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1일 전
잠실구장 한화 손에 철거되는데… '마지막 3일' 찍혔다 (다큐멘터리 3일)

잠실야구장이 개장 44년만에 철거된다. 한화그룹과 하나금융그룹 등이 컨소시엄을 설립해 이 부지에 6성급 호텔을 짓고 부대시설로 돔 형태의 새 야구장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LG 트윈스와 잠실야구장의 마지막 순간을 다큐멘터리 3일이 촬영했다.
2일 방송되는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에선 잠실야구장의 마지막을 앞두고 특별한 추억을 남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한 예비부부.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잠실야구장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이곳에서 미리 결혼사진을 촬영하기로 했다. 두 사람의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지기까지의 시간을 지켜봐 준 야구장에 대한 작별 인사다. 이어 한 아빠는 자신이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이곳을 찾았던 추억을 갖고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잠실야구장으로 돌아왔다. 생후 10개월 된 쌍둥이들에게 이 야구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야구인들에게도 잠실야구장은 꿈을 펼치는 소중한 무대였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함께한 이 구장에선 수많은 선수가 꿈을 키우고 땀을 흘렸다. 어린 시절 관중석에서 응원하던 소년은 꿈을 이뤄 그라운드에 섰고, 누군가는 이곳에서 이제 막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끝을 앞둔 야구장에서 새로운 출발선에 선 선수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LG 트윈스의 문정빈 선수는 PD에게 "제 야구 인생은 이제 2~3회 정도 된 것 같다"고 말해 과연 어떤 의미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잠실야구장은 야구선수와 프론트만 일하는 곳이 아니다. 26년간 잠실야구장을 지켜 온 그라운드 키퍼 김종문(64) 씨는 LG와 두산, 두 구단이 홈으로 함께 사용하는 잠실에서 시즌 내내 경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재정비를 다른 구장보다 부족한 시간 속에 더 빠르게 해내야 했다. 상한 잔디를 다시 심고, 흙을 고르고, 경기장의 선을 새로 긋는 일까지. 이른 아침부터 그라운드를 돌보던 손길도 카메라에 담았다.
조리실장 김현숙(70) 씨는 구내식당에서 18년째 선수들의 밥상을 책임지고 있다. 스무 살 무렵 입단했던 선수가 어느덧 아이 아빠가 되는 모습을 지켜봤고, 선수들의 징크스까지 살피며 매일 정성껏 밥상을 차려 왔다. 현재 구내식당 업체로 알려진 '아워홈'의 계약기간은 2027년까지지만, 잠실주경기장으로 옮겼을 때에도 계약이 유지될지는 확실치 않다.

원희자(72) 씨는 지정석 회원이다. 어떤 야구 팬들에게는 야구장은 새로운 친구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원희자 씨는 혼자 경기장을 찾아도 익숙한 얼굴들이 있다고 말한다. 응원하는 팀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나이도 직업도 다른 사람들과 친구가 됐기에 늘 같은 자리를 지키는 팬들이 있어 혼자 와도 외롭지 않았고, 어린아이부터 자식뻘 되는 사람들까지 나이를 잊고 함께 응원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야구를 보러 왔다가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 덕분에 다시 찾게 되는 곳. 이들에게 잠실야구장은 단순히 경기를 관람하는 공간을 넘어 일상의 일부가 됐다.
카메라에 담긴 야구 팬들은 오래도록 함께했던 사람들과 추억이 남아 있는 야구장을 떠나기가 아쉽기만 하다. 잠실야구장에서의 마지막 밤은 늘 같은 자리에 있었던 야구장과의 작별이자, 단순히 오래된 건물 하나가 사라지는 일이 아니었다.
한화그룹(최대주주 겸 시공사)과 하나금융그룹(대표 금융주관사: 하나증권, 공동주관사: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은 컨소시엄을 설립해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민간투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야구장을 철거하고 해당 부지에 6성급 호텔 '소노캄'과 돔 형태의 새 야구장을 짓는다는 계획으로, 203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있다.
다큐멘터리 3일 '우리가 사랑한 모든 순간 - 잠실야구장 마지막 72시간' 편은 2일 오후 8시 30분 KBS 2TV에서 방송된다. 내레이션은 가수 유열이 맡았다.
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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