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결국 고발장이 도착했다. 내가 쓴 칼럼 하나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그곳까지 나를 이끌었다. 칼럼에 대한 해설 칼럼을 쓰게 될 줄은 몰랐으니, 쓰는 나나 읽는 독자나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일 테다. 하나 어쩌겠는가. 행간의 의미를 읽어낼 능력도, 의지도 없는 이들이 토막 난 문장을 무기 삼아 돌진해 오는 시대에, 나름의 변(辯)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이 문제 삼는 칼럼은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에겐 미안하지만, 허위사실이 들어설 공간이 애초에 부족한 글이었다.
그래픽 : 박주현 고발장에 대해 정성껏 답변을 써본다
첫째, 나는 그들의 ‘선택적 정의’를 비판하고자 했다. 불과 며칠 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의 김유진 대표는 절규했다. “제발 무안공항 참사에 관심을 가져달라. 유족들은 300일 동안 단 1장의 자료도, 한 줄의 진실도 받아보지 못했다.”.
국민 모두를 슬픔에 빠뜨렸던 이태원참사도, 세월호 침몰도, 하다못해 100여년이 훌쩍지난 동학혁명 유족의 눈물까지 닦아주려는 정부가 왜 유독 이 참사에는 눈을 감는가. 그 지역에서 불린다는 공항의 이름에 특정 정치인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라는 세간의 의심은 과연 음모론에 불과한가. ‘한화갑 공항’이라 불릴 만큼, 한때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이었던 그의 업적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된 공항이라는 사실과 이 기이한 침묵은 정말 아무런 관련이 없는가.
이 선택적 분노는 대통령에게서 정점을 찍는다. 그는 기업의 안전 소홀로 인한 노동자의 죽음 앞에선 서슬 퍼런 칼을 빼어 들었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을 둘러싼 죽음 앞에선 그토록 무심했었나. “어쨌든 뭐 명복을 빕니다.” 이 한마디로 선을 긋는 냉정함. 노동자의 죽음만 슬프고, 자신을 향해 “정치를 그만두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러져 간 비서의 죽음은 슬프지 않다는 말인가. 내 칼럼은 그저, 타인을 재단하는 그 엄격한 잣대를 자신에게도 한번 겨눠보라고 촉구했을 뿐이다.
둘째, 나는 ‘선동의 언어’를 비판하고 싶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이 무시무시한 규정은 엄정한 법정에서 증거와 법리를 통해 판결로 선언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 ‘법의 언어’다. 그런데 노동자의 안타까운 사고사가 과연 재판을 통해 ‘살인’으로 판결이 났는가? 조사결과 회사가 살인을 저질렀다 할 만큼 위험을 방치하고 그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공사를 강행한 증거가 있다면 그런 회사는 폐업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적어도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라면, 요즘은 어린아이들도 아는 무죄추정의 원칙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법적 판단이 나오기 전까진 분노와 슬픔은 일단 묻어두고 부동산공급과 경제에 미칠 영향, 건설업 전체에 미칠 영향을 냉정히 파악해, 부족하다면 마땅히 행정 시스템을 정비하고 법률을 개정해 재발 방지책을 강구하는 ‘시스템의 언어’를 구사해야 했다. 그런 이성이 아닌 감정적 이유로 폐업을 고려해야 한다면 다름 아닌 본인의 폐업부터 고려하란 비판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시스템이 아닌 광장의 언어를 택했다. 법의 언어를 선동의 언어로 오염시키고, 기업을 여론의 재판대에 세워 인민재판을 유도했다. 그것이 과연 국가 지도자의 역할인가.
결국 내 칼럼이 겨눈 것은 ‘허위사실’이 아니라, 그들이 애써 외면하는 ‘불편한 진실’이었다. 누구의 죽음은 애도하고 누구의 죽음은 외면하는 이중성과, 법치가 아닌 선동으로 대중을 현혹하는 위험한 정치. 이것이 내가 비판한 본질이다. 고발장 속 잉크는 번져도, 진실의 행간은 지워지지 않는다.
고발당한 기사 : 대통령 한마디에 기업 하나정도는 날아가는 나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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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컬럼마저도 검열하는 정부라니 일제식민지 시대에 살고있네요
자기 맘에 안 들면 고소 고발부터 던지고 보는 이재명다운 짓입니다
고생많으십니다. 응원할게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용기도 없는 지도자와
그 똘마니들이 포진해,
국정을 끌어가는 있는 나라....
못난이들은 사소한 것에도 긁히게 돼 있나 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재갈을 물린다고 물러설 시민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믿는 아둔한 더불어듕궈당만이 있을 뿐
잘 읽었습니다. 미약하나마 원고료로 응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미약하나마 원고료로 응원합니다.
아름댜운 글입니다
먕징한 단어, 비문없는 문장..
정치인들의 입에서도 나왔으면 하는 글입니다
선동의 단아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머리가 맑아지는 칼럼입니다
응원합니다
'진실의 행간은 지워지지 않는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의 내로남불은 이미 도를 넘었습니다 .
사회적 참사마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것이 이제그들의 정치문화이자 습관이 되어버렸죠. 그렇기에 이렇게 언론에서 비판을 하는 것은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나아가 그과정에서 이런식의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이재명과 민주당에 더 많은 비판과 비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응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박주현님 응원합니다!
애초에 없는 명예를 어떻게 훼손한다는건지 ㅋㅋㅋ 박주현님 능력자입니다!!
언제나 명문이네요 응원합니다
그럼에도 계속 글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저 무도한 자들 앞에서는 상식이니 사실, 진실따위는 아무 힘이 없네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