의 부모는 좌절한다. 청와대 수석이나 교수가 못 돼 아이들을 뒤쳐지게 했다는 패배감을 안긴다. 죄 짓고 감옥에 가서도 '검찰개혁'을 말하며 당당할 수 없는 신분에 가슴이 멍든다. 


조국은 검찰개혁의 희생양이다?

조국은 꾸준히 자신에 대한 수사는 '윤석열 검찰의 과잉수사' 며 자기 가족은 '멸문지화' 를 당했고 '도륙' 이 났다고 과장한다. 이런 과한 표현들은 '사실관계'에 자신이 없으니 하는 말이다. 민정수석 신분으로 딸의 경력을 위조한 범죄를 가리기 위해 자기편들을 무리하게 '선동'하는 것이다. "정치검찰의 수사권 오·남용" 같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재명도 지겹게 했던 말이고, 입장이 바뀐 지금의 국민의힘도 하는 말이다. 윤석열 검찰의 수사가 과한 측면은 있었지만 조국 부부의 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정경심 4년, 조국 2년. 형량의 경중을 다툴 수는 있지만 표창장과 인턴증명서를 위조하고 대리시험을 보고 장학금을 몰래, 부당하게 받은 사실은 없어지지 않는다. 정경심의 모든 입시비리 혐의들이 1심 부터 대법원까지 유죄로 판단되었다는 사실 또한 그대로다. 


이런데도 아직 조국이 검찰개혁 과정의 희생양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이라도 여의도와 서초동에서 어디 한 번 마이크를 잡고 '당시에는 다 그랬으니 조국도 무죄', '조국은 검찰개혁의 희생양이기에 무죄'라 말해 보라. 한 때 조국이 정말로 무죄라고 믿고 그 자리에 모였던 국민들이 있었다. 그들이 그 거리에서 쏟은 시간과 노력, 그들의 진정성을 얄팍한 정치논리로 헐값에 사려 하지 마라.


표창장 등은 입시에 반영이 되지 않았으니 무죄다?
조국과 정경심의 변호인들도 했던 주장이다. 그러나 입시 비리 혐의에 적용된 '업무방해죄'는 서류의 당락 영향 여부와 관계없이 성립한다. 만일 성적이 낮은 학생들 100명이 허위스펙을 만들어 한 명은 합격하고 99명이 불합격했다면 나머지 99명은 무죄가 되나?

업무방해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업무방해에 이르지 않아도, 방해될 위험을 초래하는 것만으로 성립한다. 형법은 이것을 '추상적 위험범'이라고 한다. 이런 내용은 형법 교수인 조국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조국 측 변호인들의 주장과는 달리 위조된 표창장이 실제로 조민의 시험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정경심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조민이 지원한 부산대 의전원 1단계 전형에서 합격자 최저점과 불합격자 최고점의 점수 차는 매우 근소했다. 재판부는 조 씨가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 허위경력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1단계 서류 평가에서 더 낮은 점수를 받아 탈락했을 가능성이 있어, 허위 서류가 입시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을 심었다?
유튜브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이 주장은, 미안하지만 정경심의 변호인들 조차 하지 않은 주장이다. 변호인들은 이것을 다투는 것이 무익하다 판단했는지, 대신 증거능력을 다퉜다. 복잡한 쟁점이니 이 부분은 넘어가겠다. 


정경심 교수가 스스로 표창장을 만들면 그만이지 몰래 만들 이유가 없다?

얼마전에 김어준이 핏대 세우며 한 주장이다. 

당시 동양대 교수였고 센터장이었던 정경심 교수 역시 표창장을 발행할 권한이 있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다. 조민이 부산대 의전원에 지원할 때 필요했던 수상경력은 "총장, 도지사 및 시장, 장관급 이상의 수상에 한함"이라는 제한 요건이 있었다. 때문에, 애초 정경심은 스스로 그런 정도의 표창장을 만들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동양대 표창장 위조 건은 그런 행위의 '동기'나 '가능성' 의 존재를 논할 사안이 아니다. 정경심이 위조할 동기가 있건 없건, 동양대가 교직원 아무나 표창장을 만들 수 있고 총장 직인을 빌려서 막 찍는 수준의 학교이건 아니건, 핵심은 PC에서 나온 '총장 직인 파일'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주장한 방식대로 정경심처럼 표창장 만들기 시연에 실패했다?

