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6. 30.

배재고 '스타벅스 가야지' 논란을 보며 드는 의문점

배재고 '스타벅스 가야지' 논란을 보며 드는 의문점


명백히 부적절한 응원이다. 그러나 보도된 지 반나절 만에 온라인은 이미 처벌 릴레이 중이다. 

“몰수패, 출전정지, 프로 드래프트 취소, 해당 야구단 보이콧, 교직원·학부모 처벌, 선수 신상 공개까지.”

일부 진보 네임드와 평론가들은 “인실좆을 해야 한다”는 수준의 강경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고작 고등학교 야구 경기장에서 나온 부적절한 구호 하나에, 아직 미성년자인 학생들의 인생 전체를 박살 내자는 요구가 쏟아지는 현실이다.


29일 청룡기 야구대외에서 배재고 선수들이 '스타벅스 가야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커뮤니티 갈무리)
29일 청룡기 야구대외에서 배재고 선수들이 '스타벅스 가야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커뮤니티 갈무리)

현행법과 제도로 가능한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그리고 과도한 것을 구분해보자.

  • 스포츠 제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과거 고교생 폭행 사건에서 1~3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린 전례가 있다. 부적절한 응원으로 인한 스포츠맨십 위반으로 출전정지나 팀 제재를 하는 것은 규정상 가능하다.
  • 학교·교육청 차원: 서울시교육청이 조사에 착수한 것은 당연하다. 학교는 학칙에 따라 해당 학생을 징계하고, 야구부 전체에 인성·역사 교육을 강화할 수 있다.
  • 형사 처벌: 구호를 외친 행위 자체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특히 2학년이 선창하고 1학년들이 따라 한 상황이라면 주도성과 가담 정도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미성년자에 대한 형사 책임은 소년법상 매우 제한적이다.
  • 프로 드래프트 취소·평생 금지, 신상 추적: 이는 과잉이다. KBO가 품성을 심사할 수는 있지만, 고교 시절 한 번의 구호로 미래 커리어를 원천 봉쇄하는 것은 사실상 ‘사회적 사형’에 가깝다. 이는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소지가 크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신상 공개)에도 해당한다.

구호 하나로 학생들의 미래를 막아도 되는가?

경기 중 흥분과 집단 동조로 저지른 행동을 “극우 세뇌의 결과”로 단정하고 평생의 낙인을 찍자는 것은 교육적·인간적으로 잔인하다.여기서 진보가 평소 강조하는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 드러난다. 진보가 사형제를 반대하는 핵심 이유는 명확하다. “국가가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야만이며, 오판의 가능성이 있고, 설령 극악한 범죄자라도 인간의 존엄을 완전히 박탈해서는 안 된다. 회복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그런데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고등학생들의 부적절한 구호 하나에 “인생을 끝장내자”, “드래프트 영원히 막자”, “신상까지 털자”고 외치는 것은 모순이다. 사형이 ‘국가에 의한 영구적 생명 박탈’이라면, 지금 일부가 요구하는 것은 ‘사회에 의한 영구적 기회 박탈’이다. 둘 다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사형보다 더 가혹한 경우도 있다. 진보가 사형제에 대해 “인간은 누구나 재기의 가능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치적으로 불편한 구호를 외친 10대들에게는 그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태도는 일관성이 없다.


518전야제때 강기정 시장은 5.18초 맞추기 게임에서 맞췄다며 즐거워했다 (사진 강기정 인스타그램)
518전야제때 강기정 시장은 5.18초 맞추기 게임에서 맞췄다며 즐거워했다 (사진 강기정 인스타그램)

선택적 분노의 문제

더 큰 문제는 일관성 부재다. 같은 5·18 민감성을 건드린 사안 중 '전두환처럼 탱크로 밀어버려야한다;,'몽둥이로 조져야한다'고 매불쇼 관련 논란이나 강기정 전 광주시장의 5·18 전야제 ‘5.18초 맞추기 게임’(‘탁’ 자막 논란) 때는 이토록 격렬한 처벌 요구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맥락이 다르다”는 방어 논리가 주를 이뤘다.

만약 5·18의 역사적 의미를 진정으로 존중한다면, 그 존중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일관된 기준에서 나와야 한다. 내 편이 하면 ‘맥락’, 상대가 하면 ‘극우 조롱’으로 갈라치는 태도는 5·18을 정치적 무기로 전락시킬 뿐이다. 이는 결국 5·18 자체의 도덕적 권위를 깎아내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법과 교육사이

배재고 학생들의 행동은 분명 잘못됐다. 역사적 민감성을 고려하지 못한 무지와 저급한 응원 문화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학교와 협회는 제대로 조사하고 상응하는 제재와 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 제재는 법과 비례의 원칙 안에서, 미성년자의 미래를 고려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신상 털기와 “인생 끝장내기” 경쟁은 법치도, 교육도, 진보가 그토록 강조해온 인간 존엄의 가치도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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