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 2시간 전
제미나이에 헌법 물어본 이재명 대통령…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논란
AI 챗봇 답변 들고 "배제 주장은 궤변"이라 단정
"구체적 사건 지휘 안 한다"는 약속은 본인 말뿐
"제미나이에게 물어봤다"로 시작한 헌법 해석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의 근거는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였다. 이 대통령은 "제미나이에게 물어봤다"며 "공소청장과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배제하라는 주장은 헌법과 정부조직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행정감독권과 정부 통솔 구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궤변"이라고 적었다. 정부조직법 제2조, 제7조 제4항, 제11조 제1항, 제12조 제4항과 국무회의 규정 제8조가 줄줄이 인용됐고, 결론은 "밀실 속 치외법권 성역"을 만들려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었다. 국가원수가 헌법기관의 운영 원칙을 두고 야당과 법조계의 문제 제기에 답하면서 챗봇의 답변을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생성형 AI는 질문을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정반대 답도 내놓는다는 점은 이미 상식에 속한다. 대통령실 법률 참모나 법제처가 아니라 제미나이가 호출된 이유는 설명되지 않았다.

소방청장과 중수청장은 같은 '청장'인가
이 대통령은 별도 글에서 "산림청장, 소방청장, 해양경찰청장 등 모든 청장이 다 참석해서 논의한다"며 "수사권한을 가진 기관을 특별취급하는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바로 잡는 것도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했다. 그러나 산림청장은 대통령 주변 인사를 수사하지 않고, 소방청장은 여당 의원을 기소하지 않는다. 중대범죄수사청은 검찰의 수사 기능을 넘겨받기 위해 만든 기관이고, 공소청은 기소를 맡는다. 과거 검찰총장이 국무회의에 앉지 않았던 것은 법이 금지해서가 아니라 수사·기소 기관의 수장이 정치적 결정이 오가는 자리에 상시 배석하는 모양새 자체를 피하려는 관행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구체적 인허가 지시도 하지 않는 것처럼 구체적 사건수사 지휘는 하지 않을 테니 걱정 않으셔도 된다"고 했지만, 이는 제도가 아니라 대통령 개인의 약속일 뿐이다. 약속을 지킬지 여부를 확인할 장치는 없다.
임명장 받은 다음 날 국무회의 배석
김지용 중수청장은 지난 20일 이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직후 국무회의에 처음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 청장에게 "화이트칼라 범죄나 권력형 부패 범죄, 증권·금융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해서 네 편 내 편 가르지 말고 일체의 성역 없이 엄단함으로써 중대범죄수사청장의 존재 의의와 필요성을 증명해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 청장은 "중수청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검찰개혁을 완수하고 국민 권익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수사기관 수장이 국무회의 테이블에서 대통령의 당부를 듣고 '검찰개혁 완수'를 다짐하는 장면이 그대로 공개된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중수청장이 임명장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국무회의부터 참석했다"며 "중수청은 여당, 청와대 범죄부터 제대로 수사하라"고 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이름의 관행 폐기
이 대통령이 쓴 '비정상의 정상화'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 기조로 쓰였던 표현이다. 수사기관을 다른 청과 동일하게 다루는 것이 정상이라면, 그동안 검찰총장을 국무회의에서 떼어놓았던 역대 정부는 모두 비정상이었다는 말이 된다.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특별취급'이라고 부르는 순간, 독립성은 바로잡아야 할 관행으로 격하된다. 대통령이 지휘·감독한다는 법 조문과, 그 지휘를 눈에 보이는 자리에서 행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그 둘을 하나로 뭉뚱그린 것이 이번 글의 핵심이고, 그 논리를 보증한 것은 AI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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