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4. 24.

[칼럼] 국무부 차관보 면담.jpg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미국 방문 일정을 사흘이나 연장한 끝에 귀국한 4월 20일, 당은 출입기자단에게 구글 드라이브 링크 하나를 건넸다. 파일명은 ‘20260416_국무부 차관보 면담.jpg’. 사진 설명에도 ‘국무부 차관보’라고 명확히 적었다. 그런데 사진을 열어본 기자들은 순간 멍해졌다. 미국 측 인물의 얼굴은커녕 앞모습조차 나오지 않고, 오직 뒤통수만 선명하게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차관보면담.jpg [국민의힘 제공]
차관보면담.jpg [국민의힘 제공]

이 한 장의 사진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제1야당 대표가 미 국무부 고위 인사와 만났다는 ‘외교 성과’를 홍보하려던 계획이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미 국무부는 한국 언론의 서면 질의에 하루 만에 답변을 내놓았다. 


“한국 방문단의 요청에 따라 장 대표와 대표단은 사라 로저스 공공외교 담당 차관의 비서실장 개빈 왁스와 만났다.” 


차관보(Assistant Secretary)가 아니라, 차관을 보좌하는 실무 참모였다. 상원 인준조차 필요 없는 일반 보좌관 직책. 국민의힘이 파일명에 적은 ‘차관보’와는 한참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24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장 대표는 “직급을 정확하게 밝히면 특정되기 때문에 차관보급이라고 표기하면서 실무상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글쎄. 실무상 착오? 죄 없는 실무자가 뒤집어쓸 모양인데, 실무자의 착오라면 만나지도 않은 '차관보'라는 직책이 나올게 아니라 ‘20260416_국무부 비서실장 면담.jpg’ 라고 착오를 해야 자연스럽지 않은가?


게다가, 미 국무부는 이미 실명과 정확한 직함을 공개했다. 오히려 일부러 누굴 만났는지 특정을 피하고 있는 건 장동혁 측이 아닌가?

‘비공개 요청’이라는 말은 국무부 대변인 입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은 아직도 “미 정부가 공개 보안을 요청했다”며 “해당 인물에게 공개 여부를 문의 중”이라고 버텼다. 이미 공개된 사실을 두고 여전히 ‘비공개’를 이유로 내세우는 모습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래, 지금이라도 전화를 걸어 개빈 왁스 비서실장에게 공개 여부를 문의한다면 그는 뭐라 답할까? 맞춰보시오. (       ) 


(1) 이미 국무부를 통해 공개했는데 공개 여부를 왜 묻는건가요?

(2) 애초에 비공개하자는 말이 없었는데 질문 포인트가 뭔가요?

(3) 그건 그렇고 왜 우리가 먼저 보자고 언론플레이했나요?

(4) 혹시 안 바쁘세요? 거긴 지방선거가 한참이라면서.


더 큰 문제는 ‘차관보급’이라는 표현 자체다. 미국 국무부 직급 체계에서 차관(Under Secretary) 아래가 차관보(Assistant Secretary)이고, 그 아래가 차관 비서실장이다. 실무 보좌관을 ‘차관보급’이라고 부르는 건 명백한 직급 끌어올리기다. 


정치인들이 정치적인 거짓말을 흔하게 하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이렇게 어설프게 거짓말을 하는 케이스는 흔치 않으며, 거짓말이 들통난 후에도 이렇게 어설프게 변명하는 경우도 흔치는 않다. 


어설프게 외교 이벤트를 벌이던 한 사람이 생각난다. 북한에 '초청요청' 공문을 네 차례나 보내며 억지 이벤트를 벌이다가 지금도 정치인생이 발목을 잡혀 헤어나오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사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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