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2026. 6. 15.
JTBC 기업회생 신청, 경영진 오판이 부른 참사
월드컵, 올림픽 단독중계권 장기계약으로 인한 자금경색으로 회생신청
경영진의 무리한 오판이 국민 시청권 침해하고 언론 노동자들의 생계 위협
정부와 방통위가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규명해야

스포츠 중계권 독점을 통해 미디어 사업 영토를 확장하려던 중앙그룹의 야심이 결국 그룹 전체를 무너뜨리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지주회사인 중앙홀딩스를 비롯해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에 이어 주력 방송사인 제이티비시(JTBC)까지 법원에 도미노식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지난 12일 JTBC가 206억 원 규모의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부도)에 빠진 지 불과 사흘 만이다. 30년 가까이 유지되던 지상파 3사의 ‘코리아풀’ 시스템을 깨고,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을 단독으로 따냈을 때만 해도 예상치 못했던, ‘승자의 저주’다.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은 미디어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읽지 못한 경영진의 오판에 있다. 방송 광고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는 상황에서 메가박스 등 주요 계열사의 부채비율이 이미 심각한 수준이었음에도, 경영진은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장기 계약으로 무려 5억 달러(약 7,000억 원)라는 막대한 자금이 묶이는 월드컵과 올림픽 중계에 대한 독점 투자를 강행했다. 지상파 3사의 강력한 공동 구매 체제와 독과점 리스크를 과소평가한 채, 중계권을 비싸게 재판매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기존 코리아풀의 기득권을 가져오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이는 철저히 빗나갔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협상에 응하지 않거나 헐값(KBS 140억 원)에만 일부 구매하면서 수익 실현은 커녕 도의적 비판을 받으며 자금 리스크를 짊어지게 됐다.
올림픽, 월드컵 중계권에 대한 JTBC의 무리수 행보는 국민들이 누려야 할 보편적 시청권마저 침해하는 전례 없는 사태를 낳았다. 전 국민이 함께 즐겨야 할 공공재적 성격인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자본의 논리에 따라 독점되고 채널 선택권이 줄어들면서 시청 권리가 박탈당하는 리스크가 현실화된 것이다.
JTBC가 네이버와 협업해 중계한 밀라노 코르티나 담페초 올림픽은 부실한 중계로 ‘역대급 노잼올림픽’ 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일생에 한 번 주목을 받아야 할 젊은 선수들의 성취가 가려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JTBC는 독점중계권 확보 이후 돈이 되는 대형 이벤트에만 집착하다가 패럴림픽 등 필수 의무 중계를 소홀히 해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 결과 전체 그룹의 신용도가 하락하고 자금 경색이 이어졌으며 현장의 미디어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과 생존권 위협이 우려되고 있다. 지주사와 계열사의 연쇄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외주 제작 생태계의 붕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늘부터 법인카드가 정지됐으며 임금과 제작비 지급이 밀리기 시작한다면 제작 현장도 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 홍정도 부회장은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와 고용 안정을 약속했으나, 구체적인 대책에 대한 언급 없이 황급히 자리를 떠나 현장의 불안감만 키웠다.
자본의 과도한 확장, 경영수뇌부의 독단적 오판이 미디어 저널리즘의 본령을 흔들고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는 지금, 하반기 방송 재승인 심사를 앞둔 JTBC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정부와 방통위는 경영진의 오판으로 초래된 이번 사태의 재무적 책임을 엄중히 묻고, 미디어 생태계의 노동 가치와 보편적 시청권을 지킬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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