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8. 17.
김민석 당대표 당선, 민주당 앞에 놓인 4개의 길
친청 최고위원 3인, 당분간 친석계에 협조할 것
내년 실시 가능성 높은 선거에서 친석계 성과에 따라 당 권력지형 바뀔 수 있어
결국 모든 길은 다음 총선 공천으로 향할 것, 그 때에는 계파도 없고 각자도생만

8월 17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민석 후보가 선호투표 끝에 54.08%를 얻어 45.92%를 기록한 정청래 후보를 누르고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하지만 이 결과를 ‘김민석의 완승’ 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김민석은 권리당원 투표에서 55.94%, 대의원 투표에서 66.69%로 정청래를 앞섰다. 반면 국민여론조사에서는 정청래가 50.70%로 김민석의 49.30%를 근소하게 앞섰다. 최고위원 선거 결과는 더욱 흥미롭다. 최민희·박선원·서미화·이성윤·한민수가 당선됐는데 이 가운데 최민희·이성윤·한민수는 이른바 ‘친청계’로 분류된다.
김민석 후보가 당권을 잡았지만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3명은 정청래와 함께 선거를 치른 인사들이다. 김민석은 이겼지만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고, 정청래는 졌지만 정치적으로 사라지지 않은 셈이다.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의 미래, 어떻게 흘러갈까? 네 가지 시나리오를 상상해봤다.
1. ‘팀 정청래’의 해체와 김민석 체제로의 흡수
단기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전당대회 기간에는 친명과 친청의 경쟁이 치열했지만 선거가 끝나면서 최고위원들의 이해관계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김민석과 친청 최고위원 사이에 결정적인 정책적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양쪽 모두 한 목소리로 ‘이재명 정부의 성공’ 을 강조한다. 이번 경쟁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찬반보다는 집권당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를 둘러싼 경쟁의 성격이 강했다.
따라서 친청 최고위원들이 취임 직후부터 김민석과 계속 충돌할 이유는 크지 않다. 특히 2028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국회의원들에게는 공천이 중요해진다. 총선을 지휘할 김민석 대표와 협력해야 할 현실적인 이유가 커지는 것이다. 현재 ‘친청 3인방’으로 묶이는 최민희·이성윤·한민수가 앞으로도 하나의 정치적 블록으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이들이 차례로 김민석 체제와 협력하기 시작한다면 ‘팀 정청래’는 독립된 계파라기보다 전당대회를 위한 한시적인 선거연합이었음이 드러날 수 있다.
2. 친석, 친청의 ‘경쟁적 친명’ 체제
두 번째는 친청계가 해체되지 않으면서도 김민석과 정면충돌하지 않는 경우다.
대신 양측이 ‘누가 이재명 정부를 더 잘 뒷받침하는가’를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있다. 김민석은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고 당선 직후에도 당정의 전면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정청래와 친청계 역시 이재명 정부와 대립하는 독자세력이 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 따라서 정책 방향 자체보다는 개혁의 속도와 강도를 놓고 차별화할 가능성이 높다.
김민석 대표가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당정협력을 강조한다면 친청계는 검찰개혁 등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의제에서 보다 선명한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다. 김민석은 “정부의 성공을 위해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하고, 친청계는 “정부 성공을 위해 더 강하게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쟁적 친명’ 체제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고, 정부가 아직 임기 초반이고, 정부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동안에는 이런 균형이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 변수는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다.
3. 선거에서 패배하면 ‘팀 정청래’가 돌아온다
하지만 앞선 두 시나리오에는 공통적인 전제가 있다. 김민석 체제가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민석 체제에서 치러지는 중요한 선거에서(내년에 예상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민주당이 승리하면 당내 권력, 그리고 여당 진영 전체의 권력은 빠르게 김민석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에는 대통령의 존재감도 달라질 수 있다. 친청 최고위원들도 승리하는 지도부와 대립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중요한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선거 패배에 대한 김민석 책임론이 제기되는 순간 전당대회에서 45.92%를 얻은 정청래의 존재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 특히 친청계 최고위원 3명이 지도부 안에 있다. 김민석 지도부가 흔들리면 이들이 대안세력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정청래 입장에선 지금 김민석과 정면충돌하기보다 한발 물러서 있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김민석이 성공하면 같은 친명 진영으로 정부 성공에 기여했다고 하면 된다. 실패하면 대안으로 다시 등장할 공간이 생긴다. 정청래에게 당분간 ‘기다리는 정치’가 유리한 이유다.
4. 모든 길은 2028년 공천으로 향한다
민주당의 진짜 권력투쟁은 2028년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친명’, ‘친청’, ‘친석’이라는 이름으로 세력을 구분하지만 총선이 다가오면 의원들의 판단은 현실적으로 바뀐다. 누가 자신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가. 어느 쪽에 서야 다음 국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만을 생각하게 된다. 말 그대로 '각자도생', '만인에 대한 투쟁' 이 시작될 것이다.
만약 김민석이 대표로서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선거에서도 성과를 낸다면? 친청계 상당수가 김민석 체제로 이동할 수 있다. 반대로 지금처럼 당청 지지율이 급속히 동반 하락하고 김민석이 선거에서 실패한다면 친청계뿐 아니라 현재 김민석을 지지하는 의원들까지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 결국 현재의 ‘친명 대 친청’ 구도가 2028년까지 그대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공천이 가까워질수록 계파는 다시 만들어지고 흩어질 가능성이 높다.
5. 김민석의 승리, 그러나 끝나지 않은 싸움
이번 전당대회의 특징은 '승자와 패자는 분명하지만 어느 한쪽도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민석은 당대표가 됐고 향후 2년 동안 집권여당을 이끌며 2028년 총선을 지휘할 것이다. 노무현 대신 정몽준을 택한 결과로 18년 낭인생활 끝에 엄청난 권력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정청래 역시 45.92%를 얻었다. 국민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김민석을 근소하게 앞섰고, 자신과 함께 움직였던 최고위원 후보 세 명을 지도부에 입성시켰다. 대통령의 정청래에 대한 노골적인 비토, 김민석에 대한 전방위적인 지원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전한 결과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양측이 통합(한 것 처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 집권 초반인 만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고, 지금부터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이 평화의 지속 여부는 결국 정부의 성과와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 김민석 체제가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민주당은 빠르게 김민석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반대로 중요한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전당대회에서 확인된 정청래의 45.92%가 다시 정치적 의미를 갖게 된다. 앞으로 민주당을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친청 최고위원이 ‘몇 명’인가가 아니다. 차라리 ‘6개월 뒤에도 최민희·이성윤·한민수가 여전히 하나의 정치적 블록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를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두 번째는 김민석 대표 체제에서 치러지는 중요한 선거의 성적이다. 세 번째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의 관계, 마지막은 2028년 총선 공천권이 '실질적으로' 누구에게 집중되는가다. 이 네 가지가 맞물리는 순간 민주당의 다음 권력지도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김민석, 정청래, 송영길. 이들이 거칠게 모욕하고 비방하던, 민주당 역사상 가장 추악했던 전당대회는 끝났다.
그러나 다음 총선, 그리고 다음 대선을 향한 민주당의 진짜 권력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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