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8. 18.

지금 '지지율' 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진짜 문제는 떨어지는 지지율이 아니다

실패한 부동산 정책, 일방적인 태도, 사사로운 사법개혁이 발목을 잡고 있다

진짜 문제는 원인을 알면서도 고칠 수 없게 하는 이 정권의 태생적 한계다


청와대 기자실에서 G7 순방성과를 브리핑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 청와대)
청와대 기자실에서 G7 순방성과를 브리핑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추세가 심상치 않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43%까지 떨어졌다. 5주 연속 하락이자 취임 후 최저 수준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대통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보다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강해서도, 잘해서도 결코 아니다. 국민의힘 역시 장동혁 퇴진론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여당에 대한 공세도 비효율적이고 산발적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지지율은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이토록 가파른 하락세의 원인을 찾으려면 ‘이재명 대통령에게서 누가 떠나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 지금 이탈하고 있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이재명 대통령을 반대했던 강성 보수층만이 아니다. 대선에서 이재명을 선택했거나 적어도 새 정부에 기대를 걸었던 중도층, 수도권 유권자, 2030세대가 남녀 할 것 없이 움직이고 있다. 이제 막 1년 차를 넘긴 대통령에게 이것은 단순한 지지율 조정이 아니며 국정운영에 대한 신뢰 상실을 의미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부동산에서 다시 ‘이념의 정치’가 등장했다

최근 지지율 하락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부동산이다.

주택 가격과 전월세 가격에 민감한 수도권과 청년층에게 부동산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월급으로 집을 살 수 있는가, 결혼할 수 있는가,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그런데 정부의 메시지는 시장의 현실을 인정하고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보다 투기 억제와 세제 개편, 결국은 규제에 다시 무게를 두는 것처럼 비쳤다. 특히 청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자신도 언젠가는 좋은 입지의 정상적인 주택을 소유할 수 있다는 사다리를 만들어주고 희망을 주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청년의 내 집 마련 욕구 자체를 투기적 욕망처럼 바라본다는 인상을 준다면? 그렇다면 민심은 돌아선다.


정책보다 더 위험한 것은 태도다. 시장은 정부의 의지로 굴복시킬 수 없다. 국민 역시 설득해서 정부의 방향성에 무조건 맞춰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회에 불려나온 장관은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있다’ 고 주장한다. 당장 오른 전세금과 집값에 대출마저 막힌 국민들은 정부와 말이 안 통한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둘째, 대통령의 언어에서 ‘실용’보다 ‘확신’이 강해지고 있다

취임 초기 이재명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었던 중도층이 주목했던 단어는 ‘실용’이었다. 

‘실용’ 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사람과 정책을 쓰겠다는 태도, 이념보다 성과를 중시하겠다는 약속이었고 초창기 이재명 정부의 슬로건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실용'주의보다 이재명 정치 특유의 일방적인 지시와 강한 자기확신이 다시 전면에 나오고 있다.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면 밀어부치고, 비판이 나오면 정책을 재검토하기보다 비판자를 탓한다. 이재명이 야당 정치인일 때는 이런 태도가 장점이 될 수 있었다. 저돌적이고 명쾌한 '사이다' 행보로 보였다. ‘닥치고 돌격’ 하며 적을 규정하는 태도는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정치적 전선을 명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다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정책 방향이 되고 시장의 신호가 된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논쟁에서 이기는 능력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능력이다. ‘내가 옳다’는 확신보다 ‘혹시 우리가 틀렸을 수 있다’는 태도가 대통령에게 더 중요한 이유다.


셋째, 개혁이 국민보다 정권의 필요와 연결돼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개혁과 형사사법제도 개편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개혁은 충분히 필요한 정치적 과제가 될 수 있다. 문재인정부 때 부터 검찰개혁, 수사권 조정은 꾸준히 추진되어 왔다. 필요한 부분도 분명 있다. 

그러나 대통령 본인의 형사재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형사사법제도를 급격하게 바꾸면 국민은 정책의 내용뿐 아니라 그 동기까지 바라보게 된다. 게다가 김진주 씨를 비롯한 범죄피해자들이 격렬히 반대하고 사회적 약자들, 특히 여성들은 검찰청 폐지를 비롯한 급진적인 제도개혁에 생존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 


‘이 개혁은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대통령과 여권의 정치적 안전을 위한 것인가.’

