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2일 전
[칼럼] 감사 편지에 '매국' 딱지, 도대체 어느 나라 집권당인가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행. 자유를 택한 동포가 돌아왔다. 그리고 이를 허용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야당 의원이 감사 서한을 보냈다. 여기까지는 상식의 영역이다. 그런데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은 상식의 밖이다. "매국 행위"란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서 "북한군 포로 리모씨와 백모씨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한국행을 허용한 젤렌스키 대통령 귀하의 대승적 결정을 환영하며 깊은 감사를 표한다"는 내용의 감사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민주당은 일제히 달려들어 나경원 의원에 대해 '매국 행위'라고 비판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도대체 뭐가 매국인가. 한번 의원님들 말씀을 하나하나 음미해보자.
신정훈 의원님, 외교의 기본을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
신정훈 의원은 이렇게 훈계했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에 감사하는 것과 국가 간 외교적 신뢰를 지키는 것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라며 "국익 앞에서도 여야부터 따지는 그 저급한 정쟁 본능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아, 그렇지. 외교의 기본. 참으로 고매한 가르침이다. 그런데, 팩트 하나만 짚자.
이번 송환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말에 의하면 "한국이 북한 군인들을 넘겨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측이 먼저 북한 군인들을 넘겨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힌 사안이다. 즉, 이재명 대통령이 먼저 요청했고, 젤렌스키가 들어준 것이다.
그러면 논리적으로 이렇게 된다. 대통령이 요청해서 받아낸 성과에, 야당 의원이 상대국 대통령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이 "저급한 정쟁"인가? 대통령 성과를 야당이 품 넓게 칭찬해준 셈인데, 여당이 왜 화를 내는가. 이해가 안 간다. 혹시 대통령님 요청은 괜찮고, 감사 인사만 매국인가?
신 의원 말대로 "감사할 일에는 감사하고, 항의할 일에는 항의하는 것. 외교의 기본"이라면, 감사할 일은 마침 나경원 의원이 대신 해줬으니, 항의할 일이 남았으면 그건 여당 의원님들이 하면 된다. 왜 감사한 사람까지 잡아다 매국으로 몰아세우는가. 외교의 기본을 모르는 쪽은 누구인가.
강득구 의원, 국익은 대체 누구의 국익인가
강득구 의원은 "나 의원의 우크라이나 대통령 감사 서한 발송 계획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국익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앞세우는 이러한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묻자. 북한군 포로가 대한민국 헌법상 국민으로 인정받아 자유의 땅으로 오는 것이 국익에 반하는 일인가? 아니면 인도적 우호적 결정을 해 준 나라에 고맙다고 하는 것이 국익을 해치는가?
제2, 제3의 북한군 포로가 또 나왔을 때, 한국행을 택하고 싶어도 "저번에 감사 인사한 의원 때문에 한국 가기 겁난다"고 할까. 아니면 "감사 인사는커녕 대사부터 소환해버리는 나라에 가고 싶다"고 할까. 국익을 입에 올리기 전에, 상식부터 챙기시라.
김병주 의원, 이완용은 혹시 이재명 대통령을 두고 하신 말씀인가
백미는 김병주 의원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라는 분이 이렇게 썼다.
"나 의원 제정신인가. 배은망덕 대한민국을 모독한 젤렌스키에 감사 서한이라니"라며 "개인의 사욕을 위해 나라 팔아먹은 이완용과 무엇이 다른가. 매국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개인적 사욕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 참으로 무서운 비유다. 그런데 김병주의 논리를 한번만 따라가 보자.
북한군 포로를 인계해달라고 요청한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이다. 그 청을 들어준 사람이 젤렌스키 대통령이다. 그 젤렌스키에게 고맙다고 한 사람이 나경원 의원이다. 그러면 "개인의 사욕"은 누구의 사욕인가? 설마 포로 송환을 요청한 이재명 대통령의 사욕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대통령의 요청을 들어준 젤렌스키에게 감사하는 것이 사욕인가?
아무리 지지율이 낮다고 해도, 현직 대통령을 여당 간사께서 이완용에 비유하는 것은 좀 심하지 않은가. 야당 의원을 때리려다 대통령까지 같이 때리는, 참으로 희한한한 자해공갈이다. 이완용 비유, 함부로 쓰는 것 아니다. 나라를 판 사람은 감사 편지 쓴 사람이 아니라, 동포 구해준 은인에게 대사 소환으로 보답한 쪽 아닌가.
결론은 간단하다.
은혜를 입으면 감사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고, 동포가 돌아오면 환영하는 것이 국가의 도리다. 그걸 야당이 했으면, 여당은 고맙다고 하거나 조용히 있으면 된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감사한 야당을 매국노로 몰고, 은혜를 베푼 나라를 향해 채찍을 휘두른다.
독재 정권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 사지에 빠진 동포를 외면하는 것이 매국이 아니라면 무엇이 매국인가. 감사할 일은 야당이 했으니, 항의할 일이 그렇게 하고 싶으면 여당이 알아서 하시라. 감사 편지까지 매국이라 우기면, 그 다음에 북한군 포로가 자유를 외칠 때, 대한민국은 무엇으로 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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