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6. 9.
이재명, 정청래 물먹이고 김민석 띄워... 전당대회 깊숙히 개입하나
9일 오전 서울공항. 이재명 대통령이 김혜경 여사와 함께 공군 1호기에 올라 벨기에 브뤼셀로 출국하며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열흘간의 유럽 순방에 올랐다. 환송 행사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직접 나와 이 대통령을 배웅했다.
문제는 그 자리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초대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순방 환송 행사에 여당 대표가 아닌 총리가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의 주요 일정마다 ‘최소 인원’으로 빠짐없이 배웅해 왔다.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과 유럽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환송 나온 김민석 국무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api/blob/legacy-cheditor4-2606-6fdc10804284bf23fd769d04b7ef17536ad1ca1e.jpg)
청와대는 “중동 전쟁 장기화와 선관위 부실 관리 대응 등 국내 상황을 고려해 환송 인원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전날(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6·3 지방선거 격전지 패배를 두고 “이길 곳을 졌다,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고 민주당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직격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선거 직후 “전국적 큰 승리”를 강조하며 자평했지만,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석패와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한 혼란을 ‘납득할 수 없는 상황’으로 규정하며 선을 그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환송 행사에서 정 대표를 빼고 김민석 총리를 세웠다.
김민석 총리는 사흘 전 총리 사의를 밝히며 이미 당권 도전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기득권의 저항을 돌파하고 이재명 정부의 시대정신을 실현할 강력하고 유능한 민주당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다음 임무라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김 총리를 “역사적으로 단기간 내에 구체적 성과를 많이 낸 내각”이라며 극찬하며 “이제 다른 역할을 맡는 게 적절하다”고 사임을 수용했다.
이 장면은 이 대통령이 8월 17일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민석을 전면에 내세우고, 정청래 현 대표 체제를 사실상 패싱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계산된 연출이다.
정청래 대표는 '문조털래유'세력과 탄탄하게 닦은 조직기반으로 연임을 노리고 있지만, 이 대통령의 공개적인 ‘승리 미달’ 판정과 환송 행사 배제는 그에게 큰 타격이다. 반면 김민석 전 총리는 ‘유능하고 강력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으로 친명계의 지원을 등에 업고 당권 경쟁에 본격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이 대통령이 중동 전쟁과 선관위 사태를 이유로 환송 인원을 줄였다고 해도, 그 빈자리에 김민석을 세운 것은 명확한 정치적 메시지다. 현 당 지도부와의 거리 두기, 그리고 김민석을 통한 당 재편 의지의 표현이다.
지방선거 직후 ‘승리’의 잔향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민주당은 이미 당·청 긴장과 당권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럽에서 돌아오는 18일, 김민석이 배웅했던 그 공항의 풍경이 민주당의 새로운 권력 지형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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