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2026. 6. 26.
순수·해방감·살아갈 이유, 그리고 에반

에반(EVAN)이 26일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버스킹 공연 'The Fillin’ Live with EVAN'을 열며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이번 컴백에서 스스로 작사·작곡·프로듀싱과 비주얼 크리에이티브까지 담당한 에반은, K팝 문법을 비틀어 버스킹 무대로 직행했다. 지금까지 에반의 공연은 쉽게 볼 수 없었던 만큼 글로벌 팬들이 금요일 밤 여의도를 가득 채웠다.
팩트파인더는 지난 2월, 김민석 국무총리가 HYBE(하이브) 사옥에 방문해 그룹 엔하이픈을 들러리로 세워 사진을 촬영한 일에 대해 보도했다. 당시 총리는 엔하이픈의 멤버들에게 자신의 앞에서 춤을 춰달라거나 연습하는 것을 보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 시기 엔하이픈은 컨디션이 안 좋았다. 몇몇 멤버들은 몸살 등을 호소하며 일부 앨범 프로모션에 불참해야 했다. 올림픽 프로모션과 디 어워즈를 제외하고는 SNS 게시글도 급격히 줄었다. 한달 후인 3월, 갑작스레 희승이 엔하이픈을 탈퇴하기까지 많은 팬들은 걱정과 혼란 속에 지켜봤다. 일부 팬들은 국민연금 등에 항의 전화와 팩스를 보냈다. 정부의 관치가 자유로워야 할 아티스트의 활동에 방해가 되었다는 논리였다.
희승은 탈퇴 이후 '에반(EVAN)'으로 활동명을 변경하고 솔로로 데뷔했다. 보란듯이 반항적인 하이퍼팝을 가미한 얼터너티브 록 장르의 'Ride or Die'로 컴백한 것은 덤이다. 하이브의 집단 창작체계를 벗어나 작곡과 작사에도 에반이 직접 참여하며, 소수의 프로듀서만이 함께했다.
비주얼 크리에이티브까지 담당한 에반은 뮤직비디오에서 거친 록 스타의 모습을 보여주고, W매거진 화보와 라이브 비디오를 통해 풋풋한 소년이자 팝스타의 모습을 보여준다. 에반은 음악방송을 제외한 팬들과의 첫 만남으로 버스킹 'The Fillin’ Live with EVAN'을 택했다. 위버스 DM을 통해 지나가면서 구경해도 좋다고 밝히며, 팬이 아닌 대중들에게도 무대를 활짝 열었다. 모든 것이 기존 K팝의 공식을 벗어난 '이례적인 행보'다.
에반은 "어느 날 SNS를 통해 록 밴드들이 공연하는 영상을 보게 됐다"며 "그 모습을 보면서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출발했다"고 설명한다. 이어 "그 음악에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해 나온 곡이 ‘Ride or Die’"라면서 "걱정과 고민 없이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수록곡 'Overflow'에 대해선 W매거진에 "마치 희망이 없는 것처럼 시작하는데, 훅에서는 'Here we go again'이 반복되면서 희망을 바라본다"며 "결국 극복에 대한 이야기"라 말한다. 소속사를 통한 인터뷰에서도 "넘쳐흐른 잔을 비우고 채워가는 과정 역시 삶의 연속이니 다시 한번 시작해 보자(Here we go again)"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한다.
반응은 뜨거웠다. 산책하다가 버스킹을 봤다는 시민의 X 게시글이 빠르게 퍼졌다. 에반을 기다려 온 팬들은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서 오기도 했다. 수능을 앞둔 고3 학생을 비롯, 기말고사 기간의 학생들도 현장을 메웠다. 라오스에서 왔다는 한 팬은, "일몰과 아름다운 목소리에 울었다"며 "이 순간을 평생 기다려온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에반은 아소토 유니온의 'Think About' Chu', 오의 '소녀' 등 에반 특유의 감정적이고 달콤한 보컬을 한껏 살린 선곡은 물론 죠지의 'Boat', 에반의 'Overflow' 등 에반의 트렌디한 가성과 고음을 살린 선곡까지 강렬하게 선보였다. 특히 에반의 'Ride or Die' 무대는 록 밴드의 감성이 한껏 묻어난 '걱정과 고민이 없어 보이는' 무대였다.
"제가 좋아했던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그러했듯, 제 음악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넘어 살아갈 이유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제 음악을 통해 위안을 얻는 분이 단 한 분이라도 계신다면" 좋겠다는 에반. 에반이 들려주는 해방감 가득한 앨범에서 올 여름 살아갈 이유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조금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삶은 저마다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 또한 앞으로 음악을 하면서 가장 저다운 모습을 직접 찾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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