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中의 '불법 구조물'은 외면한 '불법 어선' 단속 합의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8-12 07:53:26
  • 수정 2025-08-12 08:06:35

기사수정
  • 중대 위반 어선 인계인수 강화
  • 서해 불법 구조물 문제는 논의조차 안 돼

불법 조업 중 해경에 나포된 중국 어선불법 조업 중 해경에 나포된 중국 어선 (인천=연합뉴스 자료사진)해양수산부가 중국과 불법조업 단속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12일 밝혔다. 중대 위반 어선을 양국에서 이중 처벌하고, 불법 어구의 강제 철거 대상을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해수부는 이를 조업 질서 유지를 위한 '실질적 협력'이라고 자평했지만, 정작 우리 해양 주권을 영구적으로 침해하는 핵심 위협은 또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 합의 내용은 표면적으로는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자국 허가증이 있으면 인계 대상에서 제외되던 중대 위반 어선도 앞으로는 예외 없이 인계·인수되어 양국에서 처벌받는다. 우리 EEZ 내에서 발견된 중국 어선의 불법 어구 철거 대상도 기존 범장망에서 통발 등으로 확대됐다. 해수부가 홍보하고 싶은 지점은 바로 이 '강화된 조치'일 것이다.


문제는 이번 합의가 '움직이는 위협'인 어선에만 매몰되어, '박혀있는 위협'인 불법 인공 구조물 문제를 완전히 외면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 서해상에는 중국이 일방적으로 설치한 다수의 불법 구조물이 존재한다. 이는 단순한 어업 시설이 아니라, 사실상 중국의 해양 영향력을 고착화하고 우리 주권을 실질적으로 잠식하는 '전초기지'나 다름없다. 이런 영구적 위협을 방치한 채, 일시적인 불법 어선 몇 척을 더 단속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해수부의 이번 합의는 사안의 본질을 '어업 질서' 문제로 축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조일환 어업자원정책관은 "어업인의 생계와 안전에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중국 정부와 불법 어업 근절이라는 공동 목표하에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안의 본질을 오독한 것이다. 중국의 불법 조업과 구조물 설치는 단순한 '민생' 문제가 아니라, 치밀한 계획하에 진행되는 '안보' 문제이자 '주권' 문제다. 해수부가 이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중국과의 협상에서 우리는 영원히 변죽만 울릴 수밖에 없다.


지난 수년간 한·중 양국은 수차례 '협력 강화'를 약속했지만, 서해의 불법 조업은 근절되지 않았다. 약속이 휴지 조각이 된 경험이 반복됐음에도, 우리 정부는 또다시 실효성이 의심되는 '합의'라는 성과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에게 "우리는 당신들의 진짜 의도를 외면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나약한 신호를 보내는 것과 다름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공허한 합의 발표가 아니라, 우리의 바다를 지키겠다는 정부의 명확한 주권 수호 의지다.


원고료 납부하기
관련기사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nagodory2025-08-12 12:55:48

    뒷목이 뻐근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08-12 12:49:22

    지킬 의지가 있긴 한건지.. 의문입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12 09:10:30

    매일매일이 답답한 뉴스ㅠㅠ

  • 프로필이미지
    kibbum112025-08-12 09:09:46

    맞네요... 나약한 신호!!!!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12 08:53:16

    좋은기사 잘읽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12 08:24:54

    우리는 당신들의 진짜 의도를 외면할 준비가 되어있다...ㅠ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12 08:23:28

