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5. 6.
선거철, 털리고 또 털리는 당신의 개인정보
선거철마다 유권자들이 받는 대량의 후보자 홍보 문자, 유권자들은 '익숙한 불쾌감'이 체념으로 변해, 사실상 포기 상태다. 정당이 보유한 당원·지지자 데이터베이스(DB)가 선거 운동이라는 명목 아래 제한 없이 재사용되고, 때로는 외부로 유출되는 문제가 반복되는 가운데, 2026년 2월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에서 발생한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금 드러냈다.

당신의 개인정보가 흘러다니는 구조
정당은 주로 대선 기간에 지역위원장 등을 통해 당원 가입이나 지지자 모집 과정에서 전화번호를 수집한다. 이 DB는 원칙적으로 해당 선거 운동이라는 특정 목적과 한시적 기간 내에서만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선거 종료 후에도 삭제되지 않고 후속 선거나 다른 후보, 심지어 타 지역 당 조직으로 유통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러한 유출은 두 가지 경로로 발생한다. 첫째, 정당 내부 관리 소홀로 인한 유출이다. 둘째, 선거 승리를 위해 후보 캠프나 외부 업체에 DB가 제공되는 경우다. 2026년 충북도당 사태는 후자에 해당한다. 도당위원장 이광희가 사퇴하고 당이 충북도당을 ‘사고당’으로 지정하는 등 내부 징계가 내려졌으나, 형사적 책임 규명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대로 괜찮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정당과 후보자도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 주요 위반 조항은 다음과 같다.
- 제18조(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제공 제한): 수집 목적 범위를 초과한 이용이나 제3자 제공을 금지한다. 선거 종료 후 DB를 다른 선거나 후보에게 재사용하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 제19조(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의 이용·제공 제한): DB를 제공받은 후보 캠프나 당직자도 제공받은 목적 외 이용을 금지한다.
- 제20조(정보주체 이외로부터 수집한 개인정보의 수집 출처 등 고지): 제3자로부터 수집한 개인정보 처리 시 정보주체가 요구하면 출처를 고지해야 한다. 출처 요구에 묵묵부답하는 행위는 위반이다.
- 제21조(개인정보의 파기): 목적 달성 후 지체 없이 파기해야 한다. 선거 후에도 DB를 보관하는 행위는 이 조항을 위반한다.
공직선거법이 문자·전자우편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허용하더라도, 이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의 적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선관위 모두 개인정보 관련 사항은 개인정보보호법 소관이라고 명확히 하고 있다.
실제 처벌사례
청주지방법원 2015. 1. 22. 선고 2014고합259 현직 군수이자 군수 후보로 출마한 정치인 B씨와 비서실장·행정계장이 공무원으로부터 재난안내 문자 명단(5,926명 연락처)을 정보주체 동의 없이 제공받아 선거운동에 사용한 사건이다. 법원은 “개인정보처리자가 동의 없이 제공한 사실을 알면서 수령·저장·재제공한 행위”를 인정해 B씨(정치인 본인)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정치인이 직접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사례다.
서울고등법원 2013. 5. 30. 선고 2013노613 (확정) 새누리당 전 수석전문위원 등 당직자가 220만 당원 명부를 문자발송업체와 예비후보자에게 판매·제공한 사건이다. 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배임수재 혐의를 인정해 주요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실형)을 선고했다. 정당 내부 DB가 영리 목적으로 외부에 유출된 대형 사건으로, 현재까지도 정당 DB 유출 사건의 기준 판례로 인용된다.
이 밖에 제주지방법원 등에서 지방선거 당원명부 유출 관련 벌금 500만 원 선고 사례 등 다수의 형사 유죄 판결이 존재한다.
개인정보침해 신고 및 형사고소 절차
실무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 신고와 형사고소의 병행이다. 이를 위한 간단한 문서샘플들을 아래 링크에서 다운 받아 보자.
(클릭 : 개인정보침해 신고서와 샘플, 그리고 개인정보침해 신고절차 가이드 )
먼저, 본인이 받은 선거 홍보 문자 및 항의 문자를 동시에 캡쳐한다. 문자 메시지에 답신으로 '나의 개인정보를 어디서 득했는지 출처를 정확히 밝히라'는 내용이면 충분하다. 이에 대한 명확한 답신이 없을 경우 캡쳐하면 된다.
신고서는 위의 링크에서 다운 받은 샘플을 참고하여 작성한다. 6하원칙에 따라 문자 발신자의 위반 행위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 이후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privacy.kisa.or.kr)에 접속하여 신고한다. 접수 후 ‘접수 안내’ 문자가 발송된다.

- 이후에는 형사고소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제19조·제71조 위반으로 경찰서 또는 검찰에 제출. 위 판례를 인용해 고의성을 강조하면 검찰이 적극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 민사소송은 형사절차로 혐의가 인정되었을 시 손해배상 소장을 작성하여 방문, 우편, 법원사이트를 통해 전자제출하는 방법들이 있다. 다만, 민사 소송은 절차상의 번거로움과 전문성이 필요하니 형사소송 결과를 모아 단체 소송 형태가 효율적일 수 있다.
불편함과 불쾌감을 더 이상 인내하지 말자
정당 DB 유출 문제는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를 넘어 민주주의 과정의 신뢰 저하를 초래한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정당법상 DB 보유·이용 기준을 명확히 하고, 선거 후 의무 파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동시에 유권자들은 첨부된 신고서 양식과 가이드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신고·고소에 나서야 한다. 형사처벌 사례가 축적될수록 정당과 정치인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선거문화가 변화할 것이다.
선거철 문자 폭탄은 이제 단순한 공해가 아니다. 그것은 개인정보를 도구화하는 구조적 불법 행위의 결과다. 또한 경선과정에서의 정당민주주의를 병들게 하는 근본적 악습이다. 그 구조를 깨는 첫걸음은 증거를 수집하고, 법적 절차를 밟는 시민의 행동에서 시작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