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2026. 6. 11.
넷플릭스 ‘참교육’, 응징 판타지에 열광하는 이유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이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가상의 공권력과 압도적인 무력으로 학교폭력 가해자를 응징하는 설정
국내에서는 찬반이 갈리지만 해외에서는 '사회고발 메시지' 로 호평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영문제목: Teach You a Lesson) 이 세계 넷플릭스 콘텐츠 중 비영어권 순위 1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은 원작 만화의 일부 부적절한 설정과 성차별적 대사로 인해 제작 단계부터 유명 배우가 출연을 고사하고 불매 운동이 일어날 만큼 논란이 컸다. 그러나 막상 공개된 후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시청자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현실의 답답함을 단숨에 날려버리는 '사이다'라며 교권보호국 같은 기구가 실제로 존재하길 바란다는 긍정적 의견이 있는 반면, 사적 복수와 폭력적 응징을 지나치게 정당화하여 불편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를 막론한 압도적인 흥행은, 호불호를 떠나 이 작품이 우리 사회의 깊은 모순과 불만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드라마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학원물이라기 보다는 판타지에 가깝다. 소중한 이를 잃은 주인공 나화진이 '교권보호국'이라는 가상의 기관을 통해 현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무한대의 공권력으로 학교 폭력 가해자들을 단죄한다. 교사에 대한 무고, 온라인 왕따, 학교내 도박과 마약과 같이 충격적인 소재가 등장하고 폭력이 서슴없이 사용된다. 교사의 시험지 유출사건, 피해자가 된 학생의 투신자살 등, 언론 사회면에서 봤을 법한 사건을 정면으로 묘사한다. 특히 지난 2023년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연상시키는 5화 에서는 진상 학부모의 혐오스러운 갑질과 교사의 고통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현실의 비극을 일깨운다.
시청자들은 이 과격한 판타지 속에서 강렬한 대리만족과 도파민을 느끼며 열광한다. 그러나 화면이 꺼진 뒤 찾아오는 공허함까지 막을 수는 없다. 나화진의 압도적인 무력과 그것을 뒷받침 하는 특수 부서의 존재는 현실의 행정 체계에서는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무리 가상의 이야기라 해도 '학교' 라는 배경 속에서 펼쳐지는 폭력과 음모의 수위가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해외의 반응은 주로 호평으로 모아지고 있다. <참교육>에 대해 해외 시청자들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를 다뤘다’, ‘한국 드라마 중 가장 카타르시스를 준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는 ‘대본이 탄탄하고 오락성이 뛰어나 시청자를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며 이 작품을 ‘올해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로 꼽았다.
<참교육>은 <소년심판>, <경이로운 소문>, <약한영웅>, <모범택시> 등 최근 몇 년간 큰 인기를 끌었던, 학교와 청년 세대를 배경으로 한 복수·응징물의 계보를 잇고 있다. 나아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세계적인 화제성까지 획득했다. 이러한 응징물이 유독 대중의 큰 호응을 얻는 현상을 단순한 장르적 유행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슈퍼히어로와 같은 무력이 사용되고, 피가 튀고 뼈가 부러지는 폭력적 단죄에 세계의 시청자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사회에 '사필귀정'과 '인과응보'의 원리가 작동하지 못한다는 깊고 근본적인 불신 때문이다. 말로는 공정한 사회와 법치주의를 외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현실, 권력을 가진 자는 법을 초월해 행세하고, 바른 말을 한 피해자가 더 큰 해를 입는 부조리. 이 부조리에서 비롯된 불만과 불안은 권선징악 사필귀정이 오차없이 이루어지는 사이다 콘텐츠에 눈을 돌리게 한다. 그것이 비록 정치적으로 옳지 않은 순간의 도파민일지라도 말이다.

법과 제도가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할 때, 대중은 가상의 거친 영웅에게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결국 <참교육>의 흥행은 최소한의 상식이 무너진 현실의 사법 체계에 대해 '이의있다' 는 대중의 경고 신호이자, '유권무죄 무권유죄'의 사회에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불안이 낳은 서글픈 초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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