    마자여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버닝썬 비서관이 괜찮다면 페미니즘도 말하지 마라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용산 대통령실 비서관 중에 과거 버닝썬 사건의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했던 변호사 출신 인물이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것도 공직자의 규율과 기강을 바로잡고 비리를 감찰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이라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018년에 드러난 ‘버닝썬 게이트’는 우리 사회의 여성...
  2. 이재명에 환호했던 어떤 변호사의 일기 : 이재명에게 실망이다. 보도블록시장 시절 보도블록 한 장까지도 챙긴다던 그 호기로운 이미지는 허상이었나? 아니면 고작 보도블록이나 챙기는 정도의 그릇이었나?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자화자찬 했던 일은 갑자기 자기 밑에 직원이 자기 몰래 추진한거란다. 보도블록 챙기느라 바빴나? 도지사가 되어서도 자기가 손수 자리까지 만들어 ‘통일’부...
  3. 이재명 측근 김진욱, 국제마피아파와 연루 의혹 속 총리실 임명 철회 이재명 정부 '보은 인사' 논란 가속... 김진욱 임명 철회에 '버닝썬 변호사' 임명까지 겹쳐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진욱 씨가 국무총리실 정무협력비서관으로 임명된다 7일 국무총리실은 밝혔었다. 정무협력비서관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고위공무원 ‘나’급(2급) 직위다. '일신상의 이유'로 하루 만에 자진 철..
  4. 윤미향의 소녀상이 불편한 이유 이 사진을 보고 진한 감동을 받는 이도 있을 것이고 원인 모를 불편한 감정이 온 몸을 스멀스멀 덮은 분도 있을 것이다. 윤미향 전 의원이 10일 '평화의 소녀상'을 자신의 차에 태우고 광화문으로 향하는 장면, 또한 굳이 이 사진을 찍어 게시하는 장면, 본인의 비판자들에게는 호기롭게 "불쌍하다" 조롱하는 장면. 이 모든건 단순한 정...
  5. 범죄자들이 빛을 다시보는 날로 전락한 광복절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에서 역병을 피해 성안에 숨은 프로스페로 대공과 귀족들은 외부 세계를 잊기로 선택한 자들이었다. 그들의 가면무도회는 현실로부터의 의도적인 도피였다. 하지만 2025년 대한민국의 80번째 광복절 풍경은 이보다 더 악랄하다. 여의도와 용산의 권력자들은 성벽 밖의 고통을 모르는 척하는 수준을 넘어, 바로 그 신음..
  6. 美 뉴욕타임스, 무안참사 2020년에 막을 수 있었다 무안참사, 2020년에 막을 수 있었다뉴욕타임스(NYT)가 파헤친 '죽음의 벽'지난 5일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무안공항 참사의 핵심 원인으로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을 지목했다. "수십 년의 과오가 한국의 활주로 끝에 죽음의 벽을 세웠다"는 제목의 탐사보도를 통해, 이 구조물이 아니었다면 단순 활주로 이.
  7. 대통령 한마디에 기업 하나정도는 날아가는 나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경제상황을 상기해보자면, 대통령이 쇼인지, 진심인지 모를 칼을 꺼냈다. 기업이 이윤을 위해 안전을 소홀히 했다면, 그로 인한 노동자의 죽음은 살인과 다름없다는 서슬 퍼런 논리. 포스코이앤씨를 향해 ‘면허 취소’를 검토하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 든 지금, 그의 손에 들린 칼은 그 어느 때보다...
  8. 현재 진행 중인 악몽, 버닝썬 게이트 - 1편 ‘황금폰’과 '몰카', 잊지 말아야 할 진실들최근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버닝썬 사건의 가해자 측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가 임명되면서 버닝썬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많은 여성들은 여전히 이 사건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반인륜범죄의 가해자를 변호한 이가 대통령실 비서관이 되는 것...
  9. [김변] #1758 사면 앞의 두 사람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 + 국가 원수헌법에는 두 명의 대통령을 규정하고 있다. 하나는 행정부 수반, 다른 하나는 국가 원수다.국가 원수를 누구로 할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이다. 우리 헌법은 행정부의 대표(대한민국 헌법 제66조 제4항)가 국가의 대표를 겸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66조 제1항). 따라서 호칭은 대통령으로 같지만 그 업무는 구.
  10. 김문수의 '오늘' 스탠스 "윤석열이 복당 신청하면 받아준다""계엄으로 죽었거나 다친 사람 없다"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해 보인 입장 변화가 새삼 놀랍다.국무위원, 경선 후보, 대선 후보, 그리고 당권 주자라는 각기 다른 위치에서 그의 발언은 늘 변해왔다.충실한 국무위원윤석열 정부의 경제사회노동위원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재...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