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8. 24.
[단독] 病, 정통망법으로 의료사고 피해자에게 "폭로시 수억 손해배상" 협박

의료사고를 겪은 환자들이 개정 정보통신망법(정통망법)에 가로막혀 피해 사실조차 알리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보 비대칭성이 커 온라인 후기나 평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의료 시장의 특성을 악용해, 일부 병원이 "피해 사실을 올릴 경우 수억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환자들을 법적으로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A씨는 한 대형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 과다출혈로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에 이송됐다. 수술 부위에는 기능적·미용적 부작용이 동시 발생했다. 그러나 성형외과 측은 대학병원 치료비 보상을 거부한 채, 검사·마취비를 뺀 나머지 수술비 일부만 환불하겠다고 통보했다.
A씨가 성형 관련 커뮤니티에 "해당 병원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글을 남기자, 병원 측의 거센 압박이 시작됐다. 글을 내리기 전까지 하루 동안 걸려 온 부재중 전화만 200통이 넘었다. 병원은 구글 지도 리뷰 작성 역시 개정 정통망법상 처벌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대형병원이라서 대형 로펌과 친밀하다"며 "7대 대형 로펌을 선임해 수억원대 민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결국 A씨는 전원 비용과 재수술비, 막대한 법송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소송을 포기했다. 병원 측은 인터넷 글 삭제를 조건으로 '선처'하겠다며 사건을 무마했다.
의료사고 피해자 오픈채팅에선 A씨 외에도 유사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한다. 게시글 삭제를 요구하는 전화로 직장에서 공황장애가 온 경우도 있었다. 최근 글을 올린 경우 병원들이 '정통망법'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도 비슷했다.
정부는 네이버·디시인사이드·카카오·구글·메타·엑스(X)·틱톡 등에 허위조작정보 대응 의무가 있다고 봤다. 일각의 오해와 달리 해당 사이트 이용자만 정통망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사이트들에 자체적으로 '허위조작정보'를 관리하고 삭제하라는 의무가 주어진 것이다. 따라서 사실임을 피해자가 입증할 수 있다면 정통망법의 '허위조작정보' 처벌에서 벗어난다.
문제점은 성형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여러 플랫폼(병원 커뮤니티 등)에 동시에 글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동일한 내용을 반복 유포할 경우 정통망법상 배상 책임이 한층 무거워지는데, 병원이 과실을 은폐·부인하는 순간 피해자는 순식간에 '허위사실 반복 유포자'로 전락하게 된다.
CCTV 열람 차단도 피해 입증을 막는 장벽이다. B씨는 수술 후 상담 당시와 다른 시술 방식에 대리수술을 의심했다. 수술 전 추가 비용을 내고 CCTV 촬영 동의서까지 작성했지만, 병원 측은 "개인정보보호법상 수사기관 외에는 열람이 불가능하다"며 거부했다. 수사기관의 대응도 미온적이었다. 경찰은 사건 접수가 아닌 형사 고소를 안내하며 "대리수술 정황만으로는 수사가 어렵다. 직접 의료사고 피해 증거나 CCTV 영상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사회초년생인 B씨는 결국 CCTV 열람 청구 소송을 포기했다.
의료사고 특성상 환자가 입증 책임을 전적으로 지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허위사실 유포' 프레임을 씌워 피해자를 협박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허위조작정보 단속이라는 개정 정통망법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병원측의 입막음용으로 정통방법이 이용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허점을 조속히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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