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1시간 전
'너 말고'·'욕망의 덫' 산으로 가는 전개... 작가 교체도
KBS 2TV의 신작 드라마들이 잇따라 개연성을 잃은 전개와 정체성 혼란에 시달리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로맨스 장르를 내세웠으나 납득하기 어려운 자극적 설정으로 일관하며 시청률이 1%대까지 추락한 '너 말고 다른 연애'부터, 집필진 교체 여파로 캐릭터성이 파괴되고 주인공의 비중이 역전된 '욕망의 덫'까지 KBS 드라마가 연이어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방송가 내부에서조차 스토리라인 점검과 드라마국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토일미니시리즈 - 너 말고 다른 연애
너 말고 다른 연애는 방영 전부터 로코 장인 서강준과 안은진 조합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안은진은 지난해 비슷한 시기 '키스는 괜히 해서'를 통해 SBS 수목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부활시킨 바, KBS의 기대감도 엿볼 수 있었다. '닥터 차정숙'으로 떠오른 조아람이 출연하는 등 조연 라인업도 탄탄했다.
방송 업계 관계자들은 멜로 특성상 TV 시청률은 낮을지언정 OTT 화제성은 챙길 것이라 기대했다. 첫 방송 전 프로모션 방송(미니 프로그램)도 '트웰브' 이후 가장 큰 규모로 했다. 현실은 KBS 토일 드라마 중 최저 시청률로 시작해 1.9%(8회)까지 추락했다. 원인은 스토리에 있었다.
'낯선 감정과 마주하게 되는 현실 공감 리얼 멜로드라마'라고 홍보하더니 가족드라마로 변모했고, 부모들의 서사가 공개될 때마다 현실에서 볼 수 없을 법한 요소들로 공감대를 잃었다.
남궁호(서강준 役)의 모친(최희진 役)은 남궁호가 7살일 때 아들을 담보로 사채를 썼고, 남궁호는 그대로 사채업자가 데려갔다. 중학생 때에는 모친이 중고사기를 친 뒤 아들에게 뒤집어씌워 소년원에 갈 뻔했다. 남궁호는 직장에 입사하기 전 모친이 제 명의로 대출은 물론 사채까지 흥청망청 쓴 탓에 취업하기 전부터 빚을 갚으며 살아왔다.
이후 남궁호는 친모와 절연했었으나 수 년 전 장기를 이식받기 위해 모친이 남궁호에게 접근하고, 아들의 여자친구 이미도(안은진 役)에게 상납을 요구해 돈을 받았다. 이후 사채업자에게 빌린 3억을 남궁호가 대신 갚아줄 것이라고 해 남궁호의 직장은 쑥대밭이 되고, 아들이 경찰에 신고하자 복수하겠다며 상납을 요구해 받아온 이미도의 돈을 "사기 공범이 자금을 공급해준 것"이라고 해 공범으로 만든다. 남궁호는 이미도에게 준 상처들이 미안해 "우리 결혼 다시 생각해보자"며 돌아섰다.
박수아(조아람 役)의 부친 박용대는 은퇴한 유명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묘사된다. 게이(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결혼한 뒤 문란한 성생활로 많은 남성과 잠자리를 가졌으며, 딸인 박수아는 초등학생 때 박용대의 불륜을 목격했고 동성간 성행위도 알게 되었다. 현재 시점의 박용대가 모텔에서 목격되며 부모들의 이야기로 변한다.
이 와중에 서브 남자주인공 한태승(이시안 役)은 계략에 휘말려 전 애인이자 자신을 만나는 것조차 싫어하는 이미도에게 접근한다. 이미도는 그럼에도 설렜던 것은 한태승 뿐이었음을 깨닫고 스스로에게 실망해 차량에서 내려 도로 한복판을 헤매다 주행중인 차에 치여 부상을 입는다. 보호자 연락처로 병원에 온 남궁호에게 "(한태승이) 좋았다, 설렜다"고 말하고 둘은 헤어진다.
남궁호는 이미도와 다시 재회하자 제목처럼 '너 말고 다른 연애'를 해보자며 다른 남자를 만나고, 설렘을 느끼고 오라고 매달린다. 이미도는 그렇게 한태승을 찾아가 한 달간 계약연애를 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스토리다.
막장 주말드라마가 아닌 '멜로 미니시리즈'를 내세운 만큼 시청자들이 당혹스러워 하는 것은 당연하다. 토요일 동시간대 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첫 회부터 두 자릿수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자 방송가에서는 앞으로 남은 6회의 성적이 더 낮아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일일드라마 - 욕망의 덫
'욕망의 덫' 역시 작가가 교체된 뒤 주인공 고은설(전혜원 役)의 분량이 대폭 줄고, 복수나 메인 플롯이 아닌 곁가지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차석진(설정환 役)과 강해라(주새벽 役) 등 다수의 캐릭터성이 붕괴되면서 드라마의 시작에서 크게 어긋난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당초 고은설은 강해라에게 학교폭력을 겪다가 방화 누명을 써 정학당하고, 유일하게 자신의 편이었던 양모(박희정)가 딸을 낳고 버린 주미란(장서희 役)을 압박하다가 옥상에서 추락사한 뒤 살인 누명을 써 10년간 복역한 뒤 진짜 살인범을 찾아 복수한다는 줄거리다.
그러나 최근 강해라의 부모 강영훈이 친구였던 차석진의 부친을 공장에서 살해했고, 살해 현장에 라이터를 흘렸다는 이야기가 새롭게 추가되면서 이야기가 방대해졌다. 이에 강영훈은 차석진과 딸 강해라의 결혼을 반대하게 되고, 새로운 남자 '이 이사'가 등장한다.
남자 주인공 차석진은 청마장학재단에서 지원받은 것과 장애가 있는 모친의 미래를 위해 마음도 없던 강해라와 결혼하고자 했다. 그런데 36회에는 강해라에게 접근하는 다른 남자가 등장하자 질투와 함께 폭력까지 사용한다.
그럼에도 양다리를 걸친 듯 고은설에게 동정하는 마음과 신경쓰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 바. 후반부에 차석진이 주인공 고은설과 이어지게 된다면 시청자를 어떻게 납득시킬지가 관건이다.
철 없고 무례했던, 서사 없던 악역 강해라에게 전과 달리 사회성이 부여되면서 부모나 회사 사람들과의 갈등은 크게 줄었다. 거짓말이 다 티나지만 '그냥 나쁜' 캐릭터였던 강해라는 어느새 클리셰적인 가식적인 악역으로 다시 태어났다.
주인공 고은설의 비중은 크게 줄었다. 고은설의 스토리가 엔딩을 차지하지도 않고 있다. 오히려 고은설의 친모(주애숙)를 향한 복수 스토리 대신 주애숙에게 피해를 입은 듯한 주미란(주애숙)의 비서 최준환(유진석 役)이 등장하면서 주체적으로 복수하는 역할도 최준환에게 돌아갔다.
욕망의 덫은 20회 이후 구지원 작가는 '원안'으로 크레딧에 남고, 이은진 작가가 집필해 왔다. 현재는 단독 집필로 바뀐 상황. 100부작인 연속극은 캐스팅과 투자 단계에 20회까지 미리 집필한다. 구지원 작가의 원안으로 캐스팅과 대본 리딩 등이 이루어진 직후부터 이은진 작가가 참여했다고 볼 수 있다.
KBS 2TV 드라마가 모두 "산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KBS 드라마국이 스토리라인과 소구점을 다시 점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서 JTBC는 드라마국의 침체로 한 차례 구성원들을 대거 교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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