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8. 16.
李'그알' 정조준 반 년... 정밀검열에 기자 중 "비판 보도 축소" 10.7% 응답
지난 2023년, 한 폭로성 문건이 공개되며 다카이치 사나에의 정치적 인생이 흔들렸다. 2014년 경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TBS의 '선데이 모닝' 같은 프로그램을 겨냥해 아베 (당시) 총리와 다카이치 총무대신이 방송법 해석을 바꾸도록 공무원들을 압박한 정황이 드러난 것. 다카이치는 처음에 이 문건을 "날조"라고 주장하며 사실일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으나, 총무성 조사 결과 실제 존재하는 공식 문건임이 확인되면서 큰 곤욕을 치렀다.
문건에 따르면 기존에는 방송사의 전체 프로그램을 보고 공정성을 판단했으나, 다카이치는 '하나의 프로그램'이라도 정부에 비판적이면 제재를 가하자고 했다. 최대 방송 면허를 몇 달간 정지시키는 수준의 제재도 검토했다.
다카이치의 문건 작성 시기로부터 12년 가량 지난 현재, 한국에서 방통위라는 기구 자체를 부수고 방미통위를 새로 만드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였듯 일본은 기자들의 사상과 사생활을 감시할 수 있는 조직을 총무성 내에 신설하려고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일명 '시큐리티 클리어런스(Security Clearance)'로 언론개혁, 언론정상화라는 프레임 속에 기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 여론을 업고 착착 진행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언론들의 다카이치 총공세에 앙금이 남은 것인지 2026년 중의회 의원선거에서 주요 토론회에 불참하며 오직 자신의 SNS를 통해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 대신 SNS 정치에 몰두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번 SBS 노조 및 언론 탄압, 조선일보 폐간과 TV CHOSUN 폐국 등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다카이치보다 더 세고 폭력적이다.
일본에선 지난 선거 전후로 3분의 2를 장악한 거대 여당이 행정권을 동원해 언론에 개입할 경우, '보도와 표현의 자유'가 완전히 박멸된 사회가 될 수 있다는 도쿄변호사회의 우려가 X 등 SNS에 게시되었다. 많은 시민들은 동의의 뜻으로 해당 글을 재게시했다.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한국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이미 방미통위 출범과 방송 3법 등 여러 진통을 먼저 겪었다.

지난 3월 '그것이 알고싶다' 프로그램과 진행자 김상중을 콕 집어서 압박한 이재명 대통령의 SNS 정치는 과거 다카이치 사나에가 총무대신 시절 TBS의 ‘선데이 모닝’을 콕 집어 ‘정치적 공평성’을 요구한 것보다 더 심각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당 방송을 PD의 의도적인 '살인조폭 몰아가기'로 규정해 좌표도 찍어줬다.
그러나 해당 방송분의 주인공은 이재명 대통령이 아니다. 파타야 살인 사건을 주제로 국제마피아파라는 조직 폭력배에 대해 다뤘으며, 그 국제마피아파가 정치권에도 손을 대고 있으며 취재중 이재명 지사를 '활용당한 정치인'이라 판단했단 것을 보여준다.
이 지사 측은 2019년 1월 해당 방송이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했다며 재방영 금지 및 정정보도 청구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법원은 이 지사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방송 내용이 허위사실이거나 악의적인 공격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2026년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제작진을 압박하는 모습은, 권력이 미디어의 감시 기능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려 한다는 점에서 많은 기자들에게 압박을 준다. 일본 시민단체 '헌법 9조를 부수지 마라! 실행위원회' 관계자는 특정 프로그램의 ‘단 한 장면’까지 문제 삼아 제작진의 입을 막는 방식은 언론의 자율성이 통치자의 이해관계에 종속되는 ‘외과수술식 언론 탄압’이라 말한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하나의 프로그램'이라도 자신에 비판적이면 제재를 가하자고 한다. 언론의 자유가 언론의 특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란 말과 함께 노조까지 비난한다. TV CHOSUN에 "반드시 폐간시키겠다"고 말한 것은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한편 지난 12일 공개된 설문조사에서 종편과 보도전문채널 기자들 중 절반에 가까운 45.2%가 '처우 악화'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해당 설문조사에 응답한 기자협회 소속 회원들 중 최근 겪은 부정적 영향으로 '임금 동결, 취재비 축소 등 처우 악화'를 꼽은 기자가 35.4%로 가장 많았고, '권력 비판 보도 축소'를 겪은 기자들 역시 10.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한국기자협회 창립 62주년 여론조사로 지난 7월 21~29일에 9일간 기자협회 회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설문 웹페이지 링크를 발송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과연 방송사가 재승인을 받기 위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을까? 다카이치가 ‘전파 정지’라는 극단적 위협으로 방송사들을 압박했던 전법이 생각난다. 언론계 전반에 거대한 ‘자기 검열’의 공포를 확산시키며, 결국 한일 양국 모두에서 ‘표현의 자유’를 해체하고 관제 언론의 시대로 회귀하는 위험한 징후가 되고 있다.
강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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