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2026. 6. 22.

왕실부터 의회까지, 세계 각국에 뻗친 중국의 공작망

세계 각국에서 스파이 활동으로 계속 물의를 일으키는 중국

앤드루왕자부터 미국 소도시, 유럽의회와 대만 군에까지 침투한 중국의 공작

민주주의와 국가안보에 실질적 위협, '혐중'하지 말라며 무시할 일이 결코 아니다

최근 2,3년 간 더욱 강력해진 중국의 해외 공작 

세계 각국의 핵심 기관과 왕실, 지역 사회 깊숙한 곳까지 중국의 비밀 공작망이 침투해 있던 실체가 최근 잇달아 폭로되며 국제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스파이 활동은 단순한 군사 기밀이나 기업 비밀의 탈취를 넘어 왕실 고위층과 정치권을 포섭하고 망명자들을 감시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중국의 해외 정치 개입은 지난 2018년 호주에서 처음 국제문제로 비화되었으며, 호주 정부가 '외국인간섭방지법'까지 제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후 각국에서 비슷한 사건들이 드러나며 큰 외교적 마찰을 일으켰으나, 2024년부터 2026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국, 영국, 독일 등지에서 사법 처리가 완료되었거나 전말이 드러난 사건들을 살펴보면 중국의 공작은 오히려 더욱 치밀해지고 광범위해지는 양상이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와 시진핑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지난 1월 회담. (사진: 연합뉴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와 시진핑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지난 1월 회담. (사진: 연합뉴스)

앤드루왕자와 절친한 중국인 사업가는 스파이? 

영국에서는 법원의 익명 보도 제한 명령이 풀린 2024년 말, 중국인 사업가 양텅보가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 소속 대리인으로 활동하며 앤드루 왕자에게 접근한 전말이 밝혀져 영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양텅보는 왕자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고 버킹엄궁과 윈저궁을 은밀히 드나들었으며, 왕자를 대신해 중국 내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는 권한까지 위임받았다. 당시 엡스타인 성추문과 부적절한 처신 등으로 재정적·정치적 고립 상태에 빠져 있던 앤드루 왕자의 취약점을 중국 정보기관이 교묘하게 파고든 서구 엘리트 포섭 공작의 전형이다. 

영국 국내정보국(MI5)은 양텅보가 중국공산당 당원 신분으로 당내 중앙통일전선공작부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영국 내무부는 공공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의 입국을 금지했다. 양텅보는 자신에 대한 여러 의혹을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영국 정계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대중국 강경파로 꼽히는 이언 던컨 스미스 전 보수당 대표는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영국에는 (영국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그와 같은 사람이 많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앤드루왕자. 엡스타인 사건으로 왕실 지위를 박탈당했다. (사진: 연합뉴스)
영국의 앤드루왕자. 엡스타인 사건으로 왕실 지위를 박탈당했다. (사진: 연합뉴스)

영국내 중국 스파이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6월 영국 법원은 홍콩 당국과 중국 정부를 위해 영국 내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을 감시하고 정보를 수집한 전직 영국 이민국 직원과 전직 홍콩 경찰 등 스파이 조직원들에게 징역 10년과 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가짜 경찰 신분증을 소지한 채 영국으로 피신한 반중 인사들을 미행하고 주거지에 침입하려 시도하는 등 현지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다 적발되었다.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는 1월에 중국이 수년간 영국 총리실 소속 고위 당국자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해커들은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영국 총리의 최측근들을 해킹해 스파이 활동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리시 수낵 전 총리의 측근들이 타깃이 되었고, 키어 스타머 총리의 측근들도 해킹의 대상이 되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었다. 


중국 스파이로 밝혀진 미국 소도시 시장 

미국에서는 한 도시의 시장이 중국 스파이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2025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아카디아시의 아일린 왕 시장이 중국 정부의 불법 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를 인정하고 시장직을 사퇴한 것. 연방 검찰의 조사 결과, 30년 전에 미국으로 이주한 왕 시장은 약혼자와 함께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의 지시를 받아 중국계 이민자 사회를 겨냥한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친중 프로파간다를 유포하고 여론을 조작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형량 협상 내용에 따르면 왕 시장이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할 경우 최대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왕 시장의 약혼자는 중국정부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한 혐의가 인정되어 이미 징역 4년 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아카디아 시장으로 재직하며 스파이 활동을 한 아일린 왕. (사진: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아카디아 시장으로 재직하며 스파이 활동을 한 아일린 왕. (사진: 연합뉴스)

유럽의회, 대만 군에 침투한 스파이들 

독일에서는 유럽의회를 겨냥한 스파이 활동이 발각되었다. 2024년 극우 정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의 수석 보좌관으로 일했던 지안 궈가 중국 국가안전부의 지시를 받아 유럽의회의 협상 내용과 내부 문건을 수십 년간 빼돌린 혐의로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독일 검찰의 수사 결과 지안 궈는 유럽 정계의 내부 동향을 수집하는 동시에 독일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하는 거점으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02년 독일 유학 시절부터 중국 정보기관 요원으로 근무하며 무려 22년 간 극우 정당인 AfD를 비롯한 독일 정치인들에 대한 동향 파악, 독일 내 중국 반체제 인사와 관련한 첩보를 수집하는 등 광범위한 정보 활동을 전개해 왔다.


