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5. 8. 31.
[김변#1737] 백광현 경찰 조사를 다녀오며
로펌에 있다가 독립했을 때 변호사로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특수한 분야를 전문으로 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생소 했던 외국인의 ‘한국비자’ 업무를 개척 하다시피 했다. 비자발급과 유지, 관련 소송을 하는 변호사가 전무 했던 상황에서 내가 했던 사례는 후발 변호사들의 선례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날 재판에 갔을 때, 상대방 변호사가 내가 만든 양식의 서면을 내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생길 정도였다. 서면의 깊은 의미를 모르는 상대 변호사를 요리하는 것은 너무 쉬웠다.
문제는 담당 판사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판사에게도 낯선 분야인지라 쟁점정리와 판단에 난관을 겪었다. 학생을 가르치듯 배경과 논점을 정리하느라 내 서면은 항상 양이 많았다. 변론과 강의의 선이 무색할 정도였다. 어떤 판사는 이미 심증이 형성 되었음에도 질문을 거듭하며 변론을 연장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생소한 분야에 대한 지적 호기심 또는 공부를 하려는 생각이구나 생각했다. 승소는 했지만 투입한 자원이 너무 많아진 셈이다. 당시 직원은 “그 판사님이 옷벗고 외국인 사건 전문으로 개업하려나 봅니다.”라고 할 정도였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사건의 수가 늘어날수록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의 아니게 공개법정에서 각종 노하우가 공개 되고 관심 갖는 법조인들이 늘어난 계기가 된 것이다. 지금은 외국인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이 많아졌고, 그 사이 나는 본의 아니게 정치적 사건을 많이 하게 되었다.
아무리 업무상 다닌다 하더라도 의뢰인의 수사동석은 번거롭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수사권 조정 전에는 검찰을 주로 상대 했는데, 지금은 주로 경찰을 상대한다. 실무적으로 장단점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경찰의 법적 지식은 검찰에 미치지 못한다. 변호사가 요리하기 좋다는 의미이다. 이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정치적 사건에 있어서는 번거로움이 더 크다. 정치를 모르는 경찰이 많기 때문이다.
정치인을 비판 했다는 이유로 대량고발을 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정치를 떠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세상은 너무도 조용했고, 그대로 침묵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아 나서게 되었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정치와 관련된 일에 투입 되었고, 내 경력의 상당 부분이 이에 영향을 받았다. 정치문외한인 경찰에게 배경상황을 설명하고 죄가 되지 않는 이유 또는 죄가 되는 이유를 강의 하듯 설명하는 일이 반복 되었다. 이를 위해 장문의 의견서를 조사전에 제출해 예습까지 시키다 보니 논문 수준의 의견서 샘플까지 만들어졌다(잘 활용중이다). 관련 영상(김변의 걱정마)은 주기적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이낙연 악마화는 정치를 떠나 치졸한 사기범죄라 생각한다. 생색내기도 싫고 선비 같은 분이라 제지를 할 것 같기도 해서 당사자에게 논의나 통지도 하지 않고 고발 형태로 진행한 사건들이 있다. 그 중 옷 색깔을 이유로 신천지에 연루 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고발한 적이 있는데, 조사 당시 경찰은 ‘대한민국에 종교의 자유가 있는데 신천지와 관련 있다는 것이 왜 명예훼손이 되는지요?’라고 묻는 것이다. 그렇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어떤 사람의 종교가 기독교인지 신천지인지 불교인지가 왜 정치적으로 문제 되는지 모르는게 당연하다. 긴 서사와 같은 배경을 설명할 수밖에 없다. 의도적으로 신천지와 엮어 온 과정과 의도, 그것이 정치적으로 갖는 의미(부정경선, 반민주 이미지 입히기)까지 설명했다.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사건마다 다른 담당 경찰에게 매번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이 일을 반복했다.
바위에다 달걀을 던지는 기분은 이러한 한계에서 온다. 아는 사람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기본 전제까지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 이는 마치 ‘1+1’이 왜 ‘2’가 되는지를 설명하는 느낌에 맞먹는다. 구구단까지는 서로 안다고 생각 했는데, 곱하기는 커녕 더하기 수준과 마주할 때의 기분이다. 그럼에도 계속 하는 것은 숨겨진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측에 고발 당한 의뢰인과 경찰 조사를 갔을 때 한 경찰이 이런 말을 할 적이 있다.
“제출해 주신 의견서를 보니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고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뭘 더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 사건은 비판 댓글마다 혐의를 달아 22건이 경합 되어 있었는데 모두 무혐의 처분 되었다.
내 의뢰인을 조사하는 경찰을 전도해 내 편으로 만든 성취감이 느껴졌다. 비록 저쪽의 공격으로 우리쪽이 경찰 조사를 받지만, 그 자리는 어쩌면 저쪽의 만행을 알리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정치를 잘 모르는 경찰들도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그런 일이 정말 있었다고요?”라고 놀라기도 한다. 상식적으로 ‘설마, 설마’ 하던 일들이 정치인에 의해 또는 정당에 의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경찰도 있었다. 악마화 되어 있던 정치인에 대한 오해를, 적어도 담당 수사관에게는 합법적으로(변론권은 헌법으로 보장된다) 설명할 수 있었다.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지만 담당 경찰을 교화(?) 시키는 일은 보람이 컸다. 마치 복음을 전파하듯, 전도하는 마음으로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전 민주당의 백광현에 대한 2건의 고발 사건의 조사동석을 다녀 왔다.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는 마치 선교하는 기분으로 경찰서에 간다. 정치를 잘 모르는 경찰에게 상식의 선에서 저쪽의 모순과 불법, 부당함을 알리는 기회로 삼고 있다. 대부분의 경찰들은 정치와 거리를 두거나 잘 모르고 있었기에 우리의 전도를 신선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다.
다만 이번 조사는 부담감이 컸다. 현직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마음 먹고 공격한 일이기 때문이다. 무시무시한 산짐승을 아무런 무기도 없이 대면한 기분이다. 이미 작금의 현실에서 법과 정의는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무기력해지지 않았는가? 그래도 어쩌겠는가? 사명감을 가지고 한결 같이 전도할 수밖에. 자기들이 위헌 소지 있다며 없애겠다 공언하던 공직선거법 조항을 고발 근거로 삼는 모순부터, 법리와 관련 판례를 교묘하게 비트는 전형적인 수법까지 설명해 주었다.
외국인 사건을 할 때는 일이 많을수록 노하우가 공개되고 다른 법조인들의 관심이 집중 되는 것이 싫었다. 승소의 대가로 자산을 다 끌어다 쓰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비록 번거롭고 에너지 소모가 많지만, 거듭되는 경찰조사 과정이 정치를 잘 모르는 경찰들에 대해 상대의 악행과 치부를 합법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조사 내용이 더 많이 알려지고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저들이 고발하면 할수록 저들의 민낯을 알리는 기회로 삼으면 그만이다. 한장의 고발장을 쓰면 열장의 의견서로 진실을 알리고, 한건을 고발하면 열건의 비상식 행위를 알릴 것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세월 가다보면 저 무심한 하늘도 언젠가는 마음을 움직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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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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