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8. 25.
민주의 황금시대? 누구를 위한 현수막인가
민주당 홍보 현수막, 설마 당대표 당선의 자축문인가?
민주당이 곧 민주주의라는 오만함, 민생은 외면하는 자아도취적 홍보문구들
일상의 언어가 사라진 정당 홍보, 대중은 외면할 수 밖에

최근 서울 주요 거점에 걸린 민주당의 홍보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김민석 대표가 취임한 뒤 직접 지정한 문구로 제작한 두 종류의 현수막이다. 하나는 “민주의 황금시대를 열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합니다”다. 두 현수막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단순하다. 대체 무슨 뜻이며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정당의 홍보현수막은 거리의 매체다. 눈에 띄고, 간결하며, 쉬워야 한다. 출근길 자동차 안에서, 장을 보러 가는 길에서 현수막을 보는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현수막 문구 속의 의미를 애써 해석하지 않는다. 바삐 가는 길에 몇 초 동안 접할 뿐이다. 그래서 현수막은 대중의 언어로 써야 한다. 사람들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포착하고, 정당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때문에 전통적으로 정당들은 거리 현수막을 통해 현안에 대한 입장, 정책 메시지(특히 복지) 를 간명하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런 면에서 요즘 민주당의 홍보 현수막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틀렸다.

첫번째 현수막, ‘민주의 황금시대’ 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민주’는 민주당인가, 민주주의인가. ‘민주당의 황금시대’라면 집권 여당으로서의 전성기를 스스로 선언하는 ‘자축’의 의미일 것이다. 여당으로서 현재의 정치적 입지에 자부심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자축은 자기들끼리 하면 된다. 대중이 보는 현수막에 드러내는 것은 부적절하고 오만하다. 지금처럼 경제와 민생이 어렵고 국정지지율이 폭락하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혹시 ‘민주주의의 황금시대’ 라는 뜻일까? 그렇다면 ‘민주’ 대신 ‘민주주의’라고 분명하게 써야 한다. 현수막에 들어가는 짧은 한 줄은 보는 사람들을 두 번 생각하게 하거나 헷갈리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민주의 황금시대’ 라는 말은 볼수록 모호하고 억지스러울 뿐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다. ’민주’라는 말을 홀로 떼어 민주당과 민주주의를 슬쩍 포개는 표현 속에는 ‘민주당이 곧 민주주의’라는 자아도취가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상은 어떨까? '황금시대' 란 정몽준 지지 선언과 민주당 탈당 이후 18년간 야인생활을 하다 이재명 정부에서 총리와 당대표까지 오른 김민석 대표 본인, '민석의 황금시대’를 뜻하는 것일까? 이 추측은 친여 성향 커뮤니티에조차 제기되고 있다.

두번째 현수막도 부적절하다. '법치파괴 조희대 규탄' 메시지는 대체 누구를 향한 것인가. 국민? 민주당원? 사법부 수장을 질타하는 선동적인 내용 또한 거리 현수막이라는 매체의 특성과도 맞지 않는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이나 대통령과의 갈등 이슈는 여야 간, 혹은 제도권 내에서 법리와 정치적 논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다. 대법원장이 왜 서면제청을 했는지, 대통령은 어떤 입장이고 여당은 왜 대법원장을 비판하는지는 거리 현수막에 쓸 주제가 아니다. 일반 대중의 일상과 직접적 접점이 적은 정쟁 이슈를 '법치파괴', '물러나야 한다'는 자극적 구호로 길거리에 뿌리는 방식은 대다수 시민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피로감만 더할 뿐이다.
정당의 거리 현수막은 내부 지지층만을 향한 다짐이나 정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기들끼리 할 이야기를 홍보 문구로 내거는 것 또한 참으로 ‘감’ 없고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정치의 홍보 언어가 시민의 삶과 격리된 수사나 자아도취로 채워질 때, 정치와 정치인은 대중과 더욱 멀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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