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8. 5.

채원이가 마지막으로 기댔던 이름...경찰 아니었을까

140초, 고 이채원양이 마지막으로 기댔던 이름


2026년 5월 5일 새벽 0시 10분.  

광주 광산구 월계동, 인도를 걷던 17살 이채원 양이 장윤기의 흉기에 쓰러졌다.  

범행은 140초도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끝났다.  

목과 가슴, 얼굴을 향해 아홉 차례 찔렀고, 경동맥이 끊어졌다.  

지나가는 사람이 발견했을 때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고 이채원양 초상화 (가족 제공)
고 이채원양 초상화 (가족 제공)

그 짧은 시간, 채원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응급구조사를 꿈꾸던 영민한 학생이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며 입시 상담까지 스스로 찾아다녔다.  

평소 행동이 진취적이고, 책임감이 강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피가 빠르게 빠져나가는 감각, 숨이 가빠지는 느낌, 점점 흐려지는 시야.  

응급구조사를 꿈꾸던 아이였기에, 그 신체 신호를 누구보다 명확히 읽었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를 떠올렸을 것이다.  

“엄마…”  

그 한마디가 입안에서 맴돌았을 것이다.  

귀가 문자를 기다리던 엄마, 사춘기도 없을 만큼 착하다고 자랑하던 엄마.  

마지막으로 그리워한 얼굴은 엄마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마지막 십여초 동안 경찰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현장 인근에는 월곡지구대와 첨단지구대가 있고, 광산경찰서는 운수동에 있다.  

몇 킬로미터 거리다.  

채원이는 생각했지 않았을까.  


“경찰이 올 거야. 저 사람을 잡을 거야. 엄마의 한, 내 한을 경찰이 풀어줄 거야.”


그 기대가 마지막 희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기대를, 경찰이 배신했다.


장윤기의 아버지는 현직 경찰 간부였다.  

수사팀은 그에게 아들의 주소와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아버지는 그 정보로 들어가 핵심 증거인 훼손된 리얼돌을 조각내 여러 곳에 버리고, 휴대전화를 불태웠다.  

차량에 묻은 채원이의 혈흔 보고서는 처음에 송치 기록에서 빠졌다.  

블랙박스 SD카드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  

수사팀장은 나중에 증거인멸 교사·방조 혐의로 기소됐다.


이채원 양 어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구보다 엄정하게 수사하고 우리 채원이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고 믿었던 경찰이, 우리 편이 아니라 살인마의 편이었습니다.”


채원이가 마지막에 기댔던 그 이름, ‘경찰’이  

가해자 아버지와 동료들, 상사들과 함께 조직적으로 진실을 덮으려 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가 아니었다면 그 진실은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140초.  

그 짧은 시간에 채원이는 엄마를 그리워하고, 경찰을 믿었다.  

그런데 그 믿음은 철저히 배신당했다.

채원이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꿈꾸다 죽었다.  

그리고 그 죽음을 감싸려 했던 사람들은, 사람을 지켜야 할 자들이었다.


140초가 지났다.

가로등은 여전히 켜져 있었고, 길은 그대로였다.

다만 한 소녀의 세계가, 조용히 꺼졌다.

그 꺼진 자리를 아무도 미처 채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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