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2026. 8. 19.
광주비엔날레 대만 국호 삭제에 작가들 "불참"… 대만 정부도 항의

다음 달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가 대만(타이완) 파빌리온의 명칭을 일방적으로 국호 대신 미술관의 약자인 'NTMoFA'로 변경했다. 광주시와 비엔날레측은 외압이 없다는 설명이지만, 1년 내내 이어지는 대만에 대한 주최측의 안이한 대응과 차별로 인해 대만 작가들이 광주비엔날레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섰다.
올해 초 대만 문화부는 광주비엔날레 재단에 '대만 파빌리온(Taiwan Pavilion)'이라는 이름으로 기획안을 내고 대만 국가관을 운영키로 재단측과 계약을 체결했다.
'파빌리온' 전시에서는 다국적 작가 그룹이나 기관으로 참여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나라 이름을 표기하는 게 관례다. 그러나 광주비엔날레 측은 자체적으로 국립 대만 미술관의 영어 약칭인 'NTMoFA'로 대만관을 명칭을 갑자기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문화부는 보도자료를 내 이미 대만 파빌리온 명칭으로 계약한 상태에서 지난 6월 주최측이 갑자기 '국립대만미술관'으로의 명칭 변경을 제안하고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비엔날레 재단에 일방적인 명칭 변경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주최측이 무시로 일관하며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만 정부는 광주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대만 작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연이어 "파빌리온 포스터에 참여국과 기관 명칭이 담겼으나 대만만 미술관 약자로 표기됐다"는 것을 지적했다. "광주비엔날레의 정치적 검열을 규탄한다"며 "이는 단순히 이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와 세계 예술 공동체에 대한 위협하는 것"이란 내용이 확산되었다.

이어 15일에는 대만 작가들이 실명으로 공동 성명서도 발표했다.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작가들은 전시 준비를 포기했고, 국가관은 물론 본전시를 포기하는 작가도 나왔다.
17일, 대만의 작가 황징중(Huang Jing Jhong)은 쓰레드 게시글을 통해 "예술의 전당에서 스스로 검열을 하고, '민주화의 성지'라 불리는 광주가 독재 권력의 협박 앞에 무릎을 끓었다"면서 "이건 대만 예술가들에 대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피땀 흘려 지켜낸 광주의 역사 자체를 배신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내 예술인들 역시 함께 비판에 나섰다.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연대'는 18일 "우리는 2026년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Taiwan Pavilion’(이하 ‘대만관’) 기획자와 예술가들이 발표한 성명을 지지하며 이에 굳건한 연대의 의사를 표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광주비엔날레는 1995년 처음 개최된 이래 5·18광주민중항쟁의 역사와 그 교훈인 민주주의, 인권, 자유와 저항의 가치를 널리 표방해 왔다"면서 "이는 광주비엔날레가 국제 미술계에 내세우는 자기 정당성의 가장 중요한 근거들 중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광주비엔날레에서는 국가 정체성에 대한 예술가의 자기 명명을 무시하고 민주적 토론과 협의의 과정을 배제하는 반민주주의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연대' 측은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를 주최측이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는 것을 비판한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이 상황에 대해 광주비엔날레가 어떤 해명도 사과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을 꼬집었다. 이어 "2026년 광주비엔날레의 주제인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라는 문구를 다시 한번 무겁게 받아들이기 바란다"며 "현재 광주비엔날레재단이 보이는 행태는 변화를 제안하는 주체의 정당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 것이다.
황징중 작가는 "민주주의와 예술의 자유를 아끼는 분들이 이 문제에 함께 목소리를 내주시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했고,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연대는 "동시대 한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문화노동자로서 민주주의와 저항의 역사에 바탕을 둔 광주비엔날레에서 이 같은 검열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며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행정 절차상 이견을 재단의 검열 행위로 해석하는 것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가와 기관의 명예에 우려를 초래할 수 있다"며 작가들에게 사과가 아닌 압박에 들어갔다.
이번 포스터에 대만만 NTMoFA로 표기된 것은 "참여 유형에 따라 홍보물에 16개 국가관과 11개 기관의 국가명과 기관명을 표기한 것"이라면서 "NTMoFA는 기관 명의로 참여 절차를 진행했고, 지난 1월 기관 자격으로 전시 계약을 체결해 기관명으로 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관으로 참여하면 해당 국가 대사관이나 문화부가 발급한 국가관 참여 승인 공문을 제출하게 한다"며 "모든 파빌리온 창작 활동을 존중하고 어떠한 개입이나 검열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대만 문화부, 작가들의 주장과 일부 보도를 부정했다.
하지만 대만 문화부가 4월 23일 '대만관'이라는 명칭으로 협약한 것을 공개하고, 8월 광주 측 포스터 공개 이후 8월 10일 대만 외교부의 공식 항의 성명과 함께 주최측에 12일까지 해명하라고 했던 것에 대해선 입장문에 반영하지 않았다.
또 대만 문화부는 투명하게 대만 국립외무성이 '인스턴스 던전: 그레이 존' 출품 당시에 함께했음을 밝혔고, 이후에는 리위안 문화부 장관 명의로 '대만관'을 추진한 것을 공개하고 있으나 광주비엔날레 측은 결정의 주체가 누구인지 함구하고 있다.
한편, 대만 문화부와 외교부 측은 한국 정부와 정부산하 아시아문화센터에게 수 차례 항의했으나 아직까지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현 논설위원
top1of1the1line@gmail.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