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2026. 8. 17.

“No thanks”가 불러온 청구서… 표리부동 외교 1년이 남긴 안보 공백

트럼프 앞에서는 '피스메이커' 성찬

정작 대미투자, 중동문제 모두 지연 또는 거절

안보 우산은 쓰면서 동맹 의무는 거부

 “No thanks”가 불러온 청구서… 표리부동 외교 1년이 남긴 안보 공백  


트럼프 대통령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한미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을지프리덤실드가 시작되기 직전, 그것도 김정은과의 “매우 좋은 관계”를 전면에 내세우며 내린 결정이다. 지난 1년 동안 이재명 정부가 쌓아온 외교적 불신이 만들어낸 안보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정부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드러냈다 (팩트파인더 그래픽팀, AI생성이미지)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정부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드러냈다 (팩트파인더 그래픽팀, AI생성이미지)


이재명 정부의 대미 외교는 일관된 이중성을 보여왔다. 면전에서는 트럼프를 ‘피스메이커’로 치켜세우고 노벨평화상까지 거론하며 헌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서면 미국의 핵심 요청을 반복적으로 외면했다. 이란 비핵화 동참 요청에 “No thanks”로 답한 것이 그 정점이었다. 우리 선박이 이란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군사적 협조나 상징적 제스처조차 보이지 않았다. 안보 우산은 쓰면서 동맹의 의무는 거부하는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 순간이다.


통상 분야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일본이 5500억 달러 투자 약속을 차질 없이 이행하며 신뢰를 쌓는 동안, 한국은 3500억 달러 약속으로 관세 상한이라는 실리만 챙긴 뒤 “대부분 대출과 보증”이라며 말을 바꿨다. 미국이 대미 제조 인프라를 압박하는 시점에 호남 반도체 800조 원 프로젝트를 전격 추진하고, 미국 기업 쿠팡에 62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행보까지 겹치면서 미 측의 불신은 임계점을 넘었다. 미국 관료들의 눈에 이재명 정부는 “앞에서는 협력, 뒤에서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신뢰하기 어려운 동맹으로 각인됐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개인적 관계를 전면에 내세우며 훈련을 축소한 것은, 한국을 경유하지 않는 직접 채널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읽힌다. 북한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통미봉남이 현실화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핵무력 국가인 북한이 한국을 패싱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경우,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과 안보 이익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이를 “긴장 완화의 기회”로 포장한다면, 그것은 안보의 엄중함을 외면한 안일한 자위에 불과하다.


김정은과의 좋은 관게를 밝히며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한 트럼프 대통령 (소셜트루스 갈무리)
김정은과의 좋은 관게를 밝히며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한 트럼프 대통령 (소셜트루스 갈무리)


국내 정치적으로도 위험한 계산이 작동할 수 있다.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남북·미북 대화 무드를 조성해 일시적 반등을 노리고, 그 동력을 개헌과 연임 논의로 연결하려는 유혹이 존재한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두 적대국” 노선을 공식화한 상태에서 실질적 평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한시적 긴장 완화에 그칠 경우, 그 정치적 효과 역시 오래가지 못한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의 도지사 시절 대북송금을 통해 북한에게 단단히 약점이 잡힌 상태의 남북관계란 그자체로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연합훈련 축소는 시작에 불과하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과 통상 보복이 이어질 가능성이 열려 있다. 동맹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한 대가는 결국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와 중동 문제로 성과가 절실한 시점에, 이재명 정부가 명분론에 갇혀 유연한 대응을 놓친다면 한미관계는 더 깊은 균열로 빠져들 수 있다.


동맹은 일방적으로 누리는 혜택이 아니다. 앞에서는 아첨하고 뒤에서는 거절하는 외교가 1년 동안 쌓아온 결과가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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