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6. 29.

이재명 대통령의 ‘홍명보 때리기’가 우려되는 이유

문체부 장관 X 인용하며 강하게 질타

김정일, 마두로, 이디아민 스포츠 경기 결과에 집착

대통령은 절제와 책임의 무게를 보여야

이재명 대통령의 ‘홍명보 때리기’가 우려되는 이유


이재명 대통령이 홍명보호의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에 대해 보인 반응은 단순한 실망을 넘어섰다. 그는 최휘영 문체부 장관의 SNS 글을 인용하며 “조직과 인사의 실패”라고 단정했고,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문체부에 “정확한 상황과 원인 분석, 재발 방지 대책을 꼼꼼하게 챙기라”고 지시했다. 


독재자들은 경기에 패배한 선수들을 강제노동형, 하룻만에 전원 해고, 경호원들로 선수단 협박 등등을 저질렀다. (사진=팩트파인더 AI 이미지 생성)
독재자들은 경기에 패배한 선수들을 강제노동형, 하룻만에 전원 해고, 경호원들로 선수단 협박 등등을 저질렀다. (사진=팩트파인더 AI 이미지 생성)


표면적으로는 개혁 의지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반응의 구조를 뜯어보면, 즉자적인 권력 확인과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는 패턴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는 민주주의 지도자가 아니라, 스포츠 성적을 자신의 통치 정당성과 직결시키는 독재자들의 오래된 본능과 닮아 있다.


독재자들이 스포츠에 집착하는 방식

역사적으로 권위주의 지도자들은 자국 스포츠 팀의 성적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스포츠 결과는 국민의 감정을 가장 빠르게 자극하고, 지도자의 ‘능력’과 ‘통치력’을 상징적으로 증명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 북한은 2010년 월드컵에서 3전 전패한 선수단과 감독을 귀국 후 6시간 동안 공개 망신대에 세웠다. 400여 명 앞에서 “조국과 김정일을 배신했다”는 폭언이 쏟아졌다. 감독은 강제 노동형을 선고받고 노동당에서 제명됐다. 과거에는 성적이 부진한 선수들이 노동교화소로 보내졌다는 증언도 있다.


- 니콜라스 마두로(베네수엘라)는 2025년 월드컵 예선에서 콜롬비아에 6대 3으로 패하자 즉시 “고통스러운 패배”라고 공개 비판하며 국가대표팀 전면 재편을 요구했다. 그의 발언 24시간 만에 감독과 코칭스태프 전원이 경질됐다.


- 모부투 세세 세코(자이르, 현 DR콩고)는 1974년 월드컵에서 자국 팀이 부진하자 대통령 경호대를 선수단 호텔에 보내 협박했다. “브라질전에 4골 이상 차이로 지면 고국에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팀은 공포 속에서 경기를 치렀고, 귀국 후에는 축구 지원이 전면 중단됐다. 많은 선수가 빈곤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 이디 아민(우간다)은 권투 선수 출신답게 국가대표팀에 직접 개입하며 “내가 하던 대로 상대를 완전히 쓰러뜨려라”고 지시했고, 정치적 이유로 클럽팀을 금지 조치하기도 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스포츠 경기 패배를 ‘배신’이나 ‘무능’으로 규정하고, 최고 지도자가 직접 개입해 처벌과 개혁을 지시했다. 결과는 객관적 분석이 아니라 정치적 숙청에 가까웠다.


홍명보호를 강하게 비판한 이재명 대통령 (사진 이재명 X 갈무리)
홍명보호를 강하게 비판한 이재명 대통령  (사진 이재명 X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의 반응이 우려스러운 점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행보도 이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는 결과가 나오자마자 “조직과 인사의 실패”라고 결론을 내렸고, 문체부에 조사와 쇄신을 하명했다. 이는 “실패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라”는 일반적 지시가 아니라, 미리 방향을 제시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형태다. 앞으로 구성될 어떤 위원회나 감사도 더 나아가 혹시 있을 경찰과 검찰의 수사도 대통령의 이 발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실질적인 바이어스를 만드는 행위다.


더 큰 문제는 선택과 집중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환율 급등, 경제 불확실성, 안보·동맹 문제, 내치 혼란 등 복합적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 중 가장 즉각적으로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고 국민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월드컵 탈락’에 강하게 반응했다.


예를 들면 환율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에는 환율 문제를 자주 언급하며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이후로는 환율 위기에 대해 거의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어렵고 구조적이며,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힘든 사안은 피하고, 대신 대통령으로서 즉각적으로 개입하고 지시할 수 있는 사안에 X를 통해 집중하고 있다.


자기 만족을 위한 정치

대통령으로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영역 즉 세부 영역에 대해 빠르게 움직이면, ‘내가 움직이면 일이 된다’는 즉각적인 효능감과 권력 확인이 가능하다. 반면 안보나 외교 또는 환율 안정화는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며, 단기 성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사안은 피하고, 대신 스포츠 행정처럼 비교적 통제하기 쉬운 영역에서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중의 분노를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 월드컵 탈락은 국민적 실망과 분노가 즉각적으로 표출되는 사안이다. 그 분노 위에 ‘인사 실패’라는 프레임을 올리고 개혁을 주도하면, 대통령은 ‘국민의 분노를 대변하는 강한 지도자’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대통령 자신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행위에 가깝다. 어려운 문제를 회피하면서, 통제 가능한 영역에서 즉각적인 만족과 정치적 자산을 쌓는 방식이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

대통령의 역할은 국민의 분노를 이용해 단기적 만족을 얻는 것이 아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다. 스포츠 행정 개혁이 필요하다면, 미리 결론을 내리지 않고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을 맡기면 된다. 환율과 경제 위기에는 그에 상응하는 비상한 관심과 실행력을 보여야 한다.


독재자들은 스포츠 성적 하나에도 생존과 권력을 걸었다. 민주주의 대통령은 그보다 더 큰 위기 앞에서 절제와 책임의 무게를 보여야 한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는 그 무게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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