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5. 8. 20.
[분석] 노란봉투법 통과되면 대기업, 수백 개 하청 노조와 “끝없는 교섭전” 직면
이미 삼성,SK,현대차,롯데 등등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파업 및 소송중
민주당은 재계의 우려는 기우라고 하지만
대기업이 하청 노조 직접 상대하도록 강제하는 법안 될 것
[분석] 노란봉투법 통과되면 대기업, 수백 개 하청 노조와 “끝없는 교섭전” 직면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이 오는 21~25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법안은 원청이 직접 고용하지 않은 하청 노동자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면 사용자로 인정하는 조항(노조법 2조 개정)을 담고 있다. 이대로 시행될 경우, 국내 대기업들은 정규직 노조와의 협상에 더해 수백 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도 시달리게 될 전망이다.

이미 나타난 ‘예고편’
중앙일보가 10대 그룹(농협 제외)을 조사한 결과, GS를 제외한 삼성전자·SK·현대차·LG·롯데·포스코·HD현대·한화·신세계 등 9개 그룹 계열사에서 최근까지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시위·파업·소송을 벌였다.
- 삼성전자: 반도체 웨이퍼 세척 협력사 ‘이앤에스’ 노조는 임금 체불 문제를 두고 회사를 고소하고, 기흥캠퍼스 앞에서 “삼성이 해결하라”고 시위를 벌였다. 국회에서는 민주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며 원청 책임을 직접 거론했다. 결국 삼성의 협력사는 노조 요구를 수용했다.
- SK하이닉스: 청주 팹 건설 협력사 노조원 150여명이 해고되자, 원청에 직접 해결을 요구했다.
- LG화학: 여수산단 사내하청 300여명이 해고 통보를 받자 “‘진짜 사장’ LG가 책임지라”고 압박했다.
-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는 금속노련 위원장이 임금 교섭을 요구하며 철제 망루 농성을 벌이다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 한화·신세계 등도 하청 노조가 원청 사용자성을 문제 삼아 법적 분쟁을 진행 중이다.
한 화학업체 노사담당 부장은 “본사 정규직 강성 노조와 매년 협상하기도 벅찬데, 하청 노조까지 상대해야 한다면 1년 내내 협상만 하게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업종별 하청 구조
한국 제조업의 핵심 업종들은 본질적으로 ‘원청-하청 협업 구조’에 기초해 있다.
- 자동차: 1차 협력업체만 685곳(2024년 기준). 2·3차까지 합치면 약 8천 개 업체 규모.
- 조선: 사내 하청 비중이 63~68%. 원청 인력보다 하청 인력이 더 많다.
- 철강: 구체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제철소·제강소 운영에 필수적으로 다수 하청업체가 투입.
- 화학: 여수·울산·서산 등지에 협력 중소업체가 대거 산재. 정규직보다 하청 비중이 높은 사업장도 존재.
이 같은 구조에서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대기업이 수십~수백 개의 교섭 요구를 감당해야 하는 ‘교섭 지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민주당 “재계의 걱정은 기우”
반면 민주당은 재계의 우려를 일축한다.
-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법안 수정은 없다”며 강행 처리를 못박았다.
- 김병기 원내대표는 “재계의 걱정은 기우”라면서 “법원 판례를 매뉴얼화하면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민주당 지도부는 “법안 자체가 투자 위축이나 기업 철수를 불러올 일은 없다”며 오히려 기업의 과장된 위기 부풀리기라고 평가했다.
제조업 경쟁력 시험대
결국 노란봉투법은 단순한 파업 손배 제한을 넘어, 대기업이 하청 노조까지 직접 상대해야 하는 ‘노사 패러다임 전환법’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국회에서 법안이 강행 처리된다면, 산업 현장은 대기업과 수백 개 하청 노조가 뒤엉킨 전례 없는 교섭 국면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김남훈 기자
heavy1@of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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