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9. 8.
용혜인을 제대로 비판하는 법
정치적으로 비판받는 여성의 외모는 그의 '인격의 증거' 로 소비된다
정치적 비판에 외모 조롱을 섞는 순간 비판의 정당성은 퇴색된다
잘못한 정치인은 그가 저지른 잘못으로 비판하면 된다
정치적으로 비판받고 미움받기 시작한 여성의 몸과 사생활은 얼마나 자주 그의 정치적 잘못을 설명하는 ‘인격의 증거’로 바뀌는가. 최근 몇 년간 자주 목격되는 풍경이다.
한때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강선우 의원이 갑질과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을 때, 그에 대한 공격의 한 줄기는 그의 외모와 스타일에 집중됐다. 그가 찬 시계와 검찰 출석 때 입은 옷의 가격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어림짐작되고, ‘사치스럽다’, ‘명품족이다’, ‘연예인병이다’라는 조롱이 이어졌다.

이번에 지명된 용혜인 의원에 대한 공격은 같은 줄기지만 내용은 다르다. 일부 ‘남초’ 커뮤니티와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서는 용 의원의 체형을 비하하며 ‘용돼지’, ‘자기관리 실패’ 같은 말을 쏟아낸다. 차마 옮기기 어려운 표현도 많다. 마침 발전한 AI 기술의 결과로 다양한 고화질 이미지와 영상까지 넘쳐나 보기 힘들 정도다. 그런 콘텐츠들을 보다 보면 공적인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용혜인이 지금 왜 욕 먹고 있지' 싶을 지경이다.
요즘의 기준에 따라 마르고 옷을 잘 차려입는 여성이 공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면 그의 ‘관리된’ 외모는 ‘허영심’과 ‘부정부패’의 증거가 된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외모의 여성이 비판의 대상이 되면 그 몸은 ‘게으름’과 ‘탐욕’의 증거가 되고 조롱의 소재가 된다. 익숙한 풍경이다.
한때 김건희를 비판하던 사람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그를 ‘술집 여자 쥴리’라고 조롱하고 노래까지 만들어 불렀던 것과도 닮았다. 허위 경력 기재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국정 및 공천 개입 의혹과 금품수수 문제까지, 김건희에게 따져 물어야 할 공적 사안은 차고 넘쳤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그의 과거 직업과 선정적인 성적 풍문에 훨씬 더 집착했다. 그리고 그의 외모와 과거를 추측해 싸잡아 비판하는 것이 '민주진영' 에서는 정당한 일로 여겨졌다. 왜? '김건희는 욕 먹어 마땅하니까'.
공적인 위치의 여성이 대중의 비판에 직면하게 되면 그는 종종 자신의 잘못만으로 비판받지 않는다. 격렬한 비판자들은 그의 외모와 개성, 습관과 말투, 사생활까지 총동원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모두가 마음 놓고 미워해도 될 것 같은 어떤 ‘나쁜 여자’를 만드는 것이다.
막스마라 코트를 입는 허영심 많은 여자, 살찐 몸에서 탐욕이 읽히는 여자, 술집에서 술을 따르며 남자를 홀렸다는 과거가 요사스러운 여자. 그리고 그 캐릭터가 완성되면 실제 잘못과 아무 관계없는 옷과 얼굴, 몸무게, 결혼생활과 풍문으로 떠도는 성적 과거까지 모두 유죄의 증거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용혜인의 정치적 행보에 줄곧 비판적이었다. 코로나 시국에 신생아를 데리고 등원 했을 때 기함 했고 상임위 회의장에서 맥락없이 고성을 지르는 모습에 국회방송 채널을 돌렸다. 단 한 번도 그의 정치적 메시지나 행보에 공감해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제 기자들 앞에 나선 기본소득당 당직자들의 태도에도 코웃음을 쳤다. ‘여성·청년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라니 무슨 소린가. 몰상식하고 이기적인 정치적 선택 때문에 비판받고 있는데 자신들의 과오를 모면하기 위해 '여성'과 '청년'을 핑계 삼다니. 열심히 살아가는 대다수 여성과 청년까지 욕먹이는 비겁하고 어리석은 대응이었다.
나는 용혜인과 기본소득당이 거대 양당의 이해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어떤 기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병폐적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욱 그에 대한 비판이 외모와 몸에 대한 평가로 흘러가는 것을 반대하고 경계한다. 용혜인의 정치 행위를 제대로 비판하고 싶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 그가 어떤 정치적 선택을 했는지, 어떤 특혜를 누렸는지,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의 공적인 행보가 싫다고 해서 몸무게와 얼굴, 옷차림을 끌어오는 순간 정치적 비판은 오히려 정당성과 설득력을 잃는다.
용혜인의 외모는 그가 두 번이나 비례대표가 된 것이 정당했는지를 전혀 설명해주지 않는다. 강선우가 외모를 잘 가꾸고 고가의 옷을 입는다는 주장 역시 그가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는지 아닌지를 증명하지 않는다. 김건희가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떤 옷을 입었으며 과거 어떤 직업을 가졌다는 소문 역시 그가 허위 경력을 기재했는지, 국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를 입증하지 않는다.
공적인 여성을 비판하면서 외모를 끌어들여 비하하고 조롱하는 것은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일이 아니다. 그런 비판을 하는 사람의 저급함을 드러내고 가장 중요한 질문을 가리는 일이다. 더구나 외모 조롱은 공격받는 정치인에게 뜻밖의 피난처를 제공한다. 정치적 행위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여성의 몸을 향한 모욕이 뒤섞이는 순간, 당사자는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 전체를 여성혐오나 외모 비하로 설명할 여지를 얻는다. 비판받아 마땅한 사람이 ‘내가 여자라서 욕먹는다’, ‘내 외모 때문에 나를 싫어한다’고 항변하게 되면 정작 따져 물어야 할 정치적 책임은 그 뒤로 숨어버린다.
그러니 용혜인을 정말 제대로 비판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의 외모를 평가하는 말부터 버리는 것이 좋다. 대체 누가 무슨 권리로 누구의 외양을 평가한단 말인가.
그의 몸은 그의 정치가 아니다.
여성의 몸은 그의 잘못이 아니다.
비판할 것이 정치라면 정치를 비판하면 된다. 두 차례의 비례대표 당선이 문제라면 그 과정을 따지고, 장관 지명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자격과 경력을 검증하고, 가족이 정당 운영에서 부적절한 이익을 누렸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실과 책임을 추궁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오히려 그것만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이 훨씬 더 가혹하고 정확한 비판이다.
우리가 정치적으로 미워하는 여성에게 원하는 것이 책임이라면, 그가 ‘나쁜 여자’이며 ‘외모적으로 어떤 여자’라는 것까지 억지로 증명할 필요는 없다. 잘못한 정치인은 그가 저지른 잘못으로 심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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