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8. 9.
황희 정승이 민주당 황희를 봤다면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청년들보고 폐버스 들어가살라는 황희
평소 지론은 공교육 평준화 그러나 딸은 미국에서 초등학교 다니고 귀국후 자사고,외국인학교 입학
황희 정승이 민주당 황희 봤다면 혀를 끌끌 찼을 것
황희 정승이 민주당 황희를 봤다면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황희 의원의 ‘버스 하우스’ 제안은 청년 주거난을 해결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여러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안전이 가장 근본적인 취약점이다. 버스는 구조적으로 방범이 약하고, 출입구가 제한적이며, 화재나 응급 상황 시 대피가 어렵다. 대학가 주변에 밀집될 경우 범죄 표적이 되기 쉽고, 여름 폭염과 겨울 한파에 취약한 단열·환기 성능은 거주 환경 자체를 위험하게 만든다. 여기에 ‘버스에 산다’는 사회적 낙인이 더해진다. 주거 형태가 곧바로 신분 표지가 되는 한국 사회에서 이는 청년들의 자존감과 인간관계에 장기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비용과 공간 문제도 현실적이지 않다. 황희 의원이 제시한 대당 5,000만 원, 네덜란드처럼 1만 세대(대 라고 해야하나)를 만들자면 5,000억 원이다. 그러나 이 추정은 개조비만 낙관적으로 잡은 숫자다. 실제로는 버스 확보, 제대로 된 단열·배관·전기·안전 설비, 부지 조성, 상하수도·전력 인프라, 관리·보안 비용까지 합치면 1조 원을 훌쩍 넘을 가능성이 크다. 1만 대를 서울 시내, 특히 대학가·역세권에 분산 배치하려면 축구장 수십 개 규모의 면적이 필요한데, 이미 포화 상태인 서울에서 이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배치되는 순간 현지 주민과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재산가치 하락, 경관 훼손, 위생·소음·범죄 우려를 이유로 강력한 저항이 예상된다. 황희 의원의 지역구인 목동 공영 주차장에 ‘청년버스주택’을 100대(세대 라고 해야하나)를 놓는다고 해보자. 그곳 주민들이 바라보고만 있을까. 결국 ‘빠른 임시 공급’이라는 명분은 고비용·고갈등·저품질 정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제안을 내놓은 황희 의원의 개인적 선택은 더욱 대비된다. 그는 20·21대 의원 시절 자사고·특목고가 아닌 공교육 중심의 교육 평준화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2021년 문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는 딸이 자사고에 입학한 사실을 “잘 몰랐다”고 해명했다. 딸이 원래 외국인학교에 가기로 돼 있었는데, 자리가 안 날까 봐 본인이 자사고에도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정작 본인은 평소 공교육 평준화를 말해 놓고, 자녀의 자사고 입학 과정은 몰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딸은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귀국 후 자사고를 잠깐 다니다 고액 외국인학교로 옮겼다. 연간 학비만 최소 4,000만 원대에 달하는 경로를 택한 것이다. 청년들에게는 폐기 버스를 임시 주거로 권하면서, 본인 자녀에게는 고비용·고품질 교육 경로를 선택했다.
황희 의원은 도시공학 박사 출신이다. 단순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도시·주거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배경을 감안하면 그의 소신과 정책 감각이 반영된 제안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해 온 이력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만약 그가 국토교통부 장관이 된다면, 이런 식의 ‘저비용·임시·이동형’ 주거 아이디어를 실제 정책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청년 주거를 ‘버스’ 수준으로 낮춰 해결하려는 발상 자체가, 정책 결정권자의 위치에 올랐을 때 어떤 방향성을 가질지 우려를 낳는다.
황희 의원은 평소 조선시대 명재상 방촌 황희와 이름이 같은 점을 선거에서 적극 활용해 왔다. 교육열이 높은 목동 지역구에서 ‘황희’라는 이름 자체가 청렴하고 백성을 생각하는 재상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도록 했고, 일부러 궁서체 폰트를 사용해 고전적이고 무게감 있는 인상을 주려 한 적도 있다. 역사 속 황희 정승이 남긴 ‘애민’의 이미지가 선거 브랜딩의 중요한 자산이 된 셈이다.
방촌 황희는 세종을 보필하며 오랫동안 영의정을 지내면서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민본 사상을 실천한 인물로 기억된다. 백성의 불편을 먼저 살피고, 너그럽고 청렴한 정치를 했다는 평가가 후대에 전해진다. “하찮은 소를 대하는데도 말을 가려야 하거늘, 하물며 사람은 어떠하겠는가”라는 누렁소 검은소 일화처럼, 약한 존재의 처지를 헤아리는 태도가 그의 상징처럼 남아 있다. 만약 방촌 황희가 청년보고 폐버스에 들어가살라는 민주당 황희를 보았다면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김남훈 기자
heavy1@of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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