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 2시간 전
이재명 황제 골프와 민주당이 세운 기준
이명박은 황제테니스 논란 때 600만원 지불, 사과, 검찰수사까지 받아
윤석열 논란때 김병주 '500만원' 비용 의혹 제기
이재명 황제 골프와 민주당이 세운 기준
10월 10일 토요일 오전 10시 16분, 대구 북구의 한 상가 2층 천장이 무너졌다. 어르신 66명 가운데 38명이 다쳤다. 같은 날 대통령은 서울 노원구 태릉 군 골프장에 있었다. 청와대는 다음 날, 주진우 의원의 기자회견이 예고되자 그제야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그곳을 찾았다고 인정했다.
나는 대통령이 골프를 쳤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다. 대통령도 운동할 수 있다. 청와대 설명대로 현장에서 보고를 받고 지시도 했을 것이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하나다. 청와대가 내놓은 대답, "(골프비용)은 자비라고 한다"는 그 한 문장이다. 자비면 자비이지 왜 전언의 형태로 답할까. 자신이 없는 것인가.

이재명을 위해 네 팀을 비웠다
골프장은 7분마다 한 팀씩 출발시킨다. 그날 화랑 코스 기록에는 11시 5분 출발 팀 다음이 11시 40분이다. 7분 뒤에 와야 할 다음 팀이 35분 뒤에 왔다. 토요일 점심, 손님이 줄 선 식당에서 옆 테이블 네 개를 비워두고 밥을 먹은 셈이다.
처음도 아니다. 해군 장병이 실종됐던 7월 12일에도 같은 화랑 코스에서 티타임 네 개가 연달아 비어 있었다는 국방부 자료가 나왔다. 왜 비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방부는 답변이 제한된다고만 했다. 한 팀이 들어가면 네 팀이 빈다. 우연이라기엔 공식이 너무 같다.
‘황제테니스’ 창시자는 바로 민주당
이런 장면에 '황제'라는 딱지가 붙기 시작한 건 2006년 이명박 서울시장 때다. 이 시장이 남산 실내테니스장을 주말 황금시간대에 독점하다시피 썼고, 그 이용료를 다른 사람이 냈다는 의혹이었다.
그때 지금 민주당의 뿌리인 열린우리당이 어떻게 공격했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정동영 의장은 그 테니스장을 '특권지대'라 불렀다.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우원식 의원은 현장을 뒤져 샤워실과 미니바를 들추며 VIP 시설 의혹을 제기했다. 2004년 서울에 폭우가 쏟아진 비상 상황에도 테니스를 쳤다는 공격까지 나왔다. 재난 때 운동했다는 비판도, 누구 이름으로 냈느냐는 비판도 민주당이 먼저 했다.
그래서 이명박은 어떻게 했나. 세 가지를 했다. 공직자로서 사려 깊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이용료 600만 원을 정산했고 금액이 공개됐다. 고발당해 검찰 수사를 받았고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이명박을 칭찬하려는 게 아니다. 이 사안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지속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사과했고, 돈을 냈고, 수사를 받았다.
추미애와 김병주가 만든 질문
18년 뒤인 2024년 가을, 다시 ‘황제’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이번엔 테니스가 아니라 골프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군 골프장 라운딩 논란이 있었고 선봉은 민주당 국방위원 두 사람이 맡았다. 추미애 의원은 국방부 자료를 받아내 윤 대통령의 군 골프장 이용 날짜를 공개했다. 그리고 대통령도 골프는 칠 수 있지만 시간, 장소, 상황에 맞아야 한다고 정리했다. 김병주 의원은 4성 장군 출신답게 군 골프장 사정을 정확히 짚었다. 대통령이 치면 앞뒤로 다섯 팀쯤 비워야 하고 그 비용이 500만 원쯤 되는데, 그게 대통령 개인 돈인지 경호 비용인지 밝히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 그 질문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이제 2026년으로 돌아와보자. 추미애 말대로 시간·장소·상황을 따지면 대구에서 천장이 무너진 날이다. 김병주 말대로 대통령과 가족의 쾌적한 라운딩을 위해 팀을 받지 않았다면 500만 원쯤 될 것이다. 전용 시설을 따지면 대통령이 올 때만 연다는 클럽하우스 문이 열려 있었다는 사진이 나왔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에서는 군 체력단련장이 '근무처'라는 말, 트럼프와 칠 수 있으니 '외교 준비'라는 말이 나온다.
"자비라고 한다"
이제 개인 돈이냐 경호 비용이냐는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10월 12일, 한 언론이 결제 방식을 묻자 청와대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자비라고 한다.“
나는 이 문장을 올해 들은 가장 믿기 어려운 대답이라고 본다. 이유는 다섯 가지다.
첫째, '자비로 냈다'가 아니라 '자비라고 한다'다. 청와대가 대통령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처럼 전한다.
둘째, 증명은 너무 쉽다. 카드 전표 한 장, 이체 내역 한 줄이면 끝난다. 이명박조차 600만 원이라는 금액을 공개했다.
셋째, 불과 한 달 전에는 답도 못했다. 9월 대정부질문에서 개인 골프면 자비로 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성숙 국무총리는 답할 사안이 아니라고 피했다. 7월 의혹 때 청와대는 비공개 일정이라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주진우 기자회견이 예고되자 그제야 '자비'가 나왔다.
넷째, 범위가 빠져 있다. 대통령 일행 네 명의 그린피는 많아야 100만 원 안팎이다. 그런데 비워둔 네 팀, 열여섯 명의 토요일 자리가 있다. 일반인 요금으로 따지면 300만 원이 넘는다. 2024년 김병주 의원 계산대로라면 500만원이다. 이 돈까지 냈는가. 안 냈다면 그 손실은 누가 메웠는가. 군 골프장 매출은 장병 복지기금으로 쓰인다.
다섯째, 예약자 이름이다. 그날 기록을 보면 해당 시간대 예약자와 내장객 칸에는 대통령 가족이 아닌 다른 이름들이 적혀 있다. 경호 때문에 이름을 빌렸다고 치자. 그렇다면 남의 이름으로 들어가 대통령 돈으로 냈다는 걸 무엇으로 확인하나. 2006년 우원식 의원이 '대리인을 내세웠다'고 따진 바로 그 지점이다. 백번 양보해 골프치러 가는 것을 숨기는 건 경호지만, 다녀와서도 숨기는 건 경호가 아니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돈 문제로 법정에 선 사람이 "내 돈으로 냈다"고 할 때는 말보다 증빙이 먼저여야 한다.
이명박만큼만 하라
2006년 민주당은 이명박에게 사과,정산,검증을 받아냈다. 2024년 민주당은 윤석열에게 같은 것을 요구했다. 그 잣대가 옳았다면, 2026년에도 같은 잣대를 대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이명박만큼만 하라.
'유감'이 아니라 사과하라. '자비라고 한다'가 아니라 영수증을 보여달라. 대통령 일행 그린피는 물론, 비워둔 네 팀의 손실분까지, 덧붙여 5월과 7월분까지 모두.
추미애 의원과 김병주 의원에게도 묻는다.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다른가.
김남훈 기자
heavy1@of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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