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8. 15.

성평등가족부, 보완수사권폐지에 완전한 침묵

성평등가족부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법무부와 정부, 여당에 기관 검토 의견 한 줄 제출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실에 따르면 임 의원이 성평등부는 보완수사권 폐지 과정에서 법무부와 정부, 여당에 제출한 기관 검토 의견 내역 등을 묻는 질의에 “해당 없음”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피해자 보호를 존재 이유로 내세운 부처가 스스로 그 이유를 포기한 결정적 장면이다.


성평등가족부는 법무부와 정부, 여당에 제출한 검토 의견도, 당정협의회와 국무회의에서의 기관 의견도, 국무회의에서 장관이 한 발언도 전부 없었다. 법이 통과된 뒤에야 “충분히 검토된 것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피해자 단체와 자문위가 먼저 외쳤던 경고를 외면한 결과 

지난 7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단체들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반대했다. 검사의 보완적 증거 수집이 사라지면 서류에만 의존하게 되고,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모아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고 그들은 분명히 밝혔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씨는 “나는 보완수사권이 살아 있을 때 피해를 당한 운 좋은 피해자”라고 증언했다. 검찰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강간 등 살인미수 혐의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절박한 증언이었다. 


그나마 국무총리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는 27차례 회의 중 14차례에 걸쳐 보완수사권 유지를 권고했다. (물론 총리는 보완수사권을 폐지했다) 피해자 보호와 공소시효 임박 사건, 헌법상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반복해서 경고했다. 그러나 성평등가족부는 이 모든 목소리를 앞에 두고도 침묵했다.


장윤기 사건이 보여준 현실과 여론의 경고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인 장윤기 사건은 경찰 수사만으로는 성폭력 혐의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대표적 사례다.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치며 일반 살인이 강간 등 살인으로 바뀌고, 경찰의 은폐 시도까지 드러났다. 이런 사건이 이미 존재하는데도 성평등가족부는 입장을 내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보완수사권 유지 의견이 61%로 폐지 의견 23%를 압도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유지 의견이 더 높았다. 당내에서도 성폭력과 아동 대상 범죄에 한해 최소한의 보완수사권을 남겨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왔지만, 지도부는 전면 폐지로 밀어붙였다. 성평등가족부가 그 과정에서 단 한 줄의 의견을 내지 않은 것은 정치적 침묵이 아니라 직무유기였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강한 성평등가족부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강하기는 강하다. 침묵에 강하다. 


취임사 하는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취임사 하는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원민경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법치와 피해자 보호를 동시에 포기한 선택 

보완수사권은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다. 경찰 수사의 오류와 공백을 바로잡는 마지막 교차 검증 장치였다. 성폭력과 아동학대, 가정폭력처럼 진술에 의존하고 증거가 쉽게 소실되는 사건에서 그 장치는 특히 중요했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이라는 이념적 목표를 앞세워 이 장치를 제거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를 책임진 부처는 자리를 비웠다. 원민경 장관이 이끄는 성평등가족부가 침묵으로 일관한 사이, 여성과 아동이 의지할 수 있는 실질적 안전망은 파괴됐다. 


법이 이미 통과되고 10월부터 새 체계가 가동된다. 이제 성평등가족부가 “수사 공백 없이 보호받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기대만으로는 피해자가 보호되지 않는다. 침묵의 대가는 결국 가장 약한 이들이 치르게 된다. 법치가 흔들릴 때 주무 부처가 자리를 지키는 것이 최소한의 책임이다. 그 책임을 스스로 방기한 부처에 피해자들이 어떻게 기댈 수 있겠는가.


성평등가족부, 보완수사권폐지에 완전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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