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7. 21.

국수본, 장윤기 살인·성범죄 ‘분리 수사’ 지시… 검·경, 국수본 동시 압수수색


국수본, 장윤기 살인·성범죄 ‘분리 수사’ 지시 의혹… 검·경, 하루 만에 국수본 동시 압수수색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장윤기(23)의 고(故) 이채원 양 살인 사건과 그 이틀 전 발생한 성범죄 사건을 분리해 수사하도록 지시했다는 당시 일선 수사 경찰관들의 증언이 나오자, 검경 특별수사단이 21일 오전 국수본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분리 수사 경위를 규명하겠다며 출범한 국수본 산하 특별수사단이 정작 국수본 자체를 수사 대상으로 삼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국수본이 전화로 여러 차례 ‘따로 수사하라’ 지시”… 일선 경찰 증언

20일 연합뉴스 등 취재를 종합하면, 장윤기 사건을 수사하거나 지원했던 광주 광산경찰서 등 일선 경찰관들은 수사 초기 국수본으로부터 “살인 사건과 성범죄 사건을 분리해 각각 수사하라”는 취지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성범죄 사건은 이채원 양 살해(5월 5일) 이틀 전인 지난 5월 3일 발생한 동남아시아(베트남) 국적 여성 지인(직장 동료) 대상 성폭행·스토킹 사건이다. 경찰관들에 따르면 다른 지역 경찰서에 관련 고소장이 접수됐고, 광산경찰서 수사팀 내부에서는 이 사건을 넘겨받아 살인 사건과 병합·연계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국수본이 “여성 성범죄 전문 수사 인력이 있는 여성청소년과에서 맡아야 한다”며 분리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채널A 단독 보도에 따르면 당시 광산경찰서 형사과장(박모 경정) 측은 “국수본이 광주경찰청을 통해 전화로 여러 차례 ‘두 사건은 따로 수사하는 게 좋겠다’는 지침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성범죄 사건은 여성청소년과에서, 살인 사건은 형사과에서 별도로 수사하는 구조가 됐다. 일선 수사팀 일각에서는 “강간 목적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수사 지휘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고 결국 단순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같은 분리가 성범죄 동기와 살인 사건 사이의 연결 고리를 끊어 ‘강간살인’ 또는 ‘강간 목적 살인’ 혐의 적용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게 증언 경찰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장윤기는 사건 발생 약 2개월 만인 7월 중순 법정에서 “성범죄 목적이었다”고 범행 동기를 인정했다. 차량 뒷문을 열어둔 채 범행한 점, 케이블타이 등 준비물, 블랙박스 영상 등이 성범죄 의도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됐다.


검찰·특수단,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 동시 압수수색… 지휘라인 전면 수사

경찰청 국수본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은 당시 광산경찰서 형사과장 A(또는 박모) 경정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수사 중이다. A 경정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1일 오전 광주지법에서 열렸다. A 경정 측은 혐의를 부인하는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별수사단은 증거인멸 등 혐의로 당시 수사팀장을 긴급체포·구속 기소하고, 다른 수사관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일선 수사팀 내부 비위를 먼저 파헤쳐 왔다.


그러나 분리 수사 지시의 최종 주체가 국수본이라는 증언이 나오자 상황은 급변했다. 21일 오전 광주지방검찰청은 공무상비밀누설·증거인멸 등 혐의로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오전 6시 15분경 착수). 경찰 특별수사단도 같은 날 오전 7시 30분경부터 별도 영장을 들고 국수본 강력범죄수사 부서를 압수수색했다. 검찰과 경찰이 각각 독립된 영장으로 같은 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사건 전반의 보고·지휘 체계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윤기 특별수사단, 경찰청 국수본 압수수색 (서울=연합뉴스) 경찰청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이 21일 수사 과정의 보고·지휘 체계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압수수색 중인 가운데 국수본 로비 앞에 경찰 관계자들이 지나가고 있다. 2
장윤기 특별수사단, 경찰청 국수본 압수수색 (서울=연합뉴스)  경찰청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이 21일 수사 과정의 보고·지휘 체계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압수수색 중인 가운데 국수본 로비 앞에 경찰 관계자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6.7.21

국수본이 만든 특수단이 국수본 수사… ‘수사 외압’ 의혹 급부상

국수본 관계자는 “분리 수사 지시 여부를 포함해 당시 수사 과정은 향후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할 문제”라고만 밝혔다. 국수본이 스스로 출범시킨 특별수사단이 국수본의 지휘 여부를 수사하는 구조가 되면서, ‘수사 외압’ 또는 ‘축소·은폐 의혹’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장윤기 사건은 당초 ‘묻지마 살인’으로 분류됐다가 성범죄 동기와 사전 성폭행 전력이 드러나면서 수사 부실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관이라는 점까지 알려지면서 초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컸다. 이번 증언과 압수수색으로 ‘누가, 왜 사건을 분리하도록 지시했는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일선 형사과장 차원을 넘어 국수본 지휘부까지 책임 추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수본, 장윤기 살인·성범죄 ‘분리 수사’ 지시… 검·경, 국수본 동시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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