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 1시간 전

치이카와 쿠키 만들던 손으로 6조 반도체 심사

6조 반도체 예산 심의 '산업 분야' 위원 3명, 반도체 경력 ‘0’

총리실 "제빵, 인재 양성, 균형 성장에 관심 있는 분들"

반도체 산업 분야 민간위원 3명, 반도체 경력자 없어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받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국비 6조원을 심의하는 국무총리 소속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지원위원회에서 산업 분야를 맡은 민간위원 3명 중 반도체 경력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산업통상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산업 분야 위원은 이근배 전남대 총장과 한경구 균형성장정책개발원장, 김소우 슬라이폭스 대표다. 김 대표는 광주 상무지구 본점을 비롯해 서울·인천에 매장을 둔 과일 산도 카페의 창업자다. 이 총장은 정형외과 의사 출신이고, 한 원장은 지난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국토공간혁신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맡아 이재명 대통령의 ‘5극 3특' 공약 설계에 참여했다. 김 대표는 위촉 직후 SNS에 지역 창업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전하겠다는 글을 올렸지만, 이 위원회가 다루는 돈은 클러스터 조성과 산업 기반시설, 입주 기업 지원에 들어가는 예산이다.

반도체 분야 민간위원에 위촉된 김소우 대표 (사진 김소우 인스타그램)
반도체 분야 민간위원에 위촉된 김소우 대표 (사진 김소우 인스타그램)
김 대표는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김소우 인스타그램)
김 대표는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김소우 인스타그램)

민형배 시장은 김 대표를 광주를 대표하는 청년기업가로 소개했다 (사진 김소우 인스타그램)
민형배 시장은 김 대표를 광주를 대표하는 청년기업가로 소개했다 (사진 김소우 인스타그램)


8월엔 '전문가', 11월엔 '관심 있는 분들'

정부는 8월 31일 지원위 첫 회의 때 낸 보도자료에서 민간위원들을 도시개발·지방분권·교육자치 등 각 분야의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반도체 비전문가 위촉이 도마에 오르자 총리실은 산업 분야 위원들을 "제빵, 인재 양성, 균형 성장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도시 개발 관점에서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전문가를 꼭 넣으라는 법 규정은 없으며 위원을 고르면서 여성과 청년 몫을 챙겼다고 했다. 총리실과 산업통상부는 반도체를 맡은 산업통상부 장관, 전력을 맡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등이 정부위원으로 들어가 있어 전문성을 메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예산을 편성한 곳이 산업통상부이고 돈을 받아 쓸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도 위원으로 앉아 있어, 예산을 짜고 쓰는 쪽이 스스로를 점검하는 셈이 됐다.

예타 면제 6조원, 지원위가 "면밀하게 점검"한다더니

6조원은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았고, 예타를 면제받은 사업이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돈은 통합특별시가 관리할 기금의 반도체 계정에 한꺼번에 들어가고, 시가 해마다 기금 운용 계획을 짜면 지원위가 심의·의결해 집행하는 구조다. 정부 사업설명자료는 내년 1조5000억원을 클러스터·산업기반시설 1조원, 기업·입주기관 지원 2000억원, 기술개발·생태계 2000억원, 전문인력 양성 700억원 등으로 나눠 놓았지만 이 금액은 '활용 예시'에 불과하고 개별 사업과 성과 목표는 나중에 정하기로 했다. 계획 없이 돈부터 잡았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산업통상부는 지난 2일 설명자료에서 지원위를 통해 사업의 적정성과 기금 운용의 효율성을 "면밀하게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재정 책임성을 지킬 장치로 내세운 위원회의 산업 분야 자리를 반도체 비전문가들로 채운 것이다.


에너지엔 KENTECH 연구원장, 산업엔 카페 대표

같은 위원회 에너지 분야 민간위원 자리에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연구원장이 들어갔다. 통합특별시 역시 출범 첫날 조례로 반도체 전략위원회를 만들고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를 지낸 정은승 전 사장에게 위원장을 맡겼다. 분야에 맞는 전문가를 찾을 길이 없었던 게 아닌데도, 총리가 위촉한 산업 분야 자리에는 민 시장이 자신의 책에서 지역 청년 기업인으로 소개한 김 대표와 대통령 공약 설계에 참여한 한 원장이 앉았다. 이 총장이 강조해 온 인력 양성 몫도 내년 1조5000억원 가운데 700억원에 그친다. 국회 예결위는 예산안 검토보고서에서 산업 분야 위원 중 반도체 전문가가 없다고 꼬집었고, 국회 예산정책처도 전문성을 보완할 방안을 정부에 주문했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은 반도체를 모르는 위원들이 6조원 예산과 클러스터 기반시설 계획을 심의하는 데 "제대로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고, 총리실은 국회가 요구하면 민간위원 구성을 손볼 수 있다는 여지만 남겼다.


한편 한성숙 국무총리는 지난 9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6조원 예산의 구체적인 산출 근거를 묻는 질의에 "발표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라고 답해 '선(先)예산 후(後)설계' 논란을 키웠다. 메가특구 사업 담당 공무원의 징계·문책을 제한하는 면책 조항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감사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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