대만에서는 전현직 군인이 중국 간첩 혐의로 적발되어 최대 징역 8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대만 고등법원은 지난해 2025년 홍콩인 딩샤오후에 포섭돼 군 기밀을 유출,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군인 6명에 대해 4년 6개월에서 8년 6개월의 징역과 범죄수익 몰수를 선고했다. 대만 고등검찰은 딩씨가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정치공작부의 지시에 따라 지난 2023년부터 사업과 관광을 핑계로 대만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전현직 군인을 포섭했다고 밝혔다. 딩씨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위안화로 받은 공작금을 '환치기' 수법을 통해 대만달러로 불법 환전한 뒤 포섭한 군인들에게 그들이 제공한 정보 가치에 따라 보수를 전달했다. 


유럽의회 보안문서를 빼돌린 지안 궈. 유학시절부터 20여년 간 스파이 활동을 했다. (사진: 연합뉴스)
유럽의회 보안문서를 빼돌린 지안 궈. 유학시절부터 20여년 간 스파이 활동을 했다. (사진: 연합뉴스)

중국의 해외공작, 왜 이렇게까지 하나? 

세계 각국에서 외교적 마찰을 일으키고 국가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이 같이 전방위적인 해외 공작을 지속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는 체제 전복 저지를 위한 초국가적 탄압의 일상화다. 현재 중국 공산당은 해외로 망명한 홍콩 민주화 운동가나 반중 체제 인사들이 해외 이민자 사회를 중심으로 반중 여론을 결집하는 것을 체제 안정의 최대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거주 중국인 사회를 장악하고 반중 단체를 감시·압박하여 공산당 비판 목소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해외 공작을 펼치는 것이다. 

둘째는 민주주의 시스템의 개방성과 취약점을 노린 정계 침투다. 서구 민주주의의 개방성과 엘리트층의 국제적 네트워크에 대한 요구,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들의 자율적인 지방 자치 제도의 허점을 노려 시의원, 시장, 의회 보좌관뿐만 아니라 영향력 있는 왕실 고위층에게까지 접근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급 정보를 내부에서 합법적인 경로를 가장해 입수하고, 장기적으로는 중국 정부에 우호적인 정책이나 여론이 형성되도록 안에서부터 침투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셋째는 종합적 국력 성장을 위한 정보 및 경제·기술 패권 확보다. 서구의 첨단 기술과 군사 기밀, 무역 정보 등을 전방위로 수집하여 자국의 기술적·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정보 수집의 범위를 전통적인 군사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정·재계 여론 주도층, 이민자 사회, 엘리트와 그들의 자금줄까지 확장하여 전 세계적인 영향력 우위를 확보하려는 국가적 전략이 깔려 있다.


'혐중' 이나 '편견'으로 치부할 일이 결코 아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러한 전방위적 침투를 우려하며 경계하자는 시각을 두고 지나친 편견이나 인종주의, 혹은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 이른바 ‘짱깨주의’나 ‘혐중’이라며 배격하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한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서구 사회가 만든 프레임일 뿐이며, 중국은 우리의 오랜 인접국이자 역사적·경제적으로 밀접한 초강대국인 만큼 불필요한 적대감을 갖기 보다는 협력을 통해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 각국에서 명백히 드러난 중국의 간첩 행위와 여론을 왜곡하는 조직적인 디지털 침공은 단순한 선입견으로 치부하며 묵과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미국과 영국, 독일은 물론이고 캐나다와 호주 등 민주주의 진영 전역에서 국가 주권과 안보가 위협받는 실제적인 사례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엄중한 현실을 목도하고도 그저 인접국과의 관계나 경제적 이익만을 앞세워 경계심을 늦추거나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는 인식은 지나치게 안일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진정한 공존과 국익은 눈앞의 실리를 위해 강대국의 안보적 위협에 눈을 감는 유약함이 아니라, 불법적인 내정간섭에 단호히 대처하는 단단한 안보관 위에서만 비로소 확보될 수 있다.


왕실부터 의회까지, 세계 각국에 뻗친 중국의 공작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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