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1시간 전

"허위사실 유포는 범죄"라는 대통령, 이재명 본인은?

2년 전 영상을 '지금 일'로 올린 대통령

익명 게시물 하나로 '패륜 기업'을 만들었다

"명백한 팩트"라던 구성 핵시설

10월 29일 오후 이재명 대통령이 X에 글을 올렸다. "허위사실 유포는 범죄입니다. 불신과 대결을 유도하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경찰이 전담팀을 구성해 집중 수사하고 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 비하 글을 211차례 올린 20대가 검거된 날이다. 글은 이렇게 끝난다. "모르고 한 일일 가능성이 높지만, 범죄는 죄가 되는 줄 몰랐다고 해서 용인되는 것이 아니므로 신중하면 좋겠습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묻는다. 그 기준을 대통령 본인의 X 계정에 적용하면 어떻게 되나.


허위사실 유포는 범죄라는 이재명 대통령
허위사실 유포는 범죄라는 이재명 대통령


2년 전 영상을 '지금 일'로 올린 대통령

4월 10일 아침, 대통령은 ‘Jvnior’라는 계정의 영상을 인용했다. 영상 설명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아이를 고문한 뒤 지붕에서 던졌다"였다. 대통령은 이렇게 썼다. "이게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알아봐야겠습니다. 우리가 문제삼는 위안부 강제,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영상은 2024년 9월 서안지구 카바티야 작전 장면이었다. 고문당한 아이가 아니라 교전 중 사살된 무장대원의 시신이었다. 1년 7개월 전 일이고, 당시 백악관이 문제 삼았고, 이스라엘군이 조사와 징계까지 끝낸 사건이다. 오마이뉴스가 이날 오전 이걸 확인해 보도했고, 대통령은 낮 12시 37분 “2년 전 영상”임을 인정했다.

다음 날 이스라엘 외무부가 공식 계정에 글을 올렸다. “2024년의 사건을 마치 최근 사건인 것처럼 왜곡해서 인용했다”, "발언하기 전에 항상 사실 여부부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홀로코스트 추모일 전야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외국 정부로부터 '사실 확인부터 하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이틀 뒤 대통령은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이스라엘 규탄 영상을 또 올렸다가 지웠다.

'알아봐야겠다'는 단서를 달았으니 허위사실 유포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알아보기 전에 위안부와 홀로코스트를 붙였다. 알아보는 건 대통령이 올린 뒤 언론이 했다.

익명 게시물 하나로 '패륜 기업'을 만든 대통령

5월 23일 대통령은 정진욱 의원의 글을 인용했다. 스타벅스가 세월호 참사일인 4월 16일에 '사이렌 이벤트'를 했다는 내용이다. 대통령은 "제발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쓴 뒤 바로 이어갔다. "인두겁을 쓰고서는 도저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 "일베보관소도 아니고", "악질 장사치의 패륜 행위", "국민적 심판이 있을 것."

사이렌은 1971년 스타벅스 창립 때부터 쓰인 로고다. 문제의 머그잔이 나온 2024년 4월 16일은 화요일이고, 스타벅스코리아는 신제품을 통상 화요일에 낸다. 사이렌 상품은 연중 나온다. 이 주장의 출처는 익명의 페이스북 게시물이었다. 그걸 여당 의원이 옮기고, 대통령이 인용해 '패륜'으로 확정했다. 사실 확인은 그 사이 어디에도 없었다.

사흘 전인 5월 20일에는 무신사의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양말 광고를 올리며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럴 수가 있나"라고 했다. 2019년 광고다. 당시 무신사는 즉시 삭제하고 세 번 사과했고, 경영진이 박종철기념사업회를 찾아 사죄했고, 기념사업회가 받아들였다. 7년 전에 끝난 일을 대통령은 지금 벌어진 일처럼 올렸다.

"허위사실 유포는 범죄"라는 대통령, 이재명 본인은?



본인 발언은 '대체로 거짓'

10월 27일 국무회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러다가 해도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 전부 다 송금해 버리니까."