국민들 사이에서 이런 의구심이 피어나는 순간 개혁의 정당성은 급격히 약해진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여러 형사사건(최소 4건) 의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던 중 대통령에 취임했고, 관련 재판은 재직 중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따라서 다른 대통령이라면 일반적인 제도개혁으로 평가받을 사안도 이재명 정부에서는 대통령 개인의 사법적 이해관계와 연결돼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내 안고 갈 구조적 부담이다. 그렇다면 지지율을 되돌리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방법 자체는 의외로 어렵지 않다.


7.23일에 열린 부동산정책 토론회.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 근저당 매각이 알려진 직후 열렸으나 관련된 질의응답은 없었다. (사진: 청와대)
7.23일에 열린 부동산정책 토론회.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 근저당 매각이 알려진 직후 열렸으나 관련된 질의응답은 없었다. (사진: 청와대)

1. 부동산 정책을 이념에서 실용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 가진 사람을 정죄하고 집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 그들을 탓하는, 갈라치기 양상을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 소유를 탐욕으로 규정하고 집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않은 사람을 대립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재건축·재개발과 민간 공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서울과 수도권에서 실제 수요가 있는 지역에 충분한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는 확신을 시장에 줘야 한다. 


청년의 주택 구매 욕구도 인정해야 한다. 청년이 원하는 것은 ‘평생 저렴하게 임대주택에 사는 사회’가 아니다. 당장 수십 억짜리 서울 아파트를 사고 싶다는 것도 아니다. '노력하면 언젠가 내 집을 가질 수 있다’ 희망이다. 국민들의 당연한 욕망, 미래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정부가 교정하려 해서는 안 된다. 여당 3선 의원의 '폐버스 임시주택' 안이나 '아파트가 아닌 빌라 거주 시에만 지원' 하겠다는 청년 대상 주거 지원책은 치명적인 패착이다. 현실과 유리된 그런 식의 탁상공론은 청년세대에게는 '모욕'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여러 세대, 다양한 국민들의 욕망을 인정하고 공적 자원을 고루 분배해 현실적인 경로로 유도하는 것이 '정책'이다. 


2. 대통령이 직접 ‘내가 틀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대통령은 최근 미국, 남미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네 시간 넘게 부동산 정책회의를 주재했다. 그러나 지지율 반등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의외로 정책 발표가 아닐 수 있다. 태도의 변화다.

부동산을 비롯해 논란이 된 정책에 대해 “국민의 비판을 받아들이겠다. 잘못 판단한 부분은 고치겠다”고 말하면 된다. 대통령이 정책 실패를 인정한다고 권력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리더십, 강한 대통령일수록 잘못을 인정하고 빠르게 수정할 수 있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추진력이 아니라 정치적 유연성이지 않을까? 


3. 사법제도 개혁과 대통령 개인의 이해관계를 분리해야 한다

검찰개혁이나 형사사법제도 개편을 하더라도 대통령 본인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 변경은 최대한 절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여야와 법조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논의 구조에 넘기는 것도 방법이다. 사법제도와 관련한 모든 일들이 ‘이재명을 위한 개혁’이라는 의심을 제거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국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4. 극성 지지층이 아니라 중도층, 온 국민을 향해 정치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지지율이 떨어질 때가 아니다. 떨어지는 지지율만 보며 핵심 지지층에 더욱 의존하기 시작할 때가 진정 위험신호다. 

강성 지지층은 대통령에게 한결같은 지지와 강한 확신을 준다. 대통령의 비판하는 언론은 '가짜뉴스' 이며 '적'이고, 반대하는 국민은 '기득권'이며, 지지율 하락은 '개혁에 대한 저항' 이라고 규정하며 더 세게 몰아치라고 한다. 그런 지지층의 목소리는 때로 든든하고 듣기에는 편하다. 그러나 그 순간 대통령은 국민 전체를 보는 대신 자신의 정치적 팬덤 안에서만 세상을 보기 시작한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기존 지지층 결집이 아니라 지지하지 않는 국민을 설득하는 태도와 정치력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과연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여기서 이재명 정부의 근본적인 딜레마가 등장한다.


앞에서 제시한 처방들은 이론적, 정책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대단히 어렵다. 이재명 개인으로 들어가면 더더욱 요원하다. 왜냐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현재의 정치적 위치에 도달한 과정 자체가 그 변화를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한계는 사법 리스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러 형사재판을 받던 상황에서 대통령에 당선됐고, 대통령 취임 후 그 재판들은 중단됐다. 따라서 ‘대통령에게 권력은 단순히 국정을 수행하는 수단 만은 아니’ 라는 의심이 끊임없이 따라붙고 있다. 퇴임 이후 재판이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문제 역시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이번에 선출된 김민석 당대표 또한 대놓고 ‘공소취소’ 를 말하고 있으니 이런 의심은 더욱 강해질 뿐이다.  

