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2026. 8. 20.
트럼프는 not happy 라는데 한반도 평화모드라는 이재명
이재명 정부에 실망한 트럼프 '한미연합훈련 축소'
트럼프 결정이 '한반도 평화' 첫 단추라고?
남북정상회담 지지율 스팀팩 통해 개헌 시도
트럼프는 not happy 라는데 한반도 평화모드라는 이재명
트럼프가 연일 드러내는 감정은 명확하다. Not happy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직접 썼다.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이유로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하면서,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란 비핵화에 동참할 의향을 물었더니 “No thanks!”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공개했다. 기자들 앞에서는 더 직설적이었다. “우리는 한국에 3만9천 명의 병력을 두고 김정은으로부터 당신들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이란에서 아주 간단한 군사작전을 하는 데 우리를 돕지 않겠다는 건가? 이상하군. 그렇다면 우리는 왜 당신들을 돕는 데 관여하고 있는 건가?”

동맹국이 미국의 군사 작전에 도움을 주지 않고, 약속했던 대미 투자도 제때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이다. 외교적 관례를 무시하고 SNS와 기자회견에서 직접 상대국 대통령의 거절을 폭로하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그 상징적 조치가 바로 을지자유의방패 연습의 돌연 축소다. 이미 시작된 훈련을 중간에 반토막 내고, 반격 단계를 취소하는 초유의 사태. 미국 측이 사전에 제대로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는 한국 정부의 설명이 나올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동맹의 핵심 자산인 연합연습이 트럼프의 분노를 해소하는 카드로 소모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의 해석은 전혀 다르다. 8월 19일 X에 올린 글에서 그는 이 축소를 “한반도에서 적대와 대결을 넘어 평화를 만들기 위한 고심이 담긴 큰 결정”으로 규정했다. “한미연합연습과 야외기동훈련 축소를 통해서라도 한반도에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여건을 조성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노력에 공감하며 그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까지 했다. 세계 군사력 5위라는 재래식 순위까지 꺼내 들며 “한반도 방위를 스스로 감당하기에 충분한 역량”을 갖춰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래식 군사력 5위라는 숫자 자체도 허구다. 민간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올린 자료일 뿐인고 상위 5개국 중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북한은 이미 핵을 실전 배치한 나라다. 재래식 순위만으로 핵 비대칭을 덮을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도 이 숫자를 꺼내 들며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트럼프의 분노를 평화 무드로 포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의 아전인수다. 한국과 미국의 안보 자산을 동시에 갉아먹으면서도, 그 결과를 ‘평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태도가 도를 넘어선 것이다.
지지난 대선 때 대장동 이슈가 터지자 이재명 후보 측은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는 프레임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실제 수사와 재판의 흐름과 상관없이, 불리한 의혹을 상대에게 덮어씌우는 방식이었다. 만약 정말 몸통이 윤석열이었다면, 지금 이재명 정부의 특검은 왜 대장동을 수사하지 않는가. 지금 트럼프가 “Not happy”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연합훈련까지 돌연 축소하는 상황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동맹의 균열과 일방적 통보라는 믿기 힘든 현실을 ‘한반도 평화모드’라는 화려한 포장지로 덮는 시도다. 프레임 변환의 기술이 놀랍도록 일관되다.
더 심각한 것은 그 너머에 있는 정치적 계산이다. 한미 연합연습 축소와 북미 직접 대화 분위기를 활용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그 상징성을 지지율 상승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개헌을 통해 정치적 권력 연장을 시도하려할 것이다. 한반도의 안보 구조를 흔들면서까지 국내 정치 공학에 안보를 소모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다.
이 도박판의 결과는 더 암울할 수 있다. 미국과 북한이 직거래를 통해 서로의 안전을 보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대한민국은 핵무장한 북한에 사실상 조공을 바치는 위치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재래식 군사력 5위를 자랑하면서도 핵 앞에서는 무기력해지는 비대칭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이다. 트럼프의 분노를 평화로 둔갑시키고, 동맹의 자산을 소모하면서, 결국 남한이 북한의 핵 그늘 아래서 본인의 정치적 이득을 추구하는 판을 짜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의 “Not happy”는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동맹의 균열을 경고하는 신호다.
다음 신호로 “Angry”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를 평화체제 구축의 결단으로 호도하는 것은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을 너무나 얕잡아 보는 행위다. 이런 얄팍한 시도는 더 극단적인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고 대통령 이재명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 것이다.
김남훈 기자
heavy1@of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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