거짓말이다. 변호인단이 검찰 주장대로 시연을 해보라고 했지만 검찰은 그에 응하지 않았다. 총장 직인 파일과 그 파일이 사용된 흔적이 엄연히 있는데 시연을 왜 하냐는 논리였다. 맞는 주장이다. 살인 사건에서 칼에 지문이 나왔으면 됐지 검찰이 살인 시연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조국 부부를 옹호하는 측은 이렇게 상식적인 검찰의 대응에 대해서도 '시연 못 하는 거 보니 자신 없나' 라고 호들갑을 떤다. 


동양대 연구보조원 활동

정경심은 조민이 동양대에서 연구보조원으로 일했다고 주장했지만 조민이 연구 활동을 실제로 수행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전무했다. 동양대에서 조민을 봤다는 학생들도 없었다. 정경심은 조민을 연구원으로 허위등록하고 조교를 이용해 수당까지 챙겼다. 경북교육청이 지급하는 연구비를 조교 계좌로 받게 한 다음 조민에게 송금하도록 했다. 법원은 정경심이 조 씨를 허위 연구보조원으로 등재해 국가보조금을 수령한 사실을 인정, 사기 혐의까지 유죄로 판단했다. 


단국대학교 의과학연구소 인턴 및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지도교수가 조 씨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고등학생을 제1저자로 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하며 후회한다"는 내용이 발견되기까지 했다. 


공주대학교 생명공학연구소 인턴

지도교수와 논문 제1저자인 대학원생은 재판에서 조민 씨가 연구나 실험에 참여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선인장 재배 관찰 사진 등을 이메일로 보낸 것이 전부였으며, 이는 논문 초록에 제3저자로 등재될 만한 기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KIST의 공식 전산 출입기록이 스모킹건이 됐다. 해당 기록에 따르면 조민 씨는 단 3일만 출입했으며, 이마저도 "주로 잠을 잤다"는 관계자 증언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애초에 고등학생 대상 인턴 프로그램 자체가 없었다.  조민의 동기 모두 조민이 서울대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법원은 당일 세미나에 왔다 해도 그게 2주간의 인턴십과는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부산 아쿠아'팰'리스 호텔 인턴

인턴을 하러 가야 할 그 시간에 조민의 다이어리에 다른 일정(AP 시험기간에 부산 가서 호텔 인턴을?)이 있었다. 조국이 위조한 증명서에 오타('아쿠아팰리스'로 잘못 기재. '펠'이 맞음)를 낸 것이 드러나 허위 작성에 관여했음이 밝혀졌다. 해당 증명서는 조국 전 장관의 서울대 연구실 PC에서 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의 인턴 확인서 원본 파일이 발견됐다. 

유재수 감찰무마

이건 간단하다. 조국은 "박형철·백원우 비서관과의 이른바 '3인 회의'를 통해 논의한 결과 감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으나 박형철은 이를 부인했다. 게다가, 유재수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해보니 1천만원이 넘는 비위혐의가 대부분 입증되었다는 스모킹 건이 나왔다.

박형철은 조국이 "유재수 전 부시장의 사표를 내는 선에서 정리하기로 했다"며, 사실상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조국이 주장한 '3인 회의'는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조국의 결정을 '통보 받는 자리'였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백원우와 박형철의 증언 중 '감찰 실무 책임자' 였던 박형철의 증언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조민 장학금 수수 (청탁금지법)

검찰은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이 조국의 직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혐의를 완벽히 입증하지 못했다. 따라서 뇌물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나왔다. 

조국은 민정수석이었고 노환중은 부산의료원장이었다. 직무 관련성은 충분하나 부정한 청탁은 개연성만 존재한다. 그러나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해도 문제다.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공직에 있는 사람이, 유급 상태에서 낙제를 두 번이나 한 딸이 아무 명분 없는 장학금을, 그것도 6학기 동안이나 받도록 묵인한 것은 특권의식이며 도덕불감증이라는 비판을 받을만 하다. 


원래 성적지체자에게 주는 '격려장학금'이라는데?

부산대에서 그런 방식으로 지급한 사례가 없었다. 재판 과정에서 조민에게 지급된 장학금이 부산대의 장학금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조국 부부와 노환중 원장 모두 조민이 장학금을 받은 것을 다른 학생들에게는 비밀로 하도록 당부했다는 대화내용도 드러났다. 


* 이 글이 '조국의 강'을 건너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혹여 틀린 내용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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