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8. 6.

20명 설문으로 ‘국민 72% 찬성’…검찰개혁 근거가 된 광주 토론회

검찰개혁 과정에서 의견수렴의 실체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뒷받침하는 핵심 수치로 제시된 것이, 광주에서 열린 한 토론회의 극히 제한된 설문 결과였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회에 보고된 ‘72%’의 출처

5일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된 ‘검찰개혁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 자료에는 광주 시민 대토론회 설문 결과가 담겼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찬성한 응답이 72%, 예외적 유지를 주장한 응답이 27%라는 내용이다. 이 수치가 마치 광범위한 여론을 반영한 것처럼 서술됐다.

실제 참여 규모는 전혀 달랐다. 설문에 응한 인원은 20명 안팎에 그쳤다. 행사 전체 참석자도 30~50명 수준이었다는 것이 국무총리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다양한 여론이 존재한다는 차원에서 넣은 것”이라며 “신뢰성이나 참조 가치는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지역과 표본이 극도로 좁은 조사가 국회 보고 자료에 공식 수치처럼 올라간 셈이다.

이 토론회는 지난 4월 15일 광주 전일빌딩에서 열렸다. 국무총리실이 주관한 자리였고, 보완수사권이 주요 의제였다. 그러나 그 결과를 전국적 의견수렴의 근거로 활용한 것은 명백한 과잉 해석이다.


토론회에 모인 20여명의 QR 코드로 설문에 참가했다 (사진 총리실 유튜브 갈무리)
토론회에 모인 20여명의 QR 코드로 설문에 참가했다 (사진 총리실 유튜브 갈무리)


이미 결론을 전제로 한 설문 설계

설문 문항 자체에도 편향이 지적된다. “검찰개혁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라는 전제를 앞에 두고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를 물었다. 응답자가 중립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구조다. 결론을 먼저 깔아놓고 의견을 확인하는 방식에 가깝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토론회를 함께 주최한 사회대개혁위원회의 영향력을 거론한다. 박석운 위원장을 비롯해 위원 45명 중 30여 명이 진보단체 활동 경력을 갖고 있다. 사회대개혁위는 이전에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를 포함한 개혁 과제를 정부에 제안한 전력이 있다.


대규모 조사와 최근 여론이 보여주는 다른 그림

추진단이 올해 초 진행한 공식 조사는 전혀 다른 결과를 냈다. 국민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에서 보완수사권 인정에 긍정적인 의견이 45.4%,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34.2%였다. 현행 유지와 제한적 허용을 합친 수치다. 표본오차 ±1.6%p 수준의 조사였다.

그 이후 나온 여론조사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7월 중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61%, 전면 폐지가 23%였다.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서도 유지 46%, 폐지 39%로 유지 쪽이 앞섰다. 7월 말 펜앤마이크 조사에서는 유지 64.0%, 폐지 29.8%로 집계됐고, 뉴데일리·리서치웰 조사에서도 유지 58.8%, 폐지 29.8%였다.


가장 최근인 8월 초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2.5%에 달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3.8%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중도층에서는 70.5%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개혁신당 조사에서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59.6%로 나타났다. 경찰 수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검사가 직접 수사해야 한다는 응답이 65%를 넘긴 조사도 있었다.

추진단은 이처럼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대규모 조사 결과 대신, 20명 안팎의 지역 토론회 수치를 국회에 보고하는 쪽을 선택했다. 최은석 의원은 “의견 수렴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조사”라며 “정부가 원하는 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몰이”라고 비판했다.


여론조사 공정의 조사를 비롯 다양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과반이상이 유지에 찬성했다 (여론조사 공정 제공)
여론조사 공정의 조사를 비롯 다양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과반이상이 유지에 찬성했다 (여론조사 공정 제공)


과정이 남긴 정당성 문제

보완수사권은 경찰 수사의 공백이나 오류를 검사가 직접 메울 수 있는 장치다.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처럼 검찰의 보완수사가 사건의 실체를 드러낸 사례들이 반복적으로 거론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충분한 공론화 없이 극소수 표본을 근거로 제시한 정황은,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정당성을 사후적으로 부여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를 통과하고 국무회의를 거친 시점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 것은 가볍지 않다. 제도 변경의 정당성은 최종 결과만이 아니라 그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고 충실했는지에 달려 있다. 20명 안팎의 설문이 국회 보고 자료에 올라간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번 검찰개혁 공론화의 한계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최근 여론조사가 연이어 확인하는 민심과 정부가 선택한 근거 사이의 간극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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