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5. 7.

정원오 ‘생숙 보급’ 공약 ‘박원순 시즌2’ 선언인가

정원오 ‘생숙 보급’ 공약 ‘박원순 시즌2’ 선언인가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5월 4일 구청장 후보 간담회에서 “전·월세 문제는 2~3년이면 대책을 세우고 빌라,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생숙) 등을 활용해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단숨에 선거 최대 화두가 됐다. 오세훈 시장을 향한 “5년 임기 동안 뭐 했나”는 비판과 함께 나온 이 발언은, 아파트 공급의 장기성을 지적하며 ‘빠른 공급’을 강조한 것이었다. "아파트 포기 선언이냐”, “수돗물 놔두고 우물 파는 격”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국민의힘 측은 “주택시장 이해 부족”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정 후보 측은 “아파트 공급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병행하자는 것”이라며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임시방편’으로는 그럴듯하다

정 후보의 논리는 간단하다. 아파트 재개발·재건축은 10~15년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 반면 빌라·오피스텔·생숙은 인허가·건축 기간이 1~3년으로, 전월세난을 2~3년 안에 숨통 틔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생숙은 상업·준주거 지역에 들어설 수 있고, 용적률·주차장 기준이 완화돼 건설 비용이 낮다. 민간 자본 유입이 빠르고, 1~2인 가구 맞춤형 ‘호텔+아파트’ 스타일로 직주근접 입지가 강점이다.

단기적으로는 분명 매력적이다. 정부도 과거 생숙 일부를 오피스텔로 전환하려 했고, 저가형 임대 옵션을 늘려 젊은 층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아파트만 고집할 수 없는 현실에서 ‘보조 공급원’으로는 포퓰리즘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카드다.


현실은 ‘시한폭탄’ 그 자체

여기까지가 이론이다. 실제 대규모 보급 시 장기 부작용은 압도적이다. 생숙은 법적으로 숙박시설(건축법)이지 주택(주택법)이 아니다. 전입신고·주택대출·학교 배정·주거보조금 대부분 불가능하고, 2025년 10월부터 이행강제금 폭탄(공시가격 10% 매년)이 터진다. 이미 전국 미조치 물량 4만 실을 넘었고, 분양자들은 “7억 주고 샀는데 매매도 안 되고 벌금만 쌓인다”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사태를 겪고 있다.


주거 품질도 열악

생숙은 태생적으로 주차장,방음,소방 기준이 낮아 가족 장기 거주에 부적합할 수 밖에 없다. 저품질 주거 대량 공급은 아파트 수요를 억제하고 슬럼화·집단소송·행정 비용 폭증을 부른다. 과거 규제 풍선효과로 생긴 생숙이 지금 ‘애물단지’가 된 전철을 그대로 밟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책임 소재 

정원오 후보는 지금 시민들을 선동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은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사업”이라며 오세훈 시장에게 공급 실패 책임을 떠넘기지만, 오세훈 시장은 2021년 재보궐로 당선돼 개발 정책을 편 지 불과 5년이다. 당장 공급 실적이 나올 수 있나?


그 전 10년(2011~2020)은 박원순 시장이었다. 박원순은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정비구역 389곳을 무더기 해제했다. 원래 계획됐던 주택 공급량만 43만401가구(재건축 23만9천, 재개발 19만1천)가 증발했다. 서울 발전을 막은 건 바로 박원순이었다. 이런 박원순을 스승으로 삼은 정원오가 주택 부족 책임을 오세훈에게 돌리는 것은 억지다.


하물며 5월 4일 청와대는 “5·9 이후 주택 가격 상승은 완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민주당 정권도 집값을 잡을 생각이 없는 것인가? “완만한 상승”을 용인하면서 보유세·장특공(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 카드로 시민을 압박할 태세다. 정원오 후보의 생숙 공약은 단기 공급 속도라는 측면에서 일부 합리성을 가진다. 하지만 생숙을 ‘넓게 보급’한다는 건 이미 실패한 정책을 재탕하는 위험한 선택이다. 신규 생숙부터 주거용 전환 의무를 걸고 기존 생숙에 대대적 용도변경 지원을 하지 않으면, ‘빠른 공급’이라는 명분이 5~10년 후 더 큰 주거 불안과 세금 낭비로 돌아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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