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2026. 9. 8.

아이돌은 일해도 고장난 폰 6년째 쓰는데, 李는 "일 안 하는 예술인 월 30만원"?

좌측부터 아이폰 13 Pro을 들고 셀카를 찍는 아이돌의 모습(Ai로 생성한 콘텐츠)과 이재명 대통령이 2017년 '기본소득 헌법'을 주장하는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캠페인에 서명한 모습. © 온국민기본소득운동본부
좌측부터 아이폰 13 Pro을 들고 셀카를 찍는 아이돌의 모습(Ai로 생성한 콘텐츠)과 이재명 대통령이 2017년 '기본소득 헌법'을 주장하는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캠페인에 서명한 모습. © 온국민기본소득운동본부

한 아이돌 멤버가 정산을 받지 못해 고장난 아이폰 13 Pro를 6년째 사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프랑스에서 "일해서 돈을 버는 그것이 최선인 시대는 아니"라며 예술인들에게 기본 소득 도입을 시사했지만, 해당 아이돌 멤버처럼 '일하는' 예술인들에겐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아이돌 그룹 J의 멤버 A는 아이폰 13 Pro를 6년째 사용하고 있다. 마이크가 고장났지만 정산을 받지 못해 바꿀 수 없었다. 이번 아이폰 17 시리즈의 가격이 인상된다는 소식에 내년에 출시될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바꾸기로 했다. 관계자는 안무 영상 등을 에어드롭 기능으로 받아야 해 아이폰을 써야만 한다고 말한다.


A는 하이브 출신의 인기 연습생이었다. 데뷔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아 중소 기획사에서 데뷔했고, 데뷔 후에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등 성공을 위해 노력했다. 이 노력에는 수 많은 자원이 들었다. 레슨비, 연습실 대여비, 안무(창작)비, 무대에 오를 전문 댄서들의 급여 등 숨만 쉬어도 돈이 들었다. 그래서 아직까지 정산을 받지 못하고 수 많은 빚만 남았다.


대체로 보컬 레슨은 주 1회 1시간에 15만 원씩 청구된다. 댄스는 부르는 게 값이다. 단체 연습을 위해 연습실을 쓰건, 소속사 사옥 내에 연습실을 만들건 아티스트들에겐 빚이 된다. 만약 예술인 기본소득으로 '30만 원'을 받는다고 해도 레슨비로 전부 사용해야 할 판이다.


다른 중소 기획사 아이돌 B의 멤버들과 아이돌 그룹 뉴키드 출신의 가수 늑준 역시 부모님에게 통신비를 지원받았거나, 받고 있다고 말한다. 입을 모아 하나같이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고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정부는 리센느, 싸이커스, 튜넥스, 키라스, 캔트비블루, 82메이저, 빅오션, 유스피어, 엑신, 에잇턴 등 10개 그룹의 소속사에게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정책적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만, 소속사에 대한 지원일 뿐이라 대부분의 멤버들은 개발도상국에서 공연한 뒤 돌아오는 스케쥴만 소화하고 있다. 아티스트들은 소비력이 낮은 국가에서 앨범을 판매할 수 없어 '빚'을 갚지 못하고 최악의 경우 빚을 더 지게 된다.


일일드라마에 출연한 조연 C씨는 출연료가 회당 4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높은 편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지방 촬영 때마다 KTX나 고속버스를 타고 다녀야 해 어떤 방영 회차는 출연료보다 교통비가 더 많이 나왔다.


기본소득정치연대가 2018년 제작한 웹툰. © 2018.10.15., 기본소득정치연대.
기본소득정치연대가 2018년 제작한 웹툰. © 2018.10.15., 기본소득정치연대.

예술인 기본소득은 이렇게 일하는 예술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예술로 돈을 벌고자 하는 의욕을 꺾는다고 말한다.


아이돌 그룹 B의 멤버들도 돈을 더 벌고 싶은 게 아니라 콘텐츠에 더 많이 노출되고 싶다고 말한다. "일하지 않아도 받는 기본 소득보다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생태계의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드라마 제작 편수가 급감하고 있고,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TV 프로그램에서 아이돌 멤버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시청층의 고령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콘텐츠 출연진들이 고령화되며 14-29세 시청자들이 TV를 떠나고 있다.


지금 예술 현장에 필요한 것은 단발성 기본소득이 아니라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자금 투입이다. 이러한 현금 지원에 쏟아부을 천문학적 예산이 있다면, 드라마 제작 편수를 늘리고 콘텐츠 제작 지원금을 확대하는 데 집행해야 한다. 또 아이돌에 대한 불공정 정산 관행을 바로잡고, 대중문화산업의 제작 지원을 도와야 한다.


그렇다고 방만하게 경영해서도 안 된다. 정부는 K컬처의 세계적 확산을 위해 내년 12월 '패노메논' 행사를 열어 K팝, K푸드와 K뷰티 등을 아우르는 대규모 문화행사를 열 계획이다.


이를 총괄하는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장은 지난해연말 8박 11일간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다녀왔는데, 공무 기간으로 편입되어 세금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지난 1일 국회에서 공무 일정이 끝난 뒤 미국에서 개인 일정을 소화한 것을 문제삼았다.


대중문화교류위는 귀국 항공료 등 비용은 박 위원장 본인이 부담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미 작년에 예산을 이재명 정부 홍보 행사에 4억4000만 원, 위원회와 지원단 운영비는 6200만 원 사용하는 등 비정상적인 운영으로 비판받았다.


K컬처의 세계화를 명목으로 신설된 관변 조직들이 불투명한 예산 집행과 사적 활용 논란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면, 현장에서 피땀 흘리는 예술인들의 무력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예술인 기본소득 계획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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