이재명 정권은 헌정사에 유례없는, 매우 극단적인 조건과 취약한 기반에서 출범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통령과 주변 세력에게 정권 재창출과 권력의 연속성이 일반적인 정부보다 훨씬 절박한 문제가 된다. 정책 오류에 대한 인정과 수정, 극성지지층으로부터의 분리가 어려운 이유다. 


두 번째는 민주당 내부의 권력 문제다

현직 대통령의 힘이 강할 때는 당내 갈등이 수면 아래에 머물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차기 권력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재빨리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지방선거와 총선, 차기 대선의 이해관계도 달라진다. 지금과 같은 지지율 하락세를 멈추지 못하고 시간이 흐른다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재명 이후’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대중의 예상보다 더 빠르고 더 극적으로 당과 대통령간의 ‘분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상황에 놓인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적극적인 ‘중도 확장’이지만, 역설적으로 권력이 약해질수록 자신의 핵심 지지층과 당내 친위세력에 의존할 가능성은 더 커지고 지지율은 더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세 번째 한계가 바로 팬덤 정치다

이재명 정치의 가장 강력한 자산은 열성적인 지지층이었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민주당 당대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수많은 정치적 위기에서 이재명을 지켰고 민주당 내부의 권력 경쟁에서도 결정적인 힘이 됐다. 소위 ‘비명계’ 로 불린 반대파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고, ‘수박’ 이라 모욕하고, 때로는 물리적인 협박이나 위해도 서슴지 않는 초 강성 지지자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이고 자산이지만 대통령이 된 뒤에는 오히려 확장성을 가로막는 족쇄가 될 수 있다.


이재명 당대표 시절 비명계를 '수박' 으로 지칭하는 현수막이 비명계 의원 지역사무실 앞에 걸렸다.
이재명 당대표 시절 비명계를 '수박' 으로 지칭하는 현수막이 비명계 의원 지역사무실 앞에 걸렸다.

지지율이 빠진 대통령이 중도를 포용해서 민심을 달래려면 기존 지지층이 좋아했던 정책과 언어를 수정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 순간 가장 먼저 돌아서고 반발할 사람들이 바로 핵심 지지층이다. 결국 대통령은 선택해야 한다. 안락한 기존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국민 전체를 향해 이동할 것인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정치적 기반을 지킬 것인가. 


지금 ‘지지율’ 이 문제가 아닙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를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다. 경제가 좋아지거나 외교적 성과가 나오면 일시적으로 반등할 것이다. 그러나 오르내리는 숫자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지지율 하락이란 민심의 경고를 받은 정권이 스스로 방향을 수정하고 나아질 수 있느냐가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변화는 분명하다. 부동산에서는 이념보다 시장을, 정치에서는 지지층보다 중도를 바라봐야 한다. 사법개혁에서는 자신의 이해관계와 국가의 제도를 철저하게 분리해야 한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수많은 범죄피해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가장 큰 문제가 드러난다. 성남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당대표 이재명이 여러 치명적인 사법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반대자들을 물리치고 정치적으로 살아남아 결국 대통령까지 되도록 만들었던 여러 요소들이 ‘대통령 이재명’의 변화를 철통같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 리스크 때문에 권력을 조금이라도 나누는 문제에는 더욱 민감하고, 당내 권력투쟁 때문에 핵심 지지 세력이 필요하며, 그 핵심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성 지지층을 외면하기 어렵다. 청와대에도 여론조사 부서가 있고 중도적인 참모들이 있을테니,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는 알겠지만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책을 바꾸면 지지층이 흔들리고, 바꾸지 않으면 중도가 떠난다.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중도로 가야 하지만, 그럴수록 핵심 지지층에 의존하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 이재명 대통령이 맞닥뜨린 가장 근본적인 위기다. 지금 지지율 43%가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대통령 자신이 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가장 큰 적은 야당도, 언론도, 떨어지는 지지율도 아니다. 대통령이 되기까지 자신을 지켜준 바로 그 정치 방식, 익숙한 습관과 태생적인 불안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것.

그것이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한계다.


지금 '지지율' 이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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