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1시간 전
'인성교육'이라더니 런웨이 워킹… 특전사 1공수여단 '모델 교육' 논란
하이힐 신은 모델 시범 따라 대원들 걸음·포즈 연습
부대 "기본자세 다지려 자체 기획" 해명
체육관 바닥에 깔린 런웨이
지난달 29일 육군 특수전사령부 제1공수특전여단 체육관에서 ‘K워킹 퍼포먼스 밀리터리 페스티벌'이 열렸다. 위장 무늬 옷에 하이힐을 신은 여성 모델들이 바닥에 그어진 선 위를 엇갈린 발걸음으로 걸었고, 줄지어 선 특전사 대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모델이 한 발을 앞으로 빼면 대열 전체가 같은 발을 뺐다. 발 내딛기부터 방향 전환, 마무리 포즈까지 대원들은 모델의 동작을 하나하나 복사하듯 따라 했다. 마지막에는 의자에 앉은 모델들 앞으로 대원들이 한 명씩 어깨를 흔들며 걸어 나와 자세를 잡았고, 웃음을 참지 못하는 대원도 영상에 잡혔다. TV조선이 이 영상을 입수해 4일 보도하면서 장면이 바깥에 알려졌다.

부대 해명은 "기본자세 확립"
부대가 내놓은 설명은 인성교육이다. 장병 인성을 기르는 집중교육 기간에 바른 자세와 걸음걸이를 몸에 익히게 하려고 부대가 직접 프로그램을 짜고 모델을 섭외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장병 의견을 들어 부대 특성에 맞게 고쳐 나가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군에는 이미 걸음걸이와 자세를 가르치는 훈련이 있다. 제식훈련이다. 보폭과 팔 높이, 몸을 돌리는 각도까지 규정으로 못 박아 두고 수십 명이 한 사람처럼 움직이는 절도를 목표로 삼는다.
런웨이 워킹은 그 반대편에 있다. 발을 한 줄 위에 겹쳐 디디며 몸의 곡선을 드러내고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 걸음이다. 군인의 기본자세를 바로잡는 게 목적이었다면 제식 교관 한 명을 세우면 끝날 일이었다. 누가 이 행사를 결재했는지, 모델 섭외에 예산이 얼마나 들었는지는 해명 어디에도 없다.
"자괴감 느꼈을 것"… 군 안팎 반발
군 내부 반응은 싸늘하다. 한 군 관계자는 "대비해야 할 것이 많은 특전사 대원들에게 왜 이런 것을 가르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계엄에 동원됐던 장병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부대를 민간인처럼 바꾸려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영상을 제보한 특전부사관 출신 유튜버는 대원들이 윗선 지시로 참여했겠지만 "상당한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관련 보도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제정신들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북한이 지뢰를 묻고 탄도·순항미사일과 방사포를 섞어 쏘는 와중에 국방부는 특전사에 워킹이나 가르치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뢰에 발목 잃은 지 한 달여 만에
올해 군은 기강 문제로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8월에는 서부전선을 맡은 1군단이 최전방 초소 공용화기에 실탄을 끼우지 않은 채 경계를 서 온 사실이 드러나 군단장이 직무에서 배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방부 등의 업무보고에서 뽕나무 화살이 대나무로, 다시 갈대로 바뀌다 끝내 창고가 텅 비게 된다는 비유를 들어 군기가 조금씩 무너지는 것을 경고했다. 9월에는 비무장지대에서 수색로를 내던 25사단 장병들이 지뢰 폭발로 다쳤고, 현장 지휘관은 발목을 잃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남쪽에 일부러 묻은 지뢰라고 결론 내렸다.
특전사는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적 후방으로 들어가는 부대다. 1공수여단은 1958년 창설된, 특전사의 출발점이 된 부대다. 대통령이 군기 해이를 경고한 지 석 달, 북한 지뢰에 아군이 발목을 잃은 지 한 달여 만에 이 부대 체육관에서는 런웨이 턴 연습이 벌어졌다. 바른 걸음을 가르치겠다는 취지였다면 방향부터 틀렸다.
한편 제1공수특전여단은 2024년 12·3 비상계엄 때 국회에 병력을 투입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시 여단장이던 이상현 전 준장은 올해 1월 파면됐다. 8월 1심에서는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김남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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