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 1시간 전
순창축제위원회 '김민석에게 공식사과'
리허설까지 한 개막식 내빈 소개에 김민석 이름 없어
가수 두 곡 뒤 '초대손님'으로 끼워넣기
주최측은 ‘김민석에게 공식 사과’
김민석, "갑자기 사회자에게 호명돼" 과잉의전 프레임 펼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18일 엑스에 "불편을 끼친 가수 HYNN님과 관객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썼다. 그런데 그 글에는 사과보다 더 중요한 문장이 들어 있었다. "공연 중이라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의사를 밝히고 공연장 주변을 둘러보는 중 갑자기 사회자에게 호명되어 인사를 하게 됐다"는 해명이다.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나는 올라갈 생각이 없었다, 사회자가 불렀다"고 못 박은 것이다.

같은 날 순창장류축제위원회가 "주최 측의 착오"라며 김 대표에게까지 사과하자 이 해명은 완성됐다. 언론은 '과잉 의전'이라는 제목을 달았고, 사건은 주최 측이 당대표를 과하게 모시다 벌어진 해프닝으로 정리됐다. 당대표는 피해자가 됐다. 그러나 15일 개막식 현장 녹화본을 처음부터 돌려보면 이 해명은 성립하지 않는다.

내빈 소개는 리허설까지 하고 공연 한 시간 전에 끝났다
이날 개막식 전 리허설에서 사회자는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내외 귀빈을 소개한다"는 멘트를 세 차례 반복 연습했다. 개막 퍼포먼스에 올라올 내빈 호명과 최영일 군수 인사말도 미리 맞춰봤다. 본 개막식에서는 이원택 전북도지사, 박희승 국회의원, 이학수 정읍시장, 인근 군수들, 기관단체장, 군의원까지 영상으로 한 명씩 소개했고, 사회자는 "시간 관계상 다 소개하지 못해 양해 바란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어진 개막 퍼포먼스에서도 군수와 도지사, 국회의원, 도의원, 미국 방문단 대표까지 이름을 불러 무대에 세웠다. 두 차례 내빈 소개 어디에도 김민석 대표의 이름은 없었다. 개막식은 축하공연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에 모두 끝났고 사회자는 퇴장 인사를 했다.

개막식 끝나고 20여 분 뒤 등장, 사회자 "팬이 계시다고 했어요"
축하공연 사회가 다시 오프닝을 열고 첫 초대가수 흰(HYNN·박혜원)이 두 곡을 부른 직후였다. 사회자가 무대로 올라와 "사회자가 중간에 들어오는 게 아닌데 제가 너무 팬이어서"라고 운을 뗀 뒤 "엄청난 팬분이 또 한 분 계시다고 했어요"라며 "초대손님,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당대표님을 무대로 모시겠습니다"라고 불렀다. 사회자 입에서 나온 "계시다고 했어요"는 누군가 사전에 전달했다는 뜻이다. 무대 뒤 대형 화면에는 김 대표의 얼굴과 이름이 담긴 소개 장표가 때맞춰 떴다. 영상팀이 당대표 소개 슬라이드를 '혹시 몰라' 만들어 두는 일은 없다. 갑자기 호명된 사람의 얼굴이 갑자기 화면에 뜰 수는 없다. 정리하면 이렇다. 김 대표는 본인 소개 순서인 개막식에 없었다. 공연이 시작된 뒤 도착했고, 수행팀이든 주최 측이든 누군가 사회자에게 "당대표가 오셨으니 올려 달라"고 전달했으며, 영상팀은 장표를 띄웠고, 사회자는 가수 노래를 끊었다. 이것은 '착오'나 '돌발 호명'이 아니라 지각한 당대표를 관객이 가장 많이 모인 시간에 세우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뿐이다.
행사 사회를 해본 사람은 안다, 내빈 인사는 공연 앞에 둔다
행사 진행을 여러 번 맡아본 입장에서 말하면 축사와 내빈 소개를 공연 앞에 배치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은 집에 간다. 그래서 정치인은 공연 전에 서고 싶어 하고, 그 순서를 놓친 정치인에게 남은 선택지는 공연을 끊는 것뿐이다. 순창 주최 측은 그 선택을 했고, 김 대표는 올라가서 "정동영 장관 고향이어서 좋고 박희승 의원 지역이어서 좋다"고 말하고 내려왔다.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평소 마이크를 잡으면 길게 발언하는 대표의 특성과 달리 짧게 인사말을 마치고 내려온 것 역시 공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라고 했다. 짧게 말한 것이 배려라면 아예 올라가지 않는 것을 택해야했다. '
과잉 의전'이라는 프레임, 김민석 책임은 사라졌다
축제위원회 사과문은 "주최 측의 착오로 공연 도중 내빈 인사가 이뤄졌다"고 했다. 리허설까지 해가며 공연 전에 내빈 소개를 마친 주최 측이, 그 순서에 없던 사람을 위해 공연을 끊어놓고, 그 사람에게 사과한 것이다. 누가 사회자에게 전달했는지, 김 대표 수행팀과 어떤 조율이 있었는지는 한 줄도 없다. 대신 김 대표에게 고개를 숙임으로써 "당대표는 몰랐다"는 프레임을 완성해 줬다. '과잉 의전'이라는 말은 김민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책임이 모시는 쪽에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이 논란의 가장 큰 피해자는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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