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1시간 전

선넘는 민주당, 주한미군 사령관 브런슨 경질 요구까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대한민국은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사과 요구를 넘어 경질 요구까지 내놓고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면서 한미연합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고 있다. 

선넘는 민주당, 주한미군 사령관 브런슨 경질 요구까지?

GEN Xavier T. Brunson (사진=U.S. Forces Korea)

"남쪽 철책선부터 대한민국"이라면 DMZ 남쪽 절반은 어디 땅인가

1953년 정전협정은 군사분계선(MDL)에서 남북으로 각각 2km씩 물러나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을 정하고, 그 사이 폭 4km를 비무장지대(DMZ)로 만들었다. 브런슨 사령관이 말한 남쪽 철책선은 이 남방한계선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쪽은 이 말이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2km 구간을 대한민국에서 뺀 것이라고 본다. 그 구간에는 민간인이 사는 경기 파주 대성동 마을이 있고,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한다.

유엔군사령관은 왜 DMZ를 말하다 주권까지 말했나

유엔사는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분계선 이남 DMZ의 출입을 통제하고 협정 이행을 감독한다. 이 협정에는 유엔군사령관과 북한군·중국군 사령관이 서명했고 한국 정부는 서명하지 않았다.

브런슨 사령관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골드국제전략연구소 세미나에서 DMZ 관리 문제를 설명하다가 이 말을 했다. 그는 "우리는 주권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한 뒤, "유엔군사령부의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이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이유로는 정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해당 구역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문제로 이재명 정부와 유엔사는 이미 부딪히고 있었다. 여당은 올해 1월 비군사적 목적의 DMZ 출입 승인권을 한국 정부가 행사하도록 하는 이른바 DMZ법 제정을 추진했고, 유엔사는 정전협정과 상충한다며 반발했다. 유엔사는 지난해 유흥식 추기경과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의 DMZ 출입을 허가하지 않아 논란이 된 적도 있다.

국방부는 "개인 견해", 유엔사는 "주권 의문 없다"고 밝혔다

브런슨 사령관은 유엔군사령관 자격으로 DMZ 관리 책임을 설명하다 이 말을 했다. 국방부는 18일 이 발언이 "유엔군사령관 개인의 견해"이며 영토주권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DMZ 안의 주권 행사와 유엔사의 정전 관리가 조화를 이루도록 협력하겠다고도 했다.

유엔사는 입장문에서 이 발언이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군사령관에게 부여된 DMZ와 공동경비구역 안의 책임을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사는 그 책임에 군사행정과 민사행정, 민간인 구호가 포함되며 대한민국의 주권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유엔사 관계자는 올해 1월에도 군사분계선 이남 DMZ가 한국의 주권적 영토라는 사실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김병주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서 정전협정이 유엔사에 준 권한은 DMZ 출입 허가와 민사행정에 한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유엔사는 자신들의 책임이 군사·행정적 성격이고 주권과 별개라고 했다. 주권이 한국에 있다는 점에서는 민주당과 유엔사가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국방부가 정리한 뒤에도 최고위원은 "사과하라"고 했다

박선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1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브런슨 사령관에게 "장군이면 장군답게 하라"며 국민께 분명히 설명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박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영토가 어디서 시작하는지를 왜 주한미군사령관이 정하느냐고 따지면서, 이런 사람이 동맹국 군사령관으로 제대로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통령 국방정책특보인 김병주 의원은 같은 날 YTN 라디오에서 브런슨 사령관이 "많이 오버하고 있다"며 발언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했다. 진보당 손솔 의원은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브런슨 사령관의 즉각 경질을 요구했다.

선넘는 민주당, 주한미군 사령관 브런슨 경질 요구까지?

출처 : 손솔 의원 페이스북

2Km가 아니라 전작권으로 시비걸고 싶은 것 아닌가?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은 전쟁이 나면 한국군을 지휘하는 권한이다. 지금은 미군 대장인 한미연합사령관이 이 권한을 행사하고, 이재명 정부는 임기 안에 한국군이 넘겨받는 것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같은 세미나에서 전작권 전환에 대해 "나는 찬성론자"라면서도 "조건이 변했고 우리가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개인 자격이라고 전제하면서 "골대를 계속 옮긴다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전은수 원내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을 "사실상 문턱을 높이는 발언"이라고 했다.

김병주 의원은 16일 MBC 라디오에서 미국에 전작권 전환을 미루려는 의도가 있고 미국 무기를 팔려는 의도도 있다고 주장했다. 17일에는 영토주권 침해라며 사과를 요구했고, 19일에는 "저는 당장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이번 발언을 계기로 공세를 강화한 것은 DMZ 권한 갈등이 전작권 문제와 맞물려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관철할 수 없는 사과·경질 요구를 민주당이 거두지 않는 이유

국민의힘은 16일 논평에서 정부와 여당이 브런슨 사령관의 경고를 검토하지 않고 "집단적인 겁박"을 쏟아냈다며 전작권 전환을 "졸속 전환"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전작권 문제를 국내 정치용으로 쓰면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과 대통령 특보가 요구하는 사과와 경질은 한국 정부나 국회가 스스로 관철할 수단이 없다. 그런데도 김병주 의원은 17일부터, 박선원 최고위원은 국방부가 개인 견해라고 밝힌 뒤인 19일에도 같은 요구를 이어갔다.

전작권 전환은 한국 정부가 조건이 충족됐다고 보고 미국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진 군사 기준 문제다. 정부가 전환을 앞당기려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반면 영토주권은 여야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문제다. 민주당이 사령관의 발언을 영토주권 문제로 키우면, 전환이 늦어질 때 그 책임을 조건 협의가 아니라 사령관 개인의 주권 침해 발언으로 돌릴 수 있다. 민주당이 요구를 거두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령관이 사과해도 조건 충족 여부는 달라지지 않는다. 국방부는 한미가 합의한 조건에 따라 협의하고 있으며 올해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검증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이 협의에 필요한 것은 미국을 설득할 근거이고, 사령관의 사과는 그 근거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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