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7. 27.
도망가는 정성호 붙잡는 이재명...시험대에 오른 38년 우정
도망가는 정성호 붙잡는 이재명...시험대에 오른 38년 우정
1987년 사법연수원 노동법학회에서 정성호와 이재명은 처음 만났다. 서울대 운동권 출신의 정성호가 먼저 손을 내밀었고, 중앙대 출신의 이재명은 그 자리에서 뚜렷한 자기 주장과 학습 능력으로 동기들을 놀라게 했다. 정성호는 나중에 이렇게 회상했다. “판·검사가 되려고 생각하던 이재명에게 ‘각자 지역을 맡아 인권운동·시민운동을 하며 살아보자’고 제안했다.” 그 제안이 이재명의 변호사 선택을 결정짓는 계기가 됐다. 성남지청에서 검사시보를 하던 정성호와 변호사 시보였던 이재명은 퇴근 후 소주잔을 기울이며 더 가까워졌고, 이재명이 성남 파크뷰 사건과 공공의료원 조례 문제로 구속 위기에 처했을 때 변호인으로 나선 사람도 정성호였다. 38년. 이재명이 사석에서 “형”이라고 부르는 사이. 이재명이 말하길 “사람들은 정성호가 이재명계 핵심이라는데, 제가 정성호계 핵심”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의 신뢰. 친명 7인회의 맏형이자 당내 가장 오래된 동지. 그 정성호가 지금 법무부 장관으로서 ‘가장 이성적인 사람’의 고충을 온몸으로 겪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들어온 그는 처음부터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없애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억울한 1%의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 강경파가 “전면 폐지”를 외칠 때도 그는 피해자 보호와 전건송치를 반복해서 강조했다. 1년 가까이 그 갈등을 끌어안았지만 당은 결국 전면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언론은 “보완수사권 패배 때문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본인은 “오래 전부터”라고 했다. 6월 초에도, 더 나아가 올해 초 공소청법·중수청법 통과 무렵부터 이미 거취를 고민해 왔다는 보도가 나온다.

더 중요한 발언은 이것이다. “더 이상 할 일도 없고 의지도 없다.” 객관적으로 할 일이 태산 같다. 4월 29일 그가 직접 임명장을 준 검찰 미래위원회는 이재명의 과거 사건들을 재조사하는, 사실상의 공소취소 빌드업 작업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데도 “할 일이 없다”고 했다. 1년 동안 검찰을 지휘해 보니 이재명 공소취소라는 미션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성경 속 다윗과 요압의 관계가 떠오른다. 다윗이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와 간통한 뒤,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가장 신뢰하던 장군 요압을 이용했다. 직접 손을 더럽히지 않고 편지를 보내 우리아를 전투의 가장 위험한 자리에 배치해 죽게 만들었다. 요압은 왕의 명령을 따랐지만, 그 순간부터 다윗의 죄를 함께 짊어지는 위치에 놓였다. 다윗은 자신의 잘못을 처리하는 데 가장 가까운 사람을 앞세웠고, 요압은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38년 지기인 정성호를 법무부 장관에 앉혀 자신의 형사 사건들을 정리하려 한 시도는, 규모와 형태는 다르지만 구조적으로 그와 닮아 있다. 최고 권력자가 직접 나서기 꺼려하는 일을,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 맡기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친구가 법무부 장관으로 앉혀 놓고 기대한 것, 가장 이성적인 친구가 그 기대를 정면으로 마주한 결과는 무엇일까? 그는 '탈주의사'를 분명히 했다. “큰 틀에서 검찰 개혁이 대부분 완료됐기 때문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건강 문제까지 꺼내 들며 사의를 분명히 했다.
대통령은 브라질 순방 중 화상회의에서 민정수석에게만 지시했다. “공사 구분과 선공후사 원칙이 중요하다. 중수청 개청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 ‘공’은 장관직, ‘사’는 건강. 최소한 10월 2일까지는 자리를 지키라는 신호다. 38년 우정의 가장 이성적인 친구는 지금, 자신이 반대했던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자리에 묶여 있고, 자신이 포기한 미션의 상징으로 남아 있으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친명은 “이재명을 지켜라”고 하고, 강경파는 “개혁을 끝까지 마무리해라”고 한다. 어느 쪽을 택하든 덤터기를 쓰는 구조다.
'해피 시나리오'는 분명히 있었다. 대법원 유죄가 나오기 전에 검사들이 알아서 공소취소를 하면 된다. 대장동을 통해 천문학적 수익을 이들 일당들에게 항소포기를 하며 서로 간도 봤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에 대한 공소취소는 그 후과가 다르다. 정성호도 판돈이 있어여하고 검사들도 받을게 있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판을 그냥 엎어버렸다. 장관이 직접 개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랬다간 장권이 바뀌든 바뀌지 않든 분명 직권남용으로 감옥에 간다. 그걸 모를리 없다.
가장 가까운 친구가, 가장 이성적인 판단으로 “나는 더 이상 못 하겠다”고 말했을 때, 그 말의 무게를 제대로 듣는 사람이 이 정부에 없다. 이재명 정부의 모순이, 가장 가까운 사람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다윗이 요압을 앞세웠을 때처럼, 권력자가 자신의 부담을 친구에게 전가하는 순간, 그 우정은 이미 시험대에 올라 있다.
김남훈 기자
heavy1@of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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