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9. 3.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 순위를 지웠다. 설명도 없이
한국은행이 3일 낸 ‘8월 말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국가별 외환보유액 순위 항목을 삭제했다.한은이 월별 자료 말미에 주요국 규모와 우리나라 순위를 따로 적어온 것은 2001년 2월 말 이후 25년 6개월 동안의 관행이었다. 자료 본문에도, 별도 설명자료에도, 브리핑에도 변경 사실과 배경은 없었다.
8월에만 143억 달러가 들어왔다
같은 자료에서 한은은 8월 말 외환보유액을 4422억8000만 달러로 공표했다. 7월 말 4279억5000만 달러보다 143억3000만 달러 늘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은이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1년 이후 월간 증가 폭으로는 최대다. 잔액 기준으로는 2022년 5월 4477억1000만 달러 이후 가장 많다. 한은은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증가와 해외자산의 달러 환산액 증가, 운용수익을 이유로 들었다. 유가증권은 3870억7000만 달러로 70억7000만 달러 늘었고, 예치금은 303억 달러로 71억7000만 달러 늘었다. 금은 47억9000만 달러로 전월과 같았다.
순위가 민감해진 1년
숫자만 보면 호재다. 한은이 순위를 뺀 시점이 하필 그 달이라는 점이 오히려 수상하다. 지난 4월 3일, 3월 말 외환보유액이 4236억6000만 달러로 한 달 새 39억7000만 달러 줄면서 세계 순위가 2000년 이후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린 바 있다.
5월 말 기준 순위가 12위에서 13위로 내려갔다. 당시 비교 대상은 중국 3조4422억 달러, 일본 1조3059억 달러, 스위스 1조767억 달러에 이어 러시아, 인도, 대만,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 홍콩, 프랑스, 싱가포르였다.
고환율 국면에서 당국이 달러를 내다 팔고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를 돌린 흔적이 월별 증감에 반복해서 찍혔다. 7월 1일 전한 한은 집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외환 순거래액은 마이너스 136억2800만 달러였다. 지난해 4분기 순매도 224억 달러에 이은 연속 개입이다.

설명 없이 닫힌 비교표
외환보유액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외 지급 능력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로 다뤄져 왔다. 한은은 그 부담을 알고 2001년부터 주요국 숫자와 우리 순위를 정례 공개해 왔다. 순위는 각국 공표 시차가 있어 전월 말 기준으로 붙는 보조 정보였다. 보조 정보라도 한 줄이면 됐다. 이제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초 자료와 각국 중앙은행 통계를 따로 맞춰 봐야 한다. 한은은 독립 기관이다. 독립 기관이 25년 관행을 깨면서 한 줄의 사유도 적지 않은 것은 그 독립이 설명 의무까지 면제한다는 뜻은 아니다.
외환보유액 순위를 확인하기 위해 국민들이 각국 중앙은행 통계를 직접 찾아봐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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