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 3시간 전

계란 한 알값 가지고 싸우는 대통령

계란 한 알값 가지고 싸우는 대통령

10월 7일 농식품부 국정감사. 김용태 의원이 수입란 단가를 지적했다. 미국산 454원, 태국산 305원, 덴마크산 761원 그리고 브라질산 1,300원. 그리고 이 계란을 국내 유통업자에게 100원 안팎에 넘겼다고 했다. 사 온 값의 10분의 1이다. 한 판으로 치면 3만9천 원에 사서 4,980원에 팔았다는 얘기다, “그게 그렇게 비싼거였어?” 마트에서 브라질 계란을 집어 들었던 소비자들이 뒤늦게 영수증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계란 한 알값 가지고 싸우는 대통령


농식품부의 황당한 반격 ‘평균가’

농식품부는 즉각 설명자료를 냈다. 그런데 아주 황당한 반박이었다. "수입국 구분 없이 동일한 가격으로 공급했고, 전체 기간 평균 공급가격은 약 131원입니다" 질문은 브라질산을 얼마에 사 왔느냐였는데, 답은 네 나라 계란을 평균을 내서 답한 것이다. 무엇보다 1억 2,578만 미국산 계란에  112만 개 브라질산을 섞어 평균을 내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동문서답이다

그다음은 ‘0.8%’였다. 브라질산은 전체 수입량의 0.8%, 총액 16억 원에 불과하다. 800억 낭비라는 일부 보도는 과장이 맞다. 그러나 비중이 작다는 것과 단가가 정당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계란 한 알당 178원 이라는 대통령 그러나 항공운송비용 14억은 제외했다
계란 한 알당 178원 이라는 대통령 그러나 항공운송비용 14억은 제외했다


한술 더 뜬 대통령의 황당한 계산법

10월 15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X에 '청와대 홍보수석실 팩트체크'를 올렸다. 핵심 문장은 이것이다. "브라질산 달걀의 개당 매입가격은 178원 정도로 시중가격이었고, 다만 지구 반대편으로의 장거리 항공수송에 따른 비용 등 부대비용이 많이 소요됐다."

178원은 어디서 나왔나. 농식품부가 같은 날 밝힌 현지 구매비 약 2억 원을 112만 개로 나눈 값이다. 그러니까 16억 중 2억이 계란값이고, 나머지 14억이 대한항공 화물기 운임과 관세다. 대통령은 2억 쪽을 들어 "시중가격"이라 했고, 14억 쪽은 "부대비용"이라는 단어 하나로 대놓고 치워버렸다. 이 계산법, 낯설지 않다. 지난 2025년 5월 대선 유세가 군산에서 있었다. "커피 한 잔 팔면 8천 원에서 1만 원 받을 수 있는데 원가가 내가 알아보니까 120원이더라." 원두값만 떼어 원가라 불렀고, 인건비·임대료·전기세는 “부대비용‘으로 치워버렸다. 전국 카페 사장들이 들고일어났고 후보는 "맥락이 있다"고 했다. 그때는 재료비만 떼서 남의 장사를 폭리로 만들었고, 이번엔 재료비만 떼서 나라 살림을 알뜰하게 만들었다. 방향은 정반대인데 계산법은 같다. 원재료비는 원가가 아니다. 카페 사장도 알고 농식품부 사무관도 알고 있을 것이다.

2025년 5월 군산유세 당시 이재명 후보는 '커피 원가는 120원'이라고 발언했다 (KBS 유튜브 썸네일 갈무리)
2025년 5월 군산유세 당시 이재명 후보는 '커피 원가는 120원'이라고 발언했다 (KBS 유튜브 썸네일 갈무리)


항공운송비용이 14억인걸 몰랐다는건가

정부 논리의 가장 빈약한 부분은 항공운송비다. 지구 반대편에서 냉장 계란을 비행기로 실어 오면 개당 1천 원이 넘게 붙는다는 건 입찰 전에 계산기 한 번 두드리면 나오는 숫자다.