이날 밤 대통령은 한겨레 기사 제목에서 '크게'가 빠졌다며 "기사 정정하시고 사과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썼다. 한겨레가 제목을 고치자 "왜 바꿨는지 밝히고 사과하라"고 다시 썼다. 다음 날에는 "까대기식 보도", “SNS 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건 때려도 저항하지 말고 그냥 맞으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같은 날 오마이뉴스 팩트체크가 이 발언에 '대체로 거짓'을 매겼다. 비전문취업(E-9) 외국인도 소득의 43.5%는 국내에서 쓴다. "전부 송금"은 통계와 다르다. 외국인 근로자 근로소득세는 1조1,657억 원,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은 9,439억 원 흑자. 농업 고용노동의 64%가 외국인이다. 언론의 '왜곡'을 때린 그 발언이 친여 매체 검증에서 거짓 판정을 받았다.

"명백한 팩트"라던 구성 핵시설

4월 20일, 인도 순방 중 대통령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엄호했다. "구성 핵시설 존재 사실은 각종 논문과 언론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은 명백한 팩트." 정 장관이 기밀을 누설했다는 전제는 "모든 주장과 행동이 잘못"이라고 했다.

오마이뉴스 판정은 '사실 반 거짓 반'. 구성에 핵 관련 시설이 있다는 의혹은 있었지만, 정 장관이 말한 '우라늄 농축시설'과 연결한 공개 자료는 2016년 ISIS 보고서 하나이고 그마저 '추가 확인 필요'라고 돼 있었다. 정 장관 자신이 4월 29일 "그로시 IAEA 총장 보고에 구성은 없었다"고 인정했다. 정 장관이 근거로 댄 CSIS의 빅터 차는 "구성 보고서를 낸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대통령이 "명백한 팩트"라고 한 것의 실제 근거는 10년 전 보고서 한 장이었다.

"있지도 않은 일"이라던 추진위

9월 23일 뉴욕에서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 생가복원 추진위원회 발족' 게시물을 두고 "하지도 않은 말, 있지도 않은 일을 사실처럼 전제하고 공격하는 건" 명예훼손 범죄라고 썼다. “2025년 7월 3일 벌어진 해프닝”, "이미 소멸된 이야기"라고 했다.

추진위는 2025년 7월 3일 실제로 발족했다. 위원장 전영선, 참여자 40여 명, 김 여사의 6촌 오빠 포함. 2025년 10월 아시아경제 보도 시점에는 “2026년 2~3월 사단법인화” 계획까지 밝혔다. 없던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경고해서 접었다면 그렇게 말하면 된다. "있지도 않은 일"은 아니다.

모르고 한 일이라도 용인되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4월 6일 "가짜뉴스는 반란 행위"라고 했다. 나흘 뒤 2년 전 영상을 올렸다. 7월 21일 "사실관계 자체를 다르게 얘기하면서 정치 의제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10월 27일 '전부 송금'을 근거로 외국인 노동자 정책을 말했다. 9월 23일 "있지도 않은 일을 사실처럼 전제하지 말라"고 했다. 그날 지목한 추진위는 있었다.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동안 X에 664건을 올렸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그중 절반이 참모와 상의 없이 대통령이 직접 올린 것이라고 했다. 귀국 후에는 하루 평균 6건, 28일에는 18시간 동안 12건이다. 2년 전 영상인 줄 몰랐을 것이다. 익명 게시물인 줄 몰랐을 것이다. 7년 전 광고인 줄 몰랐을 것이다. 대통령 말대로 "모르고 한 일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대통령 문장을 그대로 돌려드린다. "범죄는 죄가 되는 줄 몰랐다고 해서 용인되는 것이 아니므로 신중하면 좋겠습니다." 경찰 전담팀이 수사하는 허위사실의 기준이 20대 네티즌과 대통령에게 같은가. 다르다면, 국민은 어느 쪽 기준으로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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