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8. 17.

개미가 55조 날릴때 증권사와 거래소는 1173억을 벌었다

이 게임의 승자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5월 27일 아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개 종목이 상장됐다. 그날부터 지난달 말까지 45거래일. 개인 투자자들은 하루 평균 6억2000만 원씩 증권사와 거래소의 지갑을 채워줬다. 같은 기간 개미들의 계좌에서는 55조 원이 사라졌다.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이 상품이 누구를 위해 설계됐는지가 보인다.


894억, 279억, 그리고 1173억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국회 정무위원회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낸 자료를 보면, 5월 27일부터 7월 말까지 증권사들이 챙긴 ETF 위탁매매 수수료는 893억5000만 원이다. 한국거래소 몫도 있다. 거래수수료 241억3900만 원에 청산결제수수료 37억7100만 원을 더하면 279억1000만 원. 둘을 합치면 1172억6000만 원, 어림잡아 1173억 원이다.


45거래일로 나누면 하루 평균 6억2000만 원. 거래량이 몰린 6월 24일에는 하루에만 10억5100만 원, 지난달 14일에는 10억1100만 원이 수수료로 빠져나갔다. 시장이 출렁일수록, 개미가 다급하게 사고팔수록 이 숫자는 커지는 구조다.


AI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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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조, 자릿수부터 다른 손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6월 22일부터 7월 22일까지 한 달 동안 국내 기초자산 레버리지 ETF에 물린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을 387억 달러, 원화로 약 55조 원으로 추산했다. 국내 기초자산 레버리지 상품 잔고는 6월 하순 525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190억 달러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반토막 넘게 증발한 셈이다.


같은 기간 KB증권이 자체 집계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실현손실·평가손실 합계는 약 10조 원. 어느 쪽 수치를 기준으로 삼든 결론은 같다. 개미의 손실은 조 단위, 중개인의 수익은 억 단위를 겨우 넘겼을 뿐인데도 방향은 완전히 반대였다.


잃기 전에 이미 내야 했던 돈, 32억

이 상품에 손을 대려면 먼저 교육을 들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교육원 홈페이지에서 '레버리지 ETF 가이드' 교육을 이수하고 수료증 번호를 증권사 앱에 등록하는 절차다. 지난달 말까지 신청자는 79만9435명, 이 중 74만3760명이 교육을 마쳤다. 1인당 교육비 4000원을 곱하면 약 32억 원. 손실을 보기도 전에, 손실 볼 자격을 얻는 데만 이만한 돈이 걷혔다.


그리고 상반기 전체 그림

이건 단일종목 레버리지 하나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코스피가 6월 9110선까지 치솟으며 거래대금이 폭증한 올 상반기, 10대 증권사가 거둔 수탁수수료는 업계 추산으로 7조 원대에 이른다.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NH투자·키움 5개사만 놓고 봐도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4조1988억 원, 전년 동기 대비 174.9% 늘었다. 10대 증권사 상반기 순이익은 사상 처음 10조 원을 넘었다.

시장이 흔들릴 때 누군가는 반드시 돈을 번다. 문제는 그게 항상 같은 쪽이라는 점이다.


"관리자만 배부르다"는 원장의 우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극심한 회전율을 두고 "증권사만 배 불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도 이번 통계를 두고 개인이 대규모 손실을 보는 동안 증권사가 수수료로 재미를 봤다는 취지로 짚었다.


당국이 뒤늦게 규제를 강화하면서 최근 한 주(7~13일) ETF 순유입 상위 100개 상품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단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신규 자금이 끊기고 기존 투자자의 이탈도 시작됐다. 판이 저물어가는 지금에서야 나오는 통계라는 점이 더 씁쓸하다.


개미는 배웠다. 교육 이수증까지 발급받고, 등락률의 두 배를 걸고, 55조 원을 잃는 법을. 그 옆에서 거래소와 증권사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통행세를 걷었다. 위험은 개인이 지고, 통행료는 시스템이 가져가는 구조였다. 


개미가 55조 날릴때 증권사와 거래소는 1173억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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