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2026. 7. 30.

[日르포] 구마모토 지진, 전기와 정보 접근도 '부자'들만?

지난 28일 오후 4시 27분께 일본 구마모토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했다. 사망자는 오전 9시 현재까지 14명으로 늘어났다. 강진 이후 다카이치 정부는 1분 만에 총리관저에 대책실을 설치·가동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지만, 현지에서는 통신이 두절되고 전기가 끊기며 비상시 정보 접근도 부자들만 가능하다는 씁쓸한 반응도 나왔다.


29일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진 발생 1분 뒤인 전날 오후 4시 28분 관저 위기관리센터에 관저대책실을 설치하고 전 부처에 피해 상황 파악을 지시했다. 이어 지진 발생 37분 만인 오후 5시 4분 총리관저에서 긴급 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했다.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오후 5시 23분과 6시 46분 등 두 차례에 걸쳐 연속 긴급 브리핑을 열어 정부 조치 사항을 신속히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은 정부의 신속한 대응과 함께 엄격한 '내진설계'가 대형 참사를 막은 결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이처럼 정부의 신속한 초동 대응과 함께 일본 특유의 방재 시스템이 작용하면서, 규모 7.1의 대형 강진에도 불구하고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2년 전 노토반도 지진에서는 사망자만 800여 명에 달했다.


제2롯폰기힐즈 설계 이미지. © 모리 빌딩, 스미모토 부동산
제2롯폰기힐즈 설계 이미지. © 모리 빌딩, 스미모토 부동산

전기와 정보 접근도 부자들의 이야기

지난 동일본 대지진 당시 도쿄도 블랙아웃(정전) 사태에 빠졌다. 주요 원전인 후쿠시마 원전이 불능상태가 되면서 전력 공급이 급감한 것이다. 그 때 도쿄에서 롯폰기와 아자부다이 등 부촌은 불이 꺼지지 않았다. 론폰기힐즈 지하에 위치한 비상발전기가 전력을 생산한 뒤 인근 지역에 남는 전력을 공급한 것이다.


이번 구마모토 지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이니치신문은 최대 진도 7을 기록한 히카와정은 단전과 단수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히카와정 공무원들은 구마모토현이 운영하는 방재사이트를 업데이트하지 못하고 있다.


이 피해는 지역 주민들도 떠안았다. 지진 영향으로 인한 정전으로 구마모토현 일부 지역에서 통신사 소프트뱅크, KDDI 등의 전화 기능을 비롯한 인터넷 등 모든 기능이 중단되었다. 정전으로 TV를 켤 수 없어 NHK 등에서 발신하는 정보 역시 전달받기 어렵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우려한 것은 또 있다. 일본은 '검소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로 경차 선호도가 높은데, 주택에서 대피한 시민들이 경차 내에서 생활하다가 이코노미 증후군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코노미 증후군은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을 때 다리 정맥에 혈전이 생겨 호흡 곤란 또는 돌연사까지 이어지는 심장혈관질환이다.


하네다 국제공항에서 시민들이 닛폰TV의 정보 프로그램 'DayDay.'를 시청하고 있다. © 2026.07.29., 연합뉴스 이도연 특파원.
하네다 국제공항에서 시민들이 닛폰TV의 정보 프로그램 'DayDay.'를 시청하고 있다. © 2026.07.29., 연합뉴스 이도연 특파원.

그럼에도 사회적 혼란을 줄이는 섬세한 대응

소프트뱅크와 KDDI의 경쟁사 라쿠텐 모바일은 이번 지진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에 타 통신사 가입자들을 라쿠텐 모바일에 '로밍'할 수 있도록 통신사들간 협약을 맺어 구마모토를 비롯 규슈 지역의 이용자들의 편의를 높였다.


아울러 NHK 등 주요 언론의 신속한 '재난보도'가 실시간 안전 지침을 전달하고,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퍼지는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차단함으로써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했다.


29일 아침 프로그램 '오하요 닛폰'과 오후 시간대 '열도 뉴스' 등 주요 NHK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 국내 재난 보도 과정에서 출연하는 전문가의 토크 중심이 아닌, 이미 벌어진 사안에 대한 내용과 지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 전달 위주로 구성된 것도 눈길을 끈다.


정보 접근 과정에서 NHK의 섬세한 대응도 눈길을 끈다. NHK 홈페이지를 통해 지진 뉴스를 볼 경우 데이터를 적게 소모하여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디자인을 바꾸고 이미지를 적게 삽입했으며, 다크모드 등을 적용해 배터리를 적게 소모할 수 있게 배려했다.


당초 마이니치신문은 온라인에서 지면을 볼 때에 구독료를 내게 '유료화 정책'을 시행했으나, 이번 지진으로 인한 정확한 정보 공유를 위하여 니시닛폰(서일본) 지면을 무료로 공개키로 했다. 또 신문 배달부들의 안전을 위해 지진 지역에는 신문 배달을 잠정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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