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6. 16.
[사설] 진영 대리전 된 교육감 직선제, 이제는 바꿔야 한다
중앙에서 밀려난 정치인들의 생명연장 수단이 된 교육감 직선제
정당공천 금지라지만 교육감 선거는 사실상 진영 대리전
교육 수요자들이 소외된 현행 제도, 이제는 바꿔야 한다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교육감 직선제가 당초 목적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최근 치러진 6.3 지방선거 결과는 현행 제도가 교육 생태계를 얼마나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수년 전 부터 교육감 선거의 중심에는 교육자가 사라졌다. 주요 대도시와 광역 교육감 선거는 중앙 정치 무대에서 밀려난 정치인들이 직업 수명을 연장하는 우회로로 전락했다. 교육청 또한 진영 간의 정치적 부채를 청산하는 보은의 장으로 변질된지 오래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교육 현장과의 접점이나 행정 전문성이 결여된 인물들이 대거 교육 수장으로 진입했다는 점이다. 교육감은 연간 수조 원에서 십수조 원에 달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집행하고 관내 유·초·중·고교의 교육 정책을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중앙 정치에서 물의를 일으켜 밀려났거나 공천에서 배제된 인사들,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전과자들이 진영의 후광을 입고 교육감에 출마해 당선됐다. 교육에 대한 철학과 비전 대신, 정파적 이해관계와 인지도만을 무기로 교육 행정의 수장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법적으로 정당 공천을 금지한 취지도 무색해졌다. 현실은 철저한 진영 대리전이었으며, 유권자들은 후보의 교육 정책이 아닌 진영 색깔만 보고 투표하는 깜깜이 선거를 치러야 했다. 수도권의 거물급 전직 국회의원이 '교육정치인'을 자처하며 당선된 사례나, 중앙 정치의 진영 논리를 그대로 선거판에 가져와 '정권 심판·수호'를 외친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다 보니 교육감 선거가 중앙정치의 대결 논리에 포획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진영 내 단일후보를 선출하고도 출마를 강행하는가 하면 교육 정책 대신 상대 후보 비방과 고소·고발이 난무했다. 교육감 선거가 ‘가장 비도덕적이고 비교육적인 선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당 지원 없이 막대한 선거 비용을 조달해야 하는 광역 단위 선거의 구조적 한계 또한 교육감 직선제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선거비용과 조직 동원을 이유로 거의 모든 후보자들이 특정 정치 세력이나 이익 집단에 의존해 출마하고, 그 결과 교육청 내 주요 직위가 선거 공신들을 위한 보은 인사로 채워지는 부작용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성이 아닌 정파적 충성도가 인사의 기준이 되는 구조에서는 교육의 가치와 중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취지는 퇴색하고 부작용이 한계에 달한 교육감 직선제. 더는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정당과 이익단체에 끌려다니고, 유권자의 관심도는 극히 낮은 현행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공적인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 교원 등 실질적인 교육 수요자가 중심이 되는 제한적 선거인단 방식이나,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정치적 책임을 명확히 하는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등 현행 제도를 바로잡을. 구체적인 대안을 정식 의제로 다루어야 한다. 교육의 미래를 진영의 전리품으로 만드는 제도적 결함을 바로잡는 일에 정부와 국회가 즉각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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