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2026. 7. 31.

아시안팝? 그래미를 거부한 방탄을 응원하는 이유

그래미의 '아시안 팝' 부문 신설은 방탄과 케이팝에 대한 따돌리기

지역과 언어로 음악을 구분하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글로벌 침투력이 미미한 일본, 중국 음악과 묶는 것 또한 부당하다


BTS
BTS

BTS가 내년 2월에 열리는 그래미 시상식에 곡을 출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래미가 내년 시상식을 공지하면서 '아시안 팝' 부문을 신설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잘 한 일이다. 

세계 어디서나 케이팝을 들을 수 있는 시대에 뒤늦고 뜬금없는 '아시안 팝' 부문 신설은 아무리 봐도 그 의도가 뻔하다. 그래미 주최측이 부랴부랴 유감 성명을 내놓았지만 이번 사태는 케이팝에 대한 미국 주류음악계의 치사한 견제로 보인다. 


그래미에는 이미 라틴 음악, 컨트리 음악 부문이 있다. 그들은 미국시장에서 오랜동안 독자적인 청취층을 만들며 스타를 배출했고 인기가 지속해 왔다. 컨트리는 음악적 스타일과 전통에 따른 구분이고 라틴은 미국에 뿌리내린 남아메리카인들의 언어와 문화에 기반한다. 그래미 본상을 수상해 전설이 된 스타들도 많다. 10대 때 컨트리 음악으로 시작해 최고의 팝스타가 된 테일러 스위프트, 매번 월드컵 축하공연을 독식하는 샤키라와 리키 마틴은 라틴 음악의 스타지만 역시 세계적인 팝의 아이콘이다. 


샤키라와 리키 마틴.
샤키라와 리키 마틴.

이번 아시안팝 부문 신설에 대해서도 '라틴이나 컨트리도 있는데 뭐가 문제냐' 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부문과 케이팝은 분명히 다르다. 그래미 주최측에 따르면 아시안 팝 부문은 "아시아 시장에서 기원하거나 널리 인정받는"이라는 지리적·시장적 조건과 "아시아 언어의 유의미한 사용"이라는 언어 조건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것은 구분짓기가 아니며 '아시아에서 비롯된 음악의 성공을 기리기 위함' 이라는 , 짐짓 우대하는 듯한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케이팝이 이미 국제적인 시대의 현상이 된 지금, 딱 '아시아' 를 들먹이며 '지역'과, '언어'를 굳이 구분할 일이 무엇인가. 아시안 팝 부문이 내세우는 명분이 빈약해보이고 불쾌한 이유는 그래미가 케이팝과 아시아 출신 아티스트를 존중하는 척 하며 미국 팝 시장의 외부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기준이라면 완전 영어가사인 방탄의 스윔은 아시안 팝이 아닌 것일까? 요즘 유행하는 다른 케이팝 음악들은 어떨까? 단어 몇 개 빼고는 완전 영어가사인 에스파의 레모네이드, 에이티즈의 배드는 어쩔 것인가? 


에이티즈의 '배드' 가사. 출신지역과 가사의 언어로 음악을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가.
에이티즈의 '배드' 가사. 출신지역과 가사의 언어로 음악을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가.

시기도 오묘하다. 아시안 팝 부문은 방탄이 본상(Album/Record/Song of the Year) 후보에 반복적으로 오르면서도 수상하지 못한 수년 간의 맥락, 그리고 '아리랑' 앨범으로 빌보드를 석권한 상황에서 '급히' 신설된 느낌을 준다. 이미 미국 팝 음악 시장의 주류에 진입한 대표적 케이팝 그룹을 본상 경쟁에서 따돌리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그것이다. 


게다가, 백번 양보해도 '아시안 팝' 이라는 네이밍 자체부터가 너무나 억지스럽다. 지금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하게 글로벌로 뻗어 나가고, 산업 규모와 영향력에서 압도적인 주류는 명백히 케이팝이다. 일본의 J-pop은 자국 시장에서 막강하고 우리나라에도 팬들이 있지만 글로벌 침투력은 제한적이다. 

중국·대만 쪽의 C-pop도 화교권에서만 강할 뿐, 빌보드에 오르거나 월드투어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기를 쓰고 '아시안 팝' 이라고 구분하는 그래미, 진짜 애쓴다. 케이팝의 독자성을 외면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잘 되는 음악' 정도로 뭉개려는 노력이 우습다. 


일본의 록밴드 'Mrs.Green apple. 일본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세계적인 인기는.....
일본의 록밴드 'Mrs.Green apple. 일본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세계적인 인기는.....

올해 그래미에서는 배드버니가 전곡 스페인어 앨범으로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했다. 수상 직후에는 스페인어 노래로 수퍼볼 하프타임 쇼도 뛰었다. ICE의 과잉진압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던 시기에, 대표적인 미국 스포츠 축제에서 라틴의 문화와 사람들을 당당히 보여주고 이것이 미국이라고 노래했다. '미국스럽지 않다' 며 반발하는 이들도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대놓고 언짢아 했지만 몇몇이 불만을 표한다고 해서 미국 음악시장의 논의가 '라틴 음악만의 별도 부문' 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왜 방탄만, 왜 케이팝만 애써 성공한 후에 밀려나는 것을 감당해야 하나?


배드버니의 2026 수퍼볼 하프타임쇼. 라틴의 사람들과 문화가 미국의 일부임을 보여줬다. (사진:NFL)
배드버니의 2026 수퍼볼 하프타임쇼. 라틴의 사람들과 문화가 미국의 일부임을 보여줬다. (사진:NFL)

아시안팝? 그래미를 거부한 방탄을 응원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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