정상회담의 성과물이라는 브라질 언론

이쯤에서 브라질 정부 자료를 보자. 2026년 2월 23일, 룰라 대통령 방한 당일 브라질 농업축산부 보도자료에서 파바루 장관은 "한국 대통령이 브라질산 계란 시장 개방에 필요한 모든 서류 접수를 확인했다. 며칠 안에 증명서가 발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5월 8일에는 브라질 외교부와 농업축산부가 공동 보도자료를 내 한국으로의 계란 수출 협상 타결을 발표하면서, 2월 정상 방문 때 체결한 MOU가 "브라질 농업 부문의 관심 사안 진전에 기여했다"고 적었다. 브라질 농업 매체는 이를 2023년 이후 602번째 시장 개방 실적으로 집계했고, 농업부 국장은 "룰라 대통령의 방한이 협상 진전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파바루 장관이 "한국 대통령이 브라질 계란 시장 개방을 위한 모든 서류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며칠 안에 증명서 발급을 기다린다"고 발언. 또한 계란 수출 최종 단계가 "한국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conforme mencionado pelo presidente sul-c
파바루 장관이 "한국 대통령이 브라질 계란 시장 개방을 위한 모든 서류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며칠 안에 증명서 발급을 기다린다"고 발언. 또한 계란 수출 최종 단계가 "한국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conforme mencionado pelo presidente sul-coreano)"라고 적혀 있다(브라질 농업축산부(MAPA) 보도자료, 2026.2.23)


브라질 기록에서 계란은 정상외교의 성과물이다. 그런데 송미령 장관은 10월 7일 국감에서 정상회담과의 관련성을 "상관없다"고 여러 차례 부인했다. 두 정부 중 하나는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 7월 순방 공동성명에 계란 조항이 없는 건 맞다. 그러나 2월에 서류 접수를 대통령이 직접 확인해줬다는 브라질 장관의 발언은 그대로 남아 있다.

정상회담 선물로 비싼 계란을 사줬다는 것은 아직 입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격을 알고도 브라질을 고집한 공문, 유찰에도 바꾸지 않은 수입국, 그리고 상대국이 외교 성과로 자랑한 보도자료. 이 세 가지가 한 줄에 놓이면 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룰라 대통령의 체면과 우리 국민의 세금 중 무엇이 먼저였나.


축산발전기금으로 브라질 계란을 수입하는게 맞나

돈의 출처도 짚어야 한다. 김 의원이 국감에서 "계란 수입한 돈이 무슨 예산인지 아느냐, 축산발전기금"이라고 짚었을 때 장관은 부인하지 않았다. "국민한테 워낙 그때 계란 가격이 비싸서"라고 답했다. 축산발전기금은 이름 그대로 축산농가를 지원하려고 모아둔 돈이다. 지난겨울 산란계 1,134만 마리를 땅에 묻은 농가의 재기를 도울 돈으로 지구 반대편 계란을 사 왔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도 "수입란에 1,200억을 쓰면서 9년간 산란계 농가 시설 직접보조는 97억"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계란가지고 싸울 때인가

마지막으로 묻는다.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허위 정보 유포에 엄정 대처"를 지시했고, 15일에는 직접 "정치적 목적으로 허위사실 유포하는 분들은 시정하라"고 썼다. 언론사 사설을 '가짜뉴스'로 규정한 부처 자료를 대통령이 리트윗한 셈이다.

일부 언론도가 헤드라인으로 잡은 800억 운운은 잘못된 뉴스가 맞다. 정부가 그 숫자를 바로잡을 권리는 있다. 그러나 143원에 푼 것도 맞고 14억이 운임으로 날아간 것도 맞다. 축산발전기금에서 나온 것도 맞다. 브라질 정부가 정상외교 성과로 발표한 것도 맞다. 이쯤되면 대체 대통령이 국정철학이 무엇인지 정말 모르겠다. 보이스피싱,암표,가짜 앰뷸런스와 계란이 대통령의 국정목표라도 되는 것인가. 지금 정말 계란 가지고 싸울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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