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8. 13.
10월부터 제2의 김진주는 없다...피해자 입틀막법 시행
피해자가 수사기록을 원해도 경찰이 임의로 판단
조건을 어기고 언론에 유출시 징역 1년
제2의 김진주 나오는 것 불가능해져
10월부터 제2의 김진주는 없다...피해자 입틀막법 시행
지난달 31일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지워버렸다. 그 자리에 경찰의 권한이 남았다. 고소인이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때 수사기록을 열람하고 등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245조의 12를 보면 수사기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기록을 내어준다로 바뀌었다. 또한 사용목적을 제한하는 조건을 붙일 수 있다. 그 조건을 어기고 기록을 다른 이에게 주거나 보여주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피해자가 경찰의 미진한 수사나 가해자의 거짓 진술을 세상에 알리는 길이, 법의 이름으로 닫히는 것이다.

부산의 밤거리에서 한 여인이 돌려차기를 당했다. 김진주라는 이름을 쓴 그 피해자는 경찰이 바지 안쪽을 살피지 않은 사실을 끝까지 붙잡았다. 기록을 들여다보고, 언론에 알리고, 재판정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항소심에 이르러 검찰이 다시 수사했다. 바지 안쪽에서 가해자의 DNA가 나왔다. 혐의가 바뀌고 형량이 무거워졌다. 그 여인이 기록을 붙잡지 않았다면, 그 진실은 어둠 속에 가라앉았을 것이다.
이은해 계곡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남편을 물에 빠뜨려 죽인 사건이었다. 경찰의 수사기록이 언론의 손에 들어갔다. 339쪽에 달하는 그 기록 안에는 이전의 미수 범행과 돈을 빼돌린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기록이 세상에 나오자 수사는 다시 깊어졌고,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기록이 없었다면 그 계곡의 물은 그저 조용히 흘러갔을 것이다.
황의조 불법촬영 사건에서도 피해자의 측은 침묵하지 않았다. 가해자가 합의된 촬영이라고 주장하자, 통화 녹취와 메신저의 대화를 공개했다. “내가 싫다고 했잖아.” 그 한 줄의 말이 세상에 울렸다. 가해자의 주장이 흔들리고, 2차 가해의 실상이 드러났다. 기록이, 대화가, 피해자의 말이 없었다면 그 사건은 다른 이름으로 남았을 것이다.
이제 그런 길이 막힌다.경찰이 자신의 수사에 흠이 드러날 것을 각오하면서 기록을 내줄 수 있을까? 고개가 가로로 저어진다. 주더라도 조건을 걸어 입을 막는다. 거부당해도 제대로 된 이의의 길이 없다. 행정소송을 제기해도 이의신청 3개월안에 결론이 나기 어렵다. 경찰의 결정이 사실상 끝이 된다. 또한 기록을 어렵게 받아내도 언론에 보여주는 순간 처벌의 그물에 걸린다. 피해자가 수사기관의 잘못을 외부에 알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법의 칼로 잘려나간다. 피해자가 피의자가 된다. 징역 1년이다.
이 조항의 목적은 피해자의 입을 막는 것이다. 피해자와 그 조력자들이 더 깊은 고립 속으로 밀려들 것이다. 검찰을 개혁한다면서 내세운 피해자 권리의 보장 조항이, 실제로는 경찰의 편의와 피해자 통제를 강화하는 장치로 남았다.
10월이 오면 제2의 김진주는 없다. 기록을 붙잡고 언론의 문을 두드리는 피해자는 처벌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경찰이 틀어막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진실이 기록 속에 갇히고, 피해자의 말은 어둠 속에 가라앉는다. 민주당이 만든 법은 그렇게 피해자의 입을 막는다.
김남훈 기자
heavy1@of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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