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5. 8. 19.
[김성민칼럼] 통님
이재명 지지그룹에서는 이재명을 '통님'이라고 부른다. 장삼이사가 그러는게 아니라, 강훈식 비서실장부터 '통님'이라 부른다.
"이재명 정부의 사실상의 인수위 기간이 끝났다는 느낌에, 통님의 첫 지시가 떠올랐습니다."
이채롭다. 대통령 선거를 해서 대통령을 뽑은 게 아닌가. 통님 선거를 해서 통님을 뽑아서, 통님으로 취임하고, 어제 통님으로 임명했단 말인가. 요즘 얼라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장난 캐릭터가 있는데 그중 '통통통통 사후르'가 가장 인기가 좋다고 한다. 왜 얼라들처럼 통통 거리나.

대통령실을 차지한 5,60대는 몸이 늙어가는 동안 머리는 철 들지 못했나 보다. 그런 이칭을 쓴다고 더 정겨워 보이거나, 권위가 생기는 게 아니다. 이미 그런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시절, 일베나 DC인사이드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고 '가카'로 호칭했다. 각하閣下가 아니다. 격은 올리지만, 비공식적인 친근한 느낌을 담아 '가카'라고 불렀다. '대통령님'이라는 멀쩡한 호칭을 놔두고 '통님'이라 칭하는 것과 목적도 똑같고, 어감도 비슷하다. 늙다리 정치인 애들이 통통통 거리며 남 눈치도 안 보고 까불거리는 모양새도 같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어야 했다.
"자연스럽게 대중 사이에서 일컫어지는 별명이라면 모를까, 비서실장부터 나서서 '통님'거리면 탈권위적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권위주의 시대의 망령처럼 보입니다."
이들 귀는 꽉 막혔으니 이런 조언이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대통령님'이라는 칭호는 쓰기가 싫다. 왜 그럴까. 내가 그 속마음은 잘 안다. 윤석열도 대통령이었으니, 대통령같이 흔해 빠지고 하찮은 호칭은 쓰기가 싫은 것이다. 더 위대하고 더 거룩하게 만인 위에 군림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야 하지만, 민주적이고, 또 따뜻한 인민의 어버이로 보여야 하는 것이다. 어려운 과제다. 이런 고민 모든 독재자들이 이미 한번씩 다 했다.
로마의 황제정을 구축한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의 권위적인 임페라토르 대신 좀 겸손해 보이는 칭호를 선택하려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가카도 아니고, 통님도 아니다. '제 1시민' 프린켑스다. 시민이긴한데 그 중에서 제 1시민이라는 의미다. 딱 이재명과 민주당이 좋아할 만한 칭호다. 이재명은 마름이 되고 싶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했다. 머슴중에서 한단계 높은 머슴인 마름으로 써달라고 했다. 정말 몰상식하다. 그건 청지기지. 마름은 소작민 착취하는 지주의 대리인이다. 뒤늦게 누가 알려줬는지 마름이 되고 싶단 이야기는 한 철만 하더라고.
그네들 귀에 프린켑스는 바퀴벌레 약 이름처럼 들릴 것이다. '통님'이라는 오만한 칭호 대신, 더 솔직하고 더 담백하며 더 합목적인 칭호를 권한다. 이재명 지지자들이 특히 좋아하는 칭호다. 수령님 어떤가? 입에 '위수김동'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가 촥 붙어 있지 않나. 어쩌면 대통령실에서는 예전부터 수령이라고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얼마전 대통령 임명식이라는 걸 했다. 대관식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내가 보기에 개선식에 가깝다. 로마 황제의 개선식 말이다. 다른 게 있다면 겸손한 마음가짐 뿐이다.
개선하는 장군 옆에는 노예가 서서 '메멘토 모리', 오늘은 모두가 신처럼 우러러보겠지만 뒤질 날이 올 거라고 계속 속삭인다. 군단병들은 개선하는 카이사르 뒤에서 행진하며 노래불렀다.
"대머리 난봉꾼 납시오. 마누라 조심합시다. 여러분 세금은 갈리아 원정하며 다 써버렸수다."
내가 지어낸 말이 아니라, 수에토니우스의 역사책 '황제들의 생애'에 나오는 말이다.
지금 이재명 집권세력은 로마황제보다도 더 오만하다. 조만간 뒈져버릴거라고 알려주는 노예 한 사람이 없다. 지금 2,30대는 10년이 지나면 주류가 되어 역사를 그들 시선으로 기록할 것이다. 그럼에도 한 세대 전체를 극우로 몰아붙이는 오만은 도대체 무슨 배짱에서 나오는 것인가. 영원히 살 거라는 오만에서 나온 것 아닌가. 메멘토 모리. 너거들도 조만간에 다 뒈진다. 10년 뒤, 20년 뒤에 몇 명이나 살아남는다고 그렇게 오만하게 구는가.
![[김성민칼럼] 통님](/api/blob/legacy-cheditor4-2508-5dfb2bad2b06855a29a4b510d6d8774ed5937a31.jpg)
김성민 기자
- [김성민] 이순재라는 사람2025. 11. 27.
- 이재명의 농담2025. 11. 4.
- [김성민칼럼] 협상이 되긴 한건가?2025. 10. 31.
- 이재명의 농담2025. 11. 4.
- 더 나쁜 놈2025. 10. 27.
- [김성민] 이순재라는 사람2025. 11